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호 신임 대표 “개인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
주민 토지수용 반대소송·조성원가 상승 ‘산 넘어 산’

올초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던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청주시의 예상과는 달리 산업은행의 PF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며 착공시기를 짐작할 수도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곽승호 전 청주시 도시관리국장이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 개발주체인 (주)청주테크노폴리스자산관리 대표에 취임해 위기의 청주테크노폴리스호를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지연으로 인한 토지매입비 상승분 등 조성원가 상승으로 높아질 분양가로 인해 산업단지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한 청주테크노폴리스의 믿는 구석이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청주 신규공장 시설투자 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40%가량 축소해 조성사업 자체에 대한 비관론마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흥덕구 강서2동 일대에 조성할 계획인 청주테크노폴리스가 사업비 조달 수단인 PF가 여의치 않아 1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일 취임한 곽승호 신임 대표가 위기의 청주테크노폴리스를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청주테크노폴리스가 조성될 강서2동.
청주시 흥덕구 강서2동(향정·외북·내곡·화계·문암·송절동) 일대 325만5162㎡ 부지에 총 사업비 1조2천87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민·관 합동개발사업인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은 지난 2007년 8월 조상사업 규모를 확정하고 개발계획(지구지정)와 사전환경성검토 주민공람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실시계획수립용역 중에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0월부터 토지와 지장물에 대한 보상이 시작됐어야 했지만 이에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조성사업에 15%를 출자한 산업은행이지만 금융권을 설득해 PF을 발생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PF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곽 대표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다. 하지만 곽 대표는 자신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전국적으로 중단된 PF를 대표가 바뀌었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조해 PF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에 목매다 낭패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금융권의 투자위축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조성계획 수립 이후 전개되는 상황이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업비 조달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당초 청주시가 전망했던 것과는 달리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이후 지방으로 공장 이전을 구체적으로 세웠던 기업 대부분이 사실상 이전계획을 백지화했고, 청주테크노폴리스가 그동안 사전접촉을 통해 의사를 타진해왔던 기업들도 상당수가 이전계획을 백지화했다. 호시절이 지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자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이 더욱 냉담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에는 조성사업 추진 전략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기 위해 청주테크노폴리스 추진전략 수정을 위한 사업추진 전략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신용정보평가는 현재의 경제여건과 금융시장의 경색, 효과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물리적인 준비기간 부족 등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분양과 착공 시기를 2010년 하반기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계획보다 1년이 지연된 것이다.

또한 하이닉스의 대한 기대가 대폭 축소된 것과 연관해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특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하이닉스로 인해 수요창출이 약화된 것을 보완할 수 있는 추가적인 핵심 대기업 유치 등 선도기업 유치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주문했지만, 곽 대표가 취임한 1일 현재까지 나아진 지표가 없다.

단지 첨복단지 확정으로 인해 공동사업자인 신영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도가 나아졌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웰시티 미분양 등으로 신영에 대한 악성 루머가 돈 것도 금융권 PF대출에 걸림돌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첨복단지 유치로 신영에 호재가 생긴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조차 신영 관계자의 설명일 뿐이다.

청주시는 이 같은 우려에 당초 계획보다 추진 일정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조성사업 에 큰 변화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고수했었다.

곽 대표의 답변도 다르지 않았다. 곽 대표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 자체가 하이닉스를 염두하고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야 어렵다지만 경제가 호전되면 하이닉스의 투자계획도 변경될 수 있다. 또한 IT업체가 아니더라도 산단 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지만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분양가 경쟁력 있나
일각에서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이 처음부터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청주테크노폴리스에는 산업용지 123만 5334㎡(생산시설 117만4520㎡, 연구시설 6만814㎡)와 주거용지 87만2445㎡(단독 9만 1369㎡, 공동주택 78만 1076㎡), 상업용지 2만8917㎡, 유통시설용지 6만9314㎡ 규모로 조성된다. 이 밖에 101만5862㎡규모의 공공시설용지에는 교육시설(6만5944㎡), 의료시설(1만3912㎡), 공공청사(1만4904㎡), 종교시설(9241㎡) 등이 들어서며 11만511㎡의 공원과 21만8656㎡의 녹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전체부지 가운데 산업용지는 35% 내외다. 민·관합동개발사업이다 보니 손해를 보는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주거용지·상업용지 비율이 다른 지역 테크노폴리스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다. 다른 산업단지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분양가를 낮춰야 하는데 지금처럼 지연된다면 목표액인 3.3㎡당 80만원대 분양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1년 만에 보상가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상황이 어려워 문제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우리 사업도 이러한 경제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한용수 청주테크노폴리스자산관리 대표이사가 돌연 사의를 표했고, 곽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6개월간 신영의 나세찬 전무가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지난 6월 15일 한 대표의 사표가 정식으로 수리됐다. 현재 한 전 대표는 모 엔지니어링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임기를 남기고 한 대표가 돌연 사퇴한 것에 대해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무수행 능력의 한계 때문이라는 시각과 처우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곽 대표의 인사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정상화해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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