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굿네이버스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어느 해보다 아름답고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강산은 오색단풍으로 물들고, 논과 밭은 곡식과 과일로 무르익었다. 반면에 사람 사는 세상은 날로 험악하고 흉흉해지는 것 같다.

천재지변에 비길만한 아동성폭행 사건이 폭탄 터지듯 줄지어 터지고 있어서 모두들 놀라고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어른들이 연약한 어린아이들에게 덤벼들어 성폭행을 하고 온몸을 상하게 하여 불구자로 만들고, 생명까지 해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처와 피해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많다. 할아버지가 집안에서 손녀를 양육한다는 구실로 상습적으로 성폭행 하고, 노비처럼 일을 부렸어도 ‘연로함’으로 무죄로 풀려나와 다시 함께 살수밖에 없도록 하고, ‘조두순 사건’에서도재범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만취상태를 감안해 ‘심신미약’ 판정을 내리고 12년 형량이 확정되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해 재범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회에도 법정형을 상향조정하고 가해자에게 전자장치 부착 기간을 늘리는 등 개정안들이 상정되어 가해자 엄벌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한편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은 법정형 상향조정과 함께 가해자 처벌 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현재 성학대로 신고 되고 가해자가 밝혀졌어도 아동진술의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법기관은 아동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수사 기법을 개발하여 아동의 진술 신빙성을 높이고, 반복되는 진술을 피하기 위한 진술 녹화제도도 현실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동이 법정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모니터를 통해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전문화된 전담 수사관, 판사의 개입으로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아동성폭력은 불시에 느닷없이 발생하기보다, 아이들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경우가 70%에 달한다.

외딴 마을에서 동네사람들이 오랫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한 아이를 성폭행하고, 할아버지, 큰아버지, 삼촌 등 일가친척들이 집안의 한 아이를 성폭행하고, 아버지는 가정에서 자신의 딸들을 학대하고 괴롭힌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성폭력은 지속적이고 매우 비밀스럽고 은밀하여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신속하게 발견하여 가해자를 처벌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아동학대 긴급신고전화(1577-1391)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어느 때라도 위험한 상황을 발견하는 즉시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무리 깊은 상처와 고통의 흔적이 있다하더라도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보호와 치료가 제공되면, 아이들은 곧 생명의 힘을 회복하고 빛나는 얼굴로 세상을 향하여 달려 나가며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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