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얼마 전 ‘명사맛집’ 취재를 위해 청주시 사직동 순대집을 찾았다. 주변은 새로 건축한 아파트 입주시기에 맞춰 오래된 건물들의 철거가 한창이었다.

그 한 가운데 주택을 개조한 허름한 식당이 빈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혹시나 오는 손님들이 발길 돌릴까 식당 앞에 ‘영업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20년 동안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찾는 이가 많아서였던지 식당 안은 음식 때와 사람 때 묻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진기자인 나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인터뷰와 음식사진을 마친 뒤 바로 주방으로 갔다.

카메라가 기자의 ‘무기’이기에 주인도 그것이 무기로 보였을까. 주인은 손 사래를 치며 기자가 오는 것을 막았다. 사진촬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전에도 여러 번 방송에서 취재하자고 했는데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자는 더 오기가 생겼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런 사람 사진이 더 소중해서였다. 애써 정면 얼굴은 안 찍겠다는 합의(?)하에 짧은 대화를 해가며 셔터를 눌렀다.

유행 따라 덧붙인 벽지와 선반위에 올려 진 낡은 주방도구들과 음식 하는 주인아주머니의 손놀림은 한눈에 봐도 좋은 사진소재였다. 하지만 관건은 노출이었다. 좁은 공간에 어두컴컴한 실내, 스트로보(인공조명)를 쓰면 거부감을 느낄 것이고 고민하던 순간 주방의 작은 창가로부터 맑은 햇볕이 들어왔다.

▲ 창가에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자연광이 주방의 섬세함을 살려주었다. 카메라 Canon EOS-1D Mark3, 감도(ISO)800, 조리개5.6 , 셔터 1/60, 렌즈 16~35m
부드러운 햇살은 어두운 곳곳을 밝게 비춰주었다. 그러자 주방의 섬세함도 살아났다. 이내 카메라 감도(ISO)를 올려 색을 충분히 받아들이게 했고 조리개를 조여 여러 곳이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구도는 안정 감는 있는 눈높이 앵글을 주어 편안함을 강조 했다.

예전 필름카메라의 경우 감도 800이상이면 모래알같이 거친 사진이 나왔지만,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관용도가 넓어 감도 최고와 최저 단위 사진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 되었다. 가지고 있는 카메라에 감도(ISO)를 800이상 올리고 자연광이 들어오는 실내에서 찍는다면 선명하고 아늑한 사진이 나올 것이다.

이 식당은 새로 진 아파트 입주에 맞춰 건물이 없어질 모양이다. 요즘은 손님이 없어 오후 3시까지만 한다고 한다. 아쉬운 기자는 20년 전통에 걸맞는 진국의 순대국밥 맛을 보고 덤으로 소중한 사진 한 컷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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