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사회문화부 차장

정부는 세종시 문제를 ‘수정’이라고 표현하며 최대한 대수롭지 않은 듯이 대응하고 있다. 정부부처 이전을 백지화 하는 대신 대기업을 세종시에 내려보내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더니 이번에는 교육과학 중심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고마워 죽을 지경이다. 인구 150만명의 전국 3% 지역 바로 옆에 조성되는 세종시를 정부가 나서 파격적인 지원 또는 인센티브 운운하며 ‘푸쉬’하는데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지 모르겠다.
교육문제로 범위를 좁혀 보자. 오창산단 내에 있는 청원고등학교는 개방형자율학교이자 기숙형공립고다. 최근 불거진 학교 이전 논란도 이런 특수성에서 비롯됐다.

학교장에 자율권을 부여해 기숙형공립고로서 다양한 교육방법을 실현해야 하는데 부지가 좁으니 아예 신설 예정인 학교와 맞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이 논란과 관계된 인사 A씨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게 됐다. A씨는 기숙사 문제를 거론하며 다음과 같은 걱정을 했다.

‘지금은 학업성취도 등을 고려해 기숙사에 최대한 많은 재학생들을 입사시켜 교육하는 것이 대세지만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아느냐. 기숙사 짓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 청원고에는 충북도나 청원군의 지원이 전혀 없는데 그 때 가서 정책이 바뀌면 누가 책임지겠냐.’

대꾸할 말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외치던 수도권 분할 즉, 행정도시 건설이 정권이 바뀌자 마자 생뚱맞게 기업도시 또는 과학교육중심도시로 간판을 바꾸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청원고 정원 720명 중에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는 학생은 240명. 나머지 480을 수용하기 위해서 기숙사를 증축하거나 확충해야 하는데 예산은 어림잡아도 몇 십억원이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조변석개하는 정책에 호응해야 하겠는데 선뜻 그러자니 왠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기숙형 학교라고 해서 재학생 전원을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입사 하도록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원하는 학생은 받아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설 확보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 모르겠다’는 관계자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다.

‘기숙사가 명문대 입시를 위한 전초기지로 인식되는 한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세종시는 더욱 걱정이 크다.
또한 걱정은 세종시 뿐이 아니다. 음성과 진천 중간에 조성되는 혁신도시 당장 큰일이다.

혁신도시의 핵심은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의 이전.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도시나 교육과학중심도시로 육성한다면 혁신도시는 뭐가 되겠는가. 당장 이전 대상 공기업도, LH공사도 사업을 일단 보류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를 전제로 도시계획을 세우고 광역 인프라 구축을 노리는 지자체들은 한순간에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으로 허탈해 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과장하면 충북지역, 구체적으로 청주권과 중부권, 나아가 충주 까지 장밋빛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리미리 준비하시라. 아니면 내년 지방선거도 있고 몇 년 뒤 총선과 대선도 있다. 선택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 60년 역사가 아직도 민초들이 맘 편히 살기에는 아직도 20% 부족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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