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사회문화부장

충북의 중부4군(증평·괴산·진천·음성)에 전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역이던 김종률 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24일 대법원의 원심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게 됨에 따라 불과 한 달 만에 보궐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도내 중부4군 외에도 경기도 수원, 안산, 강원도 강릉, 경남 양산 등에서도 보선을 치르면서 이번 재보선은 사실상 ‘미니총선’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부4군 선거가 주목을 받는 것은 몇 가지 특수성 때문이다. 우선은 지난 정권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정권이 바뀐 뒤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상고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된 것에 대한 민심의 기울기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편부당한 법의 정신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여야가 뒤바뀜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앞의 판결을 뒤에서 뒤집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앞의 것이든 뒤의 것이든 둘 중에 하나는 정치적 입김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유권자들의 생각이다.

1991년 분신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이 재심결정을 내린 것만 봐도 법의 판단은 때때로 시대적 상황을 따라간다. 단언컨대 문맹자도 아닌 마당에 누가 유서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을 한단 말이며, 또 이를 대신 써주는 일은 가당키나 한 것인가?

18년 전 김기설씨가 모 대학 옥상에서 정권퇴진을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했을 때 검찰은 ‘죽음을 사주하는 배후세력’이 있다고 언급했고 이후 언론에서 ‘분신자살조’ 가 거론되기에 이르더니 급기야는 말도 안 되는 증거들로 당시 민주화 운동세력에게 도덕적 상처를 입히기 위한 마녀사냥식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탄생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주연, 법원은 조연이었다.

또 한 가지 중부4군 보궐선거가 주목을 받는 것은 선거를 불과 한 달 남겨놓고 선거 실시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지역선거라기보다는 중앙당 대 중앙당의 맞대결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은근히 보궐선거를 기대했던 예비후보군들이 착실히 선거에 대비해 왔으나 이들에게 공천이 넘어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선거만큼 상대적인 것도 없다. 민주당의 경우 현역의원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궐선거를 준비할 수도 없었고 김 전 의원의 생환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민주당의 전략은 김 전 의원에 대한 동정여론에 스타급 후보를 내세우는 것밖에 없다. 이재정, 방용석 등 전직 장관과 방송인 출신 정범구 전 의원이 즉각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역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민주당 카드에 맞서는 의외의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평 출신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거론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쯤 되면 자유선진당도 후보선정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지는 않겠지만 추석날 고향에 올 일도 없는 인사들의 무더기 귀향으로 올해는 추석을 쇤 뒤에도 조용하던 동네가 떠들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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