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박일선 씨, 압록강 한·중 접경지역 밀착취재
제5회 충주 물축제서 압록·두만·송화강 사진전도 열어

환경운동가 박일선 씨가 압록강 한·중 접경지역을 방문해 중국 공안과 숨바꼭질 하며 북한지역을 취재했다.
박 씨는 기행문을 통해 “가길 꺼리는 한족운전사를 설득해 두만강발원지를 숨 가쁘게 돌아 본 그곳에도 남북을 가르는 철책은 차가왔다”며 “남한강 목계나루에서도 본 적이 없는 뗏목을 압록강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또 여행중 압록·두만·송화강 일대에서 렌즈에 담은 기록을 제5회 충주 물축제에서 사진전도 함께 열어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 축제는 ‘상생의 강과 세계조정대회·기업도시성공 기원’을 주제로 1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9일 까지 열리며 시민학생초청 축하공연을 비롯해 설치작가초대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처음 황사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나의 중국 기행은 올해 압록·두만·송화의 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헐벗은 북녘산이 수해와 흉년, 기아로 이어져 나무심기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동포환경단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조중변경지역의 환경개선과 민족의 강인 압록·두만·송화를 지킬 꿈을 접지 못하고 있다.

핵문제로 북이 더욱 고립되고 미국 여기자들이 구금된 상황에서 답사를 했다. 곳곳의 도로공사로 백두밀림은 조각나고 압록·두만·송화의 상류계곡은 산사태로 울부짖는다. 남한강 목계나루의 뗏목도 본 적이 없는데 압록강의 뗏목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다.

이미 압록강 발원지인 장백에서 송화강이 시작되는 이도백하 사이에 펼쳐진 밀림들은 중장비들에 굴복되고 있었다. 인민군에게 총 맞는다며 가길 꺼리는 한족운전사를 설득해 두만강발원지를 숨 가쁘게 돌아 본 그곳에도 남북을 가르는 철책은 차가왔다.

6월 17일 아침 충주를 떠나 장춘을 거쳐 자정이 다 돼 집안에 도착했다. 환도산성에서 내려오는 통구하와 압록강이 만나 피어난 안개가 북녘 땅을 숨겼다.

‘물빛이 오리 머리색과 같다’는 것(新唐書)에서 유래된 압록강은 백두산 장군봉 남서계곡에서 발원하여 이천삼백리를 흘러 서해로 간다. 낡은 건물, 유리도 없는 창, 남루한 옷차림으로 오가며 일하는 저쪽 동네가 동족의 땅이다. 집안과 강계를 잇는 낡은 단선철도와 끊어질 듯 건너간 몇 가닥 전선, 전화선이 북의 고립을 보여 주는 듯하다.


운전사는 어제도 사진 찍다가 3명이 잡혀 갔다며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나무하나 없는 북녘산은 곳곳에 산사태가 났건만 압록강은 말이 없고 소들은 무심히 풀을 뜯는다. 압록강발원지를 보려면 장백 조선족 자치현으로 가야 한다. 그 길목에 임강(臨江)이 있다.

강변에 놀이시설을 만드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흙먼지 뒤집어쓰고 달리는 버스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자고 깨길 반복했다. ‘뗏목이다!’ 일제는 물론 6ㆍ25 후에도 다녔다는 남한강 뗏목도 본적이 없는데 떼꾼을 만났다. 모두 북한사람들이란다. 곳곳이 산사태가 일어나 적지 않게 지체되었다. 산마루까지 나무 한 그루 없어 보이는 봉우리들이 허다하지만 중장비의 놀이터가 된 중국측 강변에 비하면 북측은 훼손이 거의 없다. 철길을 놓는데 안전장비와 기계도 없이 한다. 곳곳의 인민군초소가 위장되어 있다.

사진을 찍자 돌을 던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욕을 퍼붓고 총을 겨누는 인민군도 있었다. 아이들은 나무 뒤로, 여자들은 집안으로 숨는다. 척박해만 보이는 저 곳에 염소 풀이라도 풍족했으면 좋겠다. 끊어진 철교 아래 섶다리를 건너는 아낙네의 머리 짐엔 무엇이 담겼을까?


연길에서 도문으로 가는 길에 미인솔밭에 붙들렸다. 햇살을 받아 피어오르는 안개숲 사이로 선녀가 나타날 것만 같다. ‘이곳의 미인송 군락지 때문에 송화(松花)라는 이름이 붙었나?’ 백두산 입구에서 좌로 달려 송화와 두만의 원류지로 향했다. 중요한 곳은 미리 알려달라는 청을 했는데도 달리기만 한다. 그 덕에 만주족 발상지인 원지(圓池)를 지나쳤다. “빨리 가자! 총 맞는다. 택시 한대로 여기 오지 않는다”는 말만 해 댄다.

송화강 발원지다. 좀 더 가니 두만강 발원지가 나타났다. 경계비 앞인데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물은 보이질 않고 초목만 무성하다. 비석이 없다면 어느 나라 땅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광평(廣坪)에서 숭선(崇善)으로 가는데 갑자기 인민군 한 무리가 목욕을 한다. 6월이지만 얼음덩이가 다 녹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손을 내밀면 악수를 할 수 있는 곳인지라 기사는 더욱 내달린다. 눈 사진만 찍었다. 숭선이다. ‘당의 령도체계를…세우자!’는 구호가 눈앞에 있다. 주민들이 제방정비를 한다. 고작 두 번 찍었는데 공안이 나타났다. 도망쳤다.

연길을 관통하는 연집하(煙集河)엔 아침장이 선다. 장도 보고 잘 정비된 강변에서 운동도 할 겸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대나무뗏목관광선이 등장했다. 탄금호에 뗏목관광을 만들자고 제안해 왔는데 모터보트만 요란한 충주를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연변자치주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연집하를 반복개해 도로를 만들려고 교각을 세웠으나 몇 년째 그 상태다. 청계천복원에서 지혜를 얻었나? 복개의 문제점을 연길시 당국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을 했었다. 충주천 복개는 막지 못했지만 연집하가 복개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박 일 선

작품활동
●2007 박쥐사진전, 충주시립도서관,
환경평화영화제
●2007 설치미술,

생명나무와 가시덤불 / DMZ,
충주댐물홍보관, 물축제
●2008 미안마사진전,
호암문예술회관, 물축제
●2008 설치미술, 始↔終, 호암지, 박쥐축제
●2009 두만압록송화강사진전, 충주호 물축제

경력
●푸른아시아센터장
●푸른세상공동대표
●사법정의국민연대공동대표
●물포럼코리아감사
●황금박쥐도서관장
●충주음성괴산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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