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정서 장점, 피부색·출신국에 따라 차별은 여전
‘무뚝뚝’ 인상은 오해, 먼저 다다가면 쉽게 마음 열어

외국인이 본 충북, 충북인

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만명을 넘었다. 더 이상 길을 가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된 것. 3D업종 노동자에서 학생, 강사, 대학교수, 결혼이민자, 외국계 기업 임원 등 이들이 일하는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의 눈에 비친 충북지역과 충북사람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롭고 우리 지역의 세계화를 위한 나름의 방향도 짚어볼 수 있다. 대학교수 데이비드, 유학생 뚜안이, 외국계 기업 임원 오시마씨를 만나 ‘충북’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영국인 대학교수 데이비드 셔틀워스
‘우리’ 강조하는 정서 장점이자 단점

▲ 데이비드 셔틀워스(청주대학교 교수)
영국인 데이비드 셔틀워스(David Shuttleworth·40)는 청주대에서 4학기째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한국에 온지 8년이나 된 베테랑(?) 외국인이다. 때문에 어느정도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특히 청주에 오기전에 전북 익산 원광대학 교수를 지내 호남과 충청의 정서도 경험했다.

데이비드 교수는 충북의 인상을 전북과 비교해 여유 있어(relax) 좋다고 표현했다. 그는 “익산은 청주보다 훨씬 작은 도시지만 급하고 바빠 보였다. 청주는 역사가 오랜 도시로 문화와 정서가 안정됐고 도심의 기반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매우 개성이 넘치고 활기가 있다며 특히 적극적인 자세가 인상깊다고 전했다.

하지만 “패션 모델을 보는 것처럼 옷차림이나 화장이 화려한 학생들도 있고 어떤 남학생들은 화장실에서 머리 매무새를 만지는 등 지나치게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영국 등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충북사람, 그중에서도 젊은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 나가 성공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시 진지해졌다.

그는 “우리(We)를 강조하는 정서가 짙다. 개인적(individual) 정서가 주를 이루는 서양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공동체적 문화와 정서로 인해 외국인들과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단점인 것 만은 아니다. 고유 정서이기 때문에 더욱 한국사람 답게 해주는 요소다. 힘든 부분이기는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뚜안이
‘매운 음식 말고는 다 좋아요’

▲ 뚜안이(유학생)
청주대 호텔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중국인 뚜안이(段屹·25)는 180cm가 넘은 훨친한 키에 얼짱이라 불릴 정도로 준수한 신세대 청년으로 통한다. 1년 과정의 어학원 교육을 통해 의사소통은 물론 강의를 소화하는 데에도 문제없을 만큼 우리말을 익힌 적극적인 학생이기도 하다.

뚜안이는 충북에 대해 ‘조금 매운 음식 말고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한마디로 말했다. 그가 한국어를 모르던 어학원 시절에도 주변 친구들이 필요한 것이 뭔지 먼저 챙겨주고 친구로 받아줬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는 “3년 동안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은 혼자 자취를 할 정도로 불편없이 지내고 있다. 몇달 전에 헤어졌지만 한국 여자친구도 사귀었다”고 말했다.
신세대 중국인에 비친 청주는 공기좋고 평화로운 살고 싶은 도시라는 것.

그는 “청주의 친구들이 외국인이라고 이상하게 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단지 언어의 차이와 지금껏 살아온 과정이 달랐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들이 있었을 뿐이다. 청주가 아니라 중국에서 만나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뚜안이는 한국에서 취업해 경력을 쌓은 뒤 두 나라를 오가며 호텔이나 관광 분야 사업을 하고 싶은데 더 한국을 알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걱정했다.

뚜안이는 새로운 문화의 장벽 앞에 당황하고 겁내는 이방인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중국 젊은이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린텍코리아 공장장 오시마 마사히로
‘고집스러움에 시야만 넓히면 좋겠어요’

▲ 오시마 마사히로(린텍코리아 공장장)
오창과학산업단지 외국인투자지역에 위치한 린텍코리아 오시마 마사히로 공장장. 이 일본 경제인이 2005년 처음 와서 본 ‘충북’의 첫인상은 ‘무뚝뚝하고 고집스러움’이었다. 하지만  오창에서 생활한 지난 4년 동안 그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우선 ‘무뚝뚝함’은 외국인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 첫 인상은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먼저 다가가면 쉽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게 충북사람들이었다고.

오시마 공장장은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한국어를 몰라 대화가 안 될 때에도 먼저 내 생각을 이해하고 잘 챙겨준다. 이런 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회사에서도 큰 불편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인, 기업인으로서 오시마는 충북사람들의 ‘고집스러움’을 거론했다. 자기 분야에 애착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와 함께 시야를 넓혀 연관된 다른 분야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집스럽다는 것은 단점이 아니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의 일까지 함께 볼 수 있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기업환경에 대해서는 충북을 고가격 고품질 제품 생산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비용적인 면은 유리하지 않지만 근로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

그는 “기업의 입장에서 충북은 수준 높은 기술과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로 판단해야 한다. 이곳의 기술자와 근로자들의 능력도 매우 좋다. 품질로 세계를 공략하려는 기업은 충북을 한번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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