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튀 응업 충북대 국문과 대학원생

나는 네가 국제결혼을 하고 먼 나라에서 살림을 차리겠다면 말릴 거야. 많이 힘들다는 것을 엄마가 잘 알거든. 연애할 때는 사랑의 후광 때문에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얼마나 많은지 넌 짐작이 안 될 거야. 짐작이 된다 해도 10분의 1, 심지어 100분의 1밖에 안 될 거야.

너와 네 남편의 뜻이 통한다 해도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집안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댁 식구들하고 친척들이 너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려면 그들이 쓰는 언어부터 배워야 한단다.

현지인처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러니까 아마 넌 평생 열심히 언어를 배워야 할 거야.
힘든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 사고방식 등 익숙해져야만 해. 사랑하지만 문화차이 때문에 “왜 이래”, “뭐야”라는 생각을 들면서 이해가 안 되고 짜증이 나도 이해할 수 있도록 네가 갖고 있는 모든 생각들이나 사고방식을 다 잊어버리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도 그래야만 해. 그래야 그 나라에서 생활 할 수 있거든.

음식도 그냥 웃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전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많을 거야. 네가 안 먹고 싶더라도 남편이나 식구들을 위하여 그 음식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래서 싫더라도 자꾸 먹어 보는 용감한 시도 정신을 가져야 해. 자꾸 먹다 보면 길들어져서 잘 먹게 될 수 있거든. 물론 이 과정은 어렵지.

살다보면 사랑하는 남편인데도 말다툼하거나 싸울 수도 있고 얄미워 보일 수도 있어. 그럴 땐 잠깐이라도 친정에 가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거야. 그런데 넌 다른 사람처럼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바로 엄마나 친구한테 달려 갈 수 없는 것을 순간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이런 현실을 원망할 거야. 남편 하나만 믿고 이국 땅에 왔는데 그 믿었던 남편이 네 마음을 아프게 하니 그 순간만큼은 남편을 많이 원망하게 될거야.

또 명절 때나 집안에 모일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어울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도 같이 준비하여 먹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 넌 “엄마, 아빠랑 모이면 우리도 저렇게 잘 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엄마, 아빠한테 가서 같이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구석에 쭈그려 앉을 때도 있을 거야. 바로 이럴 때 외로움이 밀려 와 눈물도 흘릴거야. 견디기 쉽지 않은 순간들이지.

네가 국제결혼을 한다면 엄마가 말릴 거야. 국제 결혼한 네가 말도 안 되는 차별과 편견을 당할 수도 있고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도 있어. 국제결혼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예전보다 많이 따뜻해졌어도 말이야. 그로 인하여 그 국제결혼으로 하여 태어난 너의 소중한 아이들도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 수도 있어. 마음 많이 아프지. 네 아이까지 상처 받고 아파할 수도 있다니 어떤 엄마가 좋아하겠어. 그러니까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따돌림 같은 것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넌 보통 엄마보다 2배, 3배, 심지어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돼. 많이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잘 할 수 있겠니? 그 외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어려움이 또 있단다.

그래도 국제결혼을 꼭 하고 싶고, 많이 힘들고 어려워도 견뎌 낼 용기가 있으며 행복하게 잘 살 자신이 있다면 엄마가 널 응원할게. 외할머니처럼 마음이 많이 아파도 꾹꾹 참고 웃으면서 말이야.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할머니처럼, 또 세상 모든 엄마처럼 뭐든지 다 할 거야. 사랑한다.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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