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고 이전 논란 일단락 됐어도 되레 뒷말 무성
뻔한 투표 결과, ‘발단은 양청고 부지 활용’ 분석도

청원 오창산단내 청원고등학교의 이전 논란이 일단락 됐지만 이런저런 뒷말은 그칠줄 모른채 무성해지고 있다.

이전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게 뻔한 상황에서 교직원과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와 함께 청원고의 중장기적인 발전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넓은 양청고 부지 활용을 위해 추진됐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등 논란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청원고 기숙사 문제가 발단

청원고의 이전 논란은 협소한 부지 탓에 정원의 3분1 밖에 수용할 수 없는 기숙사 ‘청심학사’ 확충이 중요한 발단이 됐다.

청원고는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개방형자율학교로 지정돼 이듬해 3월 개교했으며 이후 기숙형 공립고로도 지정, 24개 학급에 720명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특히 교장에 파격적인 자율권을 부여, 기존의 짜여진 교육과정 외에 생생한 지식 생성의 경험을 체득할 수 있는 문제 해결 학습, 탐구학습, 토론식 수업 등의 교육 방법을 적극 도입하는 등 새로운 운영모델을 창출해 가고 있다.

청원고 이전 문제는 개방형자율학교와 기숙형 공립고라는 특성에서 비롯됐다. 새롭고 다양한 교육방법을 도입하고 특히 기숙사를 확충해야 하지만 부지가 협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기숙형 학교는 전교생 또는 희망하는 학생들은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청원고 청심학사는 5층으로 60실에 불과해 전교생의 3분의 1인 240명 밖에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학교부지도 2만504㎡로 좁아 추가로 건축물이 들어설 공간이 없어 더 이상 기숙사 확충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때마침 내년 개교 예정인 인근의 양청고 부지가 3만641㎡로 청원고 보다 절반이나 넓어 두 학교 위치를 바꾸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이다.

청원고 관계자는 “재학생 전원을 기숙사에 입사시키는 것에 대한 장단점이 있지만 최소한 희망하는 학생들은 입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설로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해 면적이 넓은 양청고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중 장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오창 외 지역 학생은 60% 정도. 이를 감안하면 기숙사 시설은 전교생의 70~80%는 수용할 규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의지 보다 여론 떠보기?

충북도교육청은 11월 초 청원고 이전을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압도적으로 찬성할 경우’라는 전제를 깔고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16일 실시한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투표 결과 반대가 70%로 찬성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도교육청은 이를 수용해 계호기을 백지화 했다. 이 투표에는 60여명의 교직원들은 거의 전원이, 703명 재학생 부모들 중 624명이 참여했다.

청원고 이전 추진이 알려지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고 여론은 절대 반대로 급속히 모아졌다.

겨우 교육기반이 마련돼 안정화 되고 있는데 개교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학교가 이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생소한 학교로 이전하는 데 따른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청원고 이전을 장기적 관점에서 찬성한 학부모들 조차 도교육청이 뻔한 결과를 두고 의견 수렴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학부모는 “학교를 갑자기 옮기겠다는 데 어느 학부모가 반기겠는가. 더욱이 재학생들은 이전된 학교에 다닐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이런저런 혼란만 느끼게 될 텐데 의견수렴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진에 자신이 없던 도교육청이 여론을 떠 본 것 아니면  어정쩡한 행정으로 해프닝만 만든 것”이 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도 “이기용 교육감이 학교를 직접 방문, 교직원과 운영위원, 학부모대표들에게 직접 설명했고 담당 부서에서도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멍쩡한 학교를 이전하겠다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을 돌리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도교육청 두 마리 토끼 잡으려 했다?
양청고는 넓어서 고민 청원고는 좁아서 고민

청원고 이전 추진 배경에 도교육청의 말 못할 속내가 작용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신설되는 양청고 부지가 지나치게 넓어 활용방안을 찾아야 했고 마침 기숙사를 늘려야 하는 청원고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치교환이라는 방안이 나왔다는 것.

만일 이같은 풀이가 사실이라면 도교육청은 행정편의를 위해 무리하게 일을 벌이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오창과학단지 지구단위계획 당시 양청고는 전문계 학교로 계획했지만 학생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인문계로 전환해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당초 전문계로 계획해 확보한 3만641㎡의 부지가 인문계 고교에는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도 제기돼 적정 규모를 2만여㎡로 제한해 나머지 부지 매입 예산이 삭감됐다.

그렇다고 나머지 땅을 토지공사에 반납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도교육청은 이를 자체 예산으로 매입키로 하고 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쳐 현재 도의회 추경예산 반영을 신청한 상태다.

교육계 관계자는 “양청고의 인문계 전환으로 도교육청은 지나치게 넓어진 학교 부지 활용문제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공공 교육시설 또는 주민들을 위한 복합 시설로 활용하자는 등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이중 하나로 기숙사 확충 필요성이 제기된 청원고와의 맞교환이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편의를 위해 청원고 이전을 추진했다는 지적에 대해 도교육청 측은 청원고 이전은 행정편의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학교발전 차원에서 검토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굳이 일방적인 시각으로 보면 양청고 부지 활용을 위해 청원고 이전을 추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다. 또한 청원고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