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정부의 세종시 수정방침을 거부해온 이완구 충남지사의 현직 사퇴가 임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부치는 세종시 쓰나미에 맞서 자신의 몸을 던진 셈이다.

이 지사는 최근 한나라당 세종시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도백(도지사)이라는 자리는 행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충청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충청의 영혼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가치다. 금주내 결심 하겠다”며 거취결정을 예고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달 29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84주기 숭모제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입장을 밝힌 직후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한 첫 공개행사였다. 세종시 원안추진을 강조해온 박 전 대표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행사장에그가 참석한 것은 뜻을 함께 한다는 시위나 다름없었다.

관내에서 열린 옥천 숭모제에 참석하지 않은 정우택 충북지사는 하루전 "정부의 수정안이 구체화되는 상황과 국회 처리 과정 등 제반 여건을 종합 검토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관망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완구 충남지사의 사퇴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일 정 지사는 직원조회에서 '세종시 특별대책 TF팀' 구성을 지시했다. 웬지 '엉거주춤'한 모양새에 타이밍도 어정쩡하다. 국무총리실이 오는 7일 세종시 원안 수정 시안을 발표하고 14일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코앞에 닥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TF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사전에 충북의 요구안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표후 수정안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남상우 청주시장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발표에 대해 "시장이 가볍게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다. 굉장히 중요한 사항인 만큼 나도 말을 아끼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정 지사와 남 시장이 마치 사전 입장조율을 한 것처럼 비슷한 톤(목소리)과 스탠스(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두 단체장은 최근 행사장에서 만나면 상대방을 위해 관중의 박수갈채를 유도하는등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부시장 인사문제로 견원지간이었던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두 사람이 전략적 제휴를 택한 것이 아닌가 관측된다.

하지만 충북의 양대 자치단체장이 세종시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더 큰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정 지사와 남 시장이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함께 한나라당 도당에 대해서도 '도민의견을 수용해 세종시 원안사수 투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도당은 지난달 23일 행복도시건설청앞에서 열린 충청권 시군의회 원안추진 결의대회에 당소속 도내 기초의원들의 불참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충청권 단체장들의 세종시 대응방식에 따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비롯해 차기 총선과 대선 등에서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 필살기가 될 수도 있고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종시 원안고수에 대한 충청권의 여론이 크게 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돌이켜보면 충청권은 말이 좋아 국토의 중심이지 현대사의 영호남 권력다툼 속에 소외된 변방이었다.

이완구 지사가 ‘세종시는 충청도의 영혼이 걸린 문제’라고 한 것은 바로 지역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비유한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 충청권 억지(?) 정책을 만들고, 또 다른 쪽은 표를 얻기 위해 억지정책을 억지(?)로 약속했다는 충청권 유린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기어이 영혼을 팔아 선출직을 얻으려 한다면 2010년 지방선거가 그 무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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