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5개 학교 설치…특기적성 개설은 12개 불과
청주 대성초, 충주 충원고 등 일부만 ‘특성화 정착’

<활용률 낮아 예산낭비 논란>
도내 초·중·고 25개 학교에 골프연습장이 설치돼 있지만 실제 학생들이 사용하는 경우는 절반 수준인 것으로 밝혀져 ‘교사들의 놀이터’로 전락했거나 아예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서울 송파갑)이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교 내 골프장 설치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학교 골프연습장은 649개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79개로 가장 많았고 ▲경기 105개 ▲전북 57개 ▲강원 50개 ▲경북 38개 ▲경남 37개 ▲충남 34개 등의 순이었으며 ▲충북은 10번째인 25개로, 도세에 비해서는 다소 많은 편에 속했다. 

문제는 골프연습장의 교육적 활용률이다. 초·중·고교 내 골프 연습장은 학생들의 특기·적성교육을 위한 것이지만 도내에서 방과후 학교나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사용 중인 학교는 12곳에 불과해 활용률은 48%에 머물렀다. 이는 649개 학교 중 337개 학교에 관련 프로그램이 개설된 전국 평균 52%보다도 낮은 것이다. 

박영아 의원은 “학생들의 특기·적성 교육을 위한 시설은 확충돼야 하지만 막대한 예산으로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특히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교직원들이 여가 생활을 위해 사용한 것은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도내 초·중·고에 있는 교육용 골프연습장의 절반 이상이 아예 방치되거나 교사들의 공간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그나마 골프 특성화가 정착된 청주 대성초와 충주 충원고의 수업광경.
도내 초·중·고교의 골프연습장 가운데 가장 먼저 생긴 것은 2002년 문을 연 청주동중의 실내연습장이다. 부강공고 연습장이 2004년에 만들어졌고, 나머지 23개는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조성됐다.
2000년 이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대들은 초·중·고에 웬 골프연습장이냐며 의아해 하겠지만 규모는 대체적으로 실내연습장 수준이다. 대부분이 타석수 3~10개에, 비거리도 짧게는 2,3m에 불과하고 규모가 큰 곳이라도 비거리 30~50m 수준이다.

충북도교육청 체육보건급식과 김관훈 장학사는 “럭비나 하키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골프도 체육교육과정 내에 포함돼 있다. 교과부의 자율화 조치에 따라 체육시설을 조성하는 것도 학교장 자율이다. 심지어 플라스틱 공과 채를 이용해 인도어 하키를 하는 곳도 있다.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면 도교육청에서 뭐라 제지할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골프연습장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저조한 활용도다. 실제로 단양 가곡중과 단양고의 경우 각각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에 만든 골프장이 불과 1년 사이에 폐쇄됐다. 나머지 23개 연습장 중에서도 5군데는 지난 5월까지 단 한 명도 이용실적이 없었으며, 100명 이하인 곳까지 합치면 8군데에 달했다.

결국 상당수 학교의 골프연습장이 교육용이라기보다는 일부교사, 혹은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직원들이 연습장을 함께 이용하는 학교는 60%인 15개 학교에 이르고 있다. 지역주민에게 시설을 개방한 학교도 6군데나 된다.

이처럼 학교 내 골프장이 교육용 목적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교육당국에서도 연습장 신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학사는 “교과부에서 학교 내 골프장을 자제토록 하는 공문을 내려 보내 이를 일선학교에 시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교육시설-주민활용 이해상충

물론 기왕에 만든 시설을 교사,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것은 나름대로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일수도 있다. 아예 방치돼 예산낭비 논란을 빚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얘기다. 한 예로 보은군 속리산면에 있는 수정초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학생 71명, 교사 30명, 주민 15명이 사이좋게(?) 연습장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올 들어 사용실적이 전혀 없는 청주 Q중학교의 경우에는 지하연습장이 문이 잠긴 채로 방치돼 있어 조만간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학교 A교감은 “처음 부임해왔을 때는 연습장이 있는 지조차 몰랐다. 교육용이었으나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 교사들도 학교에서는 골프를 칠 시간이 없다.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것은 아닌데, 교내에서 골프를 치는 교사는 없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김관훈 장학사도 연습장을 방과후나 주말과 휴일, 일반에 개방하는 것에 대해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일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김 장학사는 “요즘 학교들이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이를 주민에게 대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교육과 지자체 예산을 5대5로 대응투자하기도 한다. 교육시설과 주민활용이라는 이해관계가 상충하기도 하지만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학교가 주민복지시설로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내 25개 초·중·고 골프연습장 가운데 민간 또는 지자체 예산이 대응투자된 학교는 모두 8군데에 이른다. 이 가운데 청주 대성초는 민간 예산 3000만원, 충주 충원고와 괴산고는 지자체 예산이 각각 3000만원씩 투자됐다. 
       
소규모 농촌학교 골프 육성지원과목
작심하고 골프를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 충주시 엄정면에 있는 충원고는 2002년 초 소규모 농촌학교로 지정되면서 자율편성방침에 따라 골프를 2,3학년 정식교육과정에 편성했다. 또 15명 안팎의 선수도 육성하고 있다. 충원고는 충주지역 모 골프장과 제휴해 필드에서 협동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충원고 방경오 교감은 “충주시에서 시설비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고 지역주민들도 골프채, 공, 강사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에게도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관심과 노력 속에 1학년 권지은 양은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청주 유일의 사립초등학교인 대성초도 ‘국제인 양성’이라는 방침에 따라 골프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1,2학년의 경우에는 주 2회 필수적으로 골프수업을 받고 3학년 이후에는 방과후 학교로 골프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성초 김영숙 교감은 “국제적인 리더를 만들기 위해 영어몰입교육과 함께 현악, 골프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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