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CJB청주방송 PD

영화가 갖는 힘은 크다. 드라마나 뉴스가 담지 못하는 내용까지도 영화는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며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상영된 외화 두 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이클잭슨의 공연 리허설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과 외계인 이야기 <디스트릭트9>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이 네 번째 월드투어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 6월 25일에 세상을 떠났다. 2주간 한정 상영된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월드투어를 준비하는 리허설 장면과 콘서트용 영상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호주와 유럽등 전세계에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투어 공연의 일원이 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 인터뷰로 시작된다. 영화는 전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대중음악가의 진면목을 담담하게 그려낸 것 외에 세상을 바라보며 일을 도모하는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면이 있었다. 다른 말로 리더십을 생각하게 했다.

마이클잭슨은 연주와 안무, 무대장치와 배경 영상까지 일일이 살피며 의견을 개진한다.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한다. 그 통제력의 비결은 고압적 지시가 아닌 애정어린 요청이었다. 키보드 주자에게 박자를 조금 더 끌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는 느낌’으로 연주해달라고 한다.

표현력이 구체적이면서도 뛰어나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사람답게 마이클잭슨은 가장 완벽한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스태프를 움직인다. 그렇다고 마이클잭슨이 공연기획자인 감독에게 소홀한 것이 아니다. 기획자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이면서도 자기확신으로 자신의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영화 <디스트릭트9>는 매우 불편한 영화다. 기존의 외계인 관련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게 외계인을 친구 혹은 적으로 이분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힘없는 외계인 가족이 강제로 집에서 쫓겨난다는 영화 <디스트릭트9>는 남아공의 역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70년대 백인정부가 케이프타운 디스트릭트6에 사는 유색인종 6만명을 외딴 곳으로 강제 이주시킨 일이 있다. 외계인 영화라는 익숙한 문법을 동원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다뤘고 우리는 그 영화를 보며 사람들의 삶을 다시 반추하게 된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강제 철거 사태는 흔히 일어난다. 영화 <디스트릭트9> 때문에 케이프타운 디스트릭트6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남아공의 경우가 세상에 흔한 강제철거와 다른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그 이후 화해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고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는 2004년 2월11일 특별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는데 1968년 디스트릭트6에서 추방당한 주민들에게 복원된 집에 들어갈 열쇠를 건네준 것이다. 36년 만에 마침내 한을 풀게 된 것이다. 진실과 화해위원회 활동, 피해자들의 용서가 남아공에서는 가능했다. 용서와 화해를 위해서는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진리가 적용된 셈이다.

다시 영화 <디스 이즈 잇>이다. 마이클잭슨은 1초마다 축구장 크기의 산림이 사라진다며 ‘I love planet’이란 말을 되뇌인다. 그 말처럼 공연 마지막을 지구 사랑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불도저가 아마존의 울창한 숲을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다가 한 소녀를 덮치는 장면을 콘서트 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영화는 추진력의 상징인 불도저가 무서울 수 있다는 느낌을 마지막에 담았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가치관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외화 두 편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재를 잠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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