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첫 재건축사업, 20개 재개발·재건축사업 바로미터
일반분양 52%,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조합원 매물 쏟아져

도내 최초의 주택재건축사업인 '사직2·3단지 재건축사업'이 지난해 5월 총 3599세대 가운데 조합원에게 분양된 세대를 제외한 978세대에 대해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조기분양을 자신했지만 사직2·3단지 재건축사업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재 분양률이 5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입주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조합원들이 일반분양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아파트를 내놓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청주사직주공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이 시행하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공동 시공한 사직2·3단지 재건축사업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저조한 일반분양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사업은 청주 최초의 재건축사업이라는 점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다른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내 최초 주택재건축사업인 사직2·3단지 재건축사업의 행보는 현재 청주 구도심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07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분양이 마무리된 후부터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조합원들이 어렵게 중도금을 납입해온 것을 감안하면 9월 21일 마지막차 중도금만을 남긴 지금, 일반분양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33평 남향을 기준으로 일반분양가는 2억4400만원인데 매물로 나온 조합원 아파트는 2억 500만원~2억 1000만원선에서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과잉공급도 원인이다.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넘겼고, 수요는 정체상태인 것과 달리 지속적인 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별다른 인구증가요인이 없다. 하지만 율량 ·동남지구 1만 8000세대, 오송생명과학단지 4만 5000세대 공급이 예정돼 있고, 청주지역만 해도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곳만 20곳에 이른다. 이곳들이 모두 잠정적인 아파트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아파트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도 시공사가 없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직2·3단지 재건축사업 분양관계자는 “몇몇 시공사 관계자들이 분양 현황과 청주 주택시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사무실을 다녀가기도 했다. 하지만 청주지역 아파트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롯데·대우도 이 정도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건축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데다 굴지의 건설사인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공동 시공한 ‘푸르지오캐슬’이 일반분양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을 이 같은 대외적인 환경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분양을 준비하던 지난해 롯데·대우 공동사업단 측은 도심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초대형단지라는 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조기 분양을 자신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재건축 아파트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은 일반적인 주택개발사업과는 달리 조합이 시행을 맡게 되고, 사업기간도 길다보니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한 조합원들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줘야하고 시공사도 이익을 남겨야한다는 점도 아파트의 질적인 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투자가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금융권 대출을 통해 중도금을 납입하고 있지만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도 매매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 또한 전매를 통해 차익을 보려했던 투자자들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되팔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기대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양받은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한 조합원은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 말 그대로 그림같은 환경을 상상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최근 완공된 아파트나 건설 중인 아파트와 비교해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마감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 또한 재건축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푸르지오 캐슬은 2005년 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일반주택개발사업보다 2배이상 기간이 소요된 것이다. 수요자는 최신 유행에 익숙해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샘이다.

분양관계자는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 일부 아파트와 비교하면 마감재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는 최고 수준”이라며 일반적인 아파트와 비교를 거부했다.

한 관계자는 “사직 2·3단지 사례를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추진중인 20곳은 모두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토지주들은 재개발을 통해 큰 재산상 이익을 볼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다. 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면 3.3㎡당 분양가는 900만원을 웃돌 것”이라며, “넘쳐나는 아파트만 짓기보다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도 안 되는 대형아파트 왜 짓나?

푸르지오캐슬 분양사무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분양 978세대 가운데 505세대가 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지오캐슬은 83㎡형, 94㎡형, 110㎡형, 132㎡형, 155㎡형, 173㎡형, 216㎡형으로 나눠 분양했다. 가장 많이 분양된 아파트는 110㎡형으로 85%가 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아파트보다는 110㎡형 이하 아파트가 많이 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청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남향을 선호하는 지역적 특성이 더해져 동향 아파트 분양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대형아파트를 짓는 이유는 하나다. 이윤을 남겨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형아파트만 짓게 되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대형아파트일수록 3.3㎡당 분양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공사의 이익률이 적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일수록 대형 아파트 비중이 높아진다. 하지만 분양이 안되면 골치를 썩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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