부티튀 응업 충북대 국문과 대학원생

지난달 고3 학생들은 대학입학 시험인 수능을 보았다 그러면서 시험전날 시험 잘보라고 엿과 찹쌀떡을 사 주는 것을 보았다. 나도 우리 동네 고3 학생에게 호박엿과 찹쌀떡을 사 주면서 수능을 잘 보라고 응원했다. 엿과 찹쌀떡은 끈적거려 잘 붙어 중요한 시험을 칠 때마다 선물로 많이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시험을 보는 사람이 콩이나 팥을 많이 먹는다. 왜냐하면 ‘콩’이나 ‘팥’이라는 단어는 베트남어로 ‘합격’이라는 단어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그럼, 시험을 보는 당일 날 먹어서 안 되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한국은 미역국을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미역이 미끄러워서 시험에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이런 것을 잘 모르고 신랑이 중요한 면접이 있는 날 아침에 미역국을 정성껏 끓여서 주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나 시험 떨어지라고 이런 거야?’라고 하면서 ‘알았어. 떨어지면 네 책임이다’라고 했다. 아니다 다를까, 면접을 본 후 합격연락은 오지 않았다.

베트남은 시험이나 면접을 보는 당일 날에는 계란이나 바나나를 먹지 않는다. 타원형인 계란은 숫자 ‘0’과 비슷하게 생겨서 빵점이 나올 거라고 믿어서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고, 바나나는 껍질을 밟으면 휙 넘어지듯이 시험이나 면접에서 미끄러진다고 믿어서 절대로 먹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 있을 때 한국어 선생님의 생신에 꽃 한 다발을 선물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좋아하고 감동을 받을 줄 알았는데 반응이 의아하였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인상을 쓰면서 ‘난 죽은 사람 아닌데 왜 이런 꽃을 갖다 줘?’라고 했다. 알고 보니 내가 선물을 한 국화는 한국에서는 죽은 사람에게만 쓰는 꽃이라 선생님이 그렇게 많이 황당해한 것이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축하한다는 의미로 큰 화분이나 여러 층을 내는 틀에다 꽃을 꽂는 화환을 쓴다. 한국에서 쓰는 타원형의 틀에다 꽃을 꽂는 화환은 베트남에서는 상가(喪家)에서만 쓰는 꽃이다. 그래서 처음 학교에 갈 때 충북대 중문 쪽을 지나가면서 일주일에 세 네번 정도 그 화환을 보았다.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화환인 줄 모르고 베트남에서는 그런 꽃은 다 상가에서만 쓰는 꽃이라 ‘여긴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죽지? 근데 슬퍼야 하는데 막 술 먹고 노래를 부르고 난리 법석이지?’라는 생각을 많이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 꽃은 화환이고 그 화환이 있는 집은 개업하거나 축하를 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한국에서는 밥을 먹을 때 밥이 많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한 번만 주면 정이 없다고 한다. 나는 내 밥이 많아서 선배에게 밥을 주었는데 한 숟가락을 줬더니 ‘내가 싫어? 넌 나한테 정이 그렇게 없니?’라고 했다. 선배가 두 숟가락을 줘야 한다고 설명을 해서 많이 주면 줄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세 숟가락을 드릴 게요’라고 하자 깜짝 놀라며 세 번 퍼주는 밥은 제사 밥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몇 숟가락을 퍼주든 상관이 없다. 대신 밥통에서 풀 때 두 번 이상을 퍼 줘야 한다. 한 번만 푸면 제사 밥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꾹꾹 눌러서도 안 된다. 죽은 사람에게 주는 밥만 꾹꾹 눌러서 푸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알려면 금기 사항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황당한 실수를 하지 않고 잘못된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전에서 정의하는 ‘금기’란,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함’이다 이런 금기 사항은 마음에 걸려서 일부러 하지 않을 뿐이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험이나 면접을 보는 당일, 한국에서는 미역국, 베트남에서는 영양가 많은 계란이나 바나나를 먹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이런 것을 먹어도 좋은 점수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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