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베트남·중국 등 12개국 이주여성 800여명 거주
이주여성 취업 통계조차 없어, 취업자들 단순노무직 국한

결혼이주여성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위한 직업교육 등 체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주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이들 여성들에 대한 취업분야의 체계적 지원책 마련을 위해 관내 거주 이주여성 및 사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7월17일부터 한달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내 이주여성 92명과 사업체 93개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이주여성의 82.4%가 ‘취업의사가 있다’고 응답하여 일하고 싶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을 하기에는 언어소통과 양육문제를 떠나서도 고용지원센터 등 고용채널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제도적 홍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 크게 증가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자리를 갖고 싶어도 언어, 컴퓨터 등 기초적인 교육기회마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이주여성들의 한국문화체험과 음식만들기 체험 모습(아래).
조사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고용지원센터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고, 77.8%의 여성이 지원센터에 방문조차 하지 않았으며, 3회이상 지속적으로 방문한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정책적 서비스는 직업진로교육과 취업알선이었으며, 취업의 장애요인으로는 55.8%가 자녀문제를 들었고 32.5%가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취업에 필요한 교육으로는 57.3%가 한국어 교육을 꼽아 언어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32.3%가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사업장에서도 이주여성을 채용하는데 있어 별반 사정이 나아보이지 않는다. 조사대상 사업체 93개소중 43개 사업장에서 ‘고용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그 이유로 39.1%가 외국인인력으로 충원가능하다고 답해 이들 여성이 외국인고용 쿼터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여성들의 취업전에 필요하다고 본 교육으로는 한국어가 68.2%, 다음으로 한국문화가 24.5%였으며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 사업장은 단 4개 사업장 뿐이었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전문직종은 거의 채용의사가 없고, 채용하더라도 단순노무직뿐이라는 얘기다. 이주여성들의 3분의1이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실과 비교해 보면 사업장과 이주여성들이 희망하는 직종에 대한 인식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처우의 수준은 조사를 떠나 현장으로 들어가 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일례로 김치를 가공하는 관내의 모 업체에 취업했던 이주여성 A씨는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는 저쪽 구석에 가서 따로 식사를 하라’며 같은 근로자들로부터 차별을 받았었다고 한다. 지난해 또다른 사업장에서는 성폭력 사건도 있었다.

5년 동안은 누구나 불법체류자
5월말 현재 457명의 이주여성이 등록되어 한국어 등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충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따르면, 필립핀 등 영어사용권 국가로부터 이주해 온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는 취업을 한 이주여성들의 대부분이 식당도우미나 육가공업체 등 단순노무직에 국한되어 있다.

그나마 이들 센터에 등록된 여성들의 경우엔 여건이 훨씬 낫다. 사업장에서 입게 되는 차별적이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 하소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을 유지 못하고 이혼을 하여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센터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이주여성들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주여성들의 취업 현장에서 받게 되는 처우 역시 법적 기준을 겨우 맞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여성들은 노동권을 요구할 수 있는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의 취업을 위한 가장 선결적인 과제는 역시나 언어다. 충주시 다문화지원센터 센터장 박충환씨는 “한국어 강좌 교실은 전쟁터 같다”고 얘기한다. 한국어 강좌 2~3년 과정을 익혀야 겨우 가정과 직장에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이주여성의 빈도가 높은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주여성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적 권리를 취득하려면 5년이 경과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도 5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혼에 의한 불법체류자로 전락해야 한다. 여성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한시적으로 외국인이지만 이주여성들은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어머니”라며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더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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