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CJB청주방송 PD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하일은 하느님의 말씀을 어겨 벌을 받게 된다. 한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명령이었다. 문제는 그 여인이 쌍둥이 딸을 갓 낳은 어머니였다는 점이다.

 천사 미하일은 아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키우게 해달라는 여인의 간절한 부탁을 듣고는 그냥 하늘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어린아이는 부모없이 살지 못한다는 애원을 듣고 산모의 혼을 빼내지 않았다’고 보고한다. 그러자 하느님은 천사 미하일에게 ‘다시 내려가 산모의 혼을 거두어라.

그러면 세가지 뜻을 깨닫게 되리라. 즉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그것을 알게 되면 하늘나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명한다. 결국 천사 미하일은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두 날개를 잃고 지상에 떨어져 길바닥에 쓰러진채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에게 발견되고 구두짓는 일을 배워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렇게 천사 미하일은 사람이 되어 오랜 세월 세몬의 직공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이 부여한 숙제를 하나씩 풀어간다. 즉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인간의 내부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지혜가 사람에게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은, 인간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살아간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천사 미하일은 이렇게 고백한다. 자신이 인간이 되고 나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일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 세몬과 그 아내 마트료나에게 사랑이 있어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하늘로 올라간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대하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미하일의 답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세몬과 그 아내 마트료나가 생사를 넘나든 판단의 순간이 눈에 들어왔다.

즉, 천사 미하일이 날개를 잃은 채 지상에 버려져 길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 미하일을 발견한 세몬은 불편한 일이 생길까 처음엔 그냥 피해갔었다. 그때 미하일이 바라본 세몬의 표정은 곧 죽게 될 어두운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세몬이 생각을 바꿔 꽁꽁 언 미하일을 부축할때 그의 얼굴은 다시 생명의 표정으로 밝아졌다. 구두장이의 부인 마트료나 역시 남편이 술에 취해 술주정꾼을 데려온 줄 알고 미움에 가득차 내쫓으려 했을 때 그 표정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천사 미하일에게 마음을 주었을 때 생명의 표정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생명의 표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만나고 있을까. 천사 미하일이 이 땅에 사람으로 와서 우리와 만난다면 우리들의 표정은 생명의 기운으로 밝은 모습일까 의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에게 열심히 ‘부자되세요’ 인사를 해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전체는 훨씬 더 가난해졌다. 아직 세상물정을 모를 아이들까지도 10억원이 생기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않고 감옥도 가겠다고 할만큼 생각은 더 많이 가난해졌다. 우리는 과연 세몬이나 마트료나처럼 불편함과 미움을 이겨내고 인간 미하일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7회 책읽는청주 선정도서가 되었다. 청주시민이 난쏘공을 선정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불편함과 미움을 이겨내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또다른 나의 모습일 수 있는 ‘난장이’를 끌어안는 첫걸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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