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작목반원 검찰에 진정서 제출
전임 작목반장 공금횡령, ‘빛만 좋은 복숭아’ 실속은 없어

공금횡령 혐의, 소문이 사실?

이름만 들어서는 항상 평온할 것만 같은 음성 햇사레복숭아의 해돋이 작목반이 평지풍파(平地風波)에 시달리고 있다. 전임 작목반장의 공금횡령 혐의로 검찰에 진정을 낸 이 작목반 회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작목반장의 전횡적 자금운영을 명명백백히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 전임작목반장의 공금횡령 혐의가 불거지자 작목반원들은 이를 투표로 제명시키고, 검찰에 진정을 내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음성의 특산물인 햇사레 복숭아.
99년 설립한 해돋이 작목반은 2003년에 농산물기준관리 110개 항목에 적합판정을 받아야 되는 GAP(우수농산물 인증)를 받으면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고, 이후 7명이던 작목반원이 19명으로 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저농약 재배를 실시하면서 명성을 얻게 된 해돋이 작목반은 2005년 친환경농산물 인증도 받게 된다.

명품과일로 인정받고 있는 햇사레복숭아는 음성 감곡이 주산지이다. 감곡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900농가가 각각의 작목반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 중 흙사랑작목반, 생명나눔터 작목반, 해돋이작목반 등이 하나로 뭉쳐서 친환경저농약 재배를 하는 해돋이 작목반으로 2005년 다시 재결성하게 된다. 또 신규회원을 모집해 31명으로 인원을 늘려 나갔다.

해돋이 작목반은 ‘빛 좋은 개살구’
이렇게 출범한 해돋이 작목반은 다른 작목반에 비해 매출이 높은 편이었다고 작목반원들은 말하고 있다. 이 작목반의 한 회원은 “타 작목반에 비해 5000만원 정도는 더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소득은 그렇지 못했다”며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연매출이 7~8억원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작목반원도 늘고 해서 12억5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해돋이작목반이 복숭아를 재배하는 면적만도 40ha에 달하고, 이곳에 복숭아 과수가 1만2000주 정도가 심겨져 있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감곡햇사레복숭아를 재배하는 작목반 중에서도 가장 인정받는 작목반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작목반원들은 “그런 해돋이 작목반이 전임 작목반장인 A씨가 혼자 일군 것처럼 됐다”며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날 이 명성은 해돋이 작목반 회원 전체가 일군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나선다. 이들이 전임 작목반장과 작목반원들로 구분해 공적을 운운하는 이유는 전임 작목반장이 해돋이작목반 운영비로 개인의 치적을 쌓는데 썼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작목반원들은 “A씨가 공금횡령 혐의가 드러나 그만두게 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해돋이작목반은 작년에 31명의 작목반원이 갹출해 1억원의 작목반 운영비를 조성했다. 작목반원들은 이 운영비를 작목반 명의가 아닌 전임 작목반장 개인적으로 전횡했다고 보고 있다. 해돋이작목반은 이마트가 주 거래처였는데 A씨가 작목반을 그만두면서 이마트의 발주도 끊겼다는 것이다. 그 발주가 해돋이 작목반이 아닌 A씨에게 그대로 발주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임 작목반장인 A씨가 쓴 운영비 중 3300만원은 인정되지만 나머지는 근거자료도 없고, 사용처도 없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작목반은 1억400만원 중 5950만원의 출처를 묻는 소명자료를 A씨에게 요구했으나, 밝힐 수 없다고만 말하고 있어, 이에 대해 검찰에 진정을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빙도 없고 해명도 못하는 운영비
해돋이작목반은 매년 11월30일자로 정산을 한다. 작년의 경우도 이날 농협과 자재대금 등에 대해 정산을 했는데도 이후 12월30일 결재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1800만원이 현찰로 인출됐고, 542만원이 송금됐다. 이에 대해서도 A씨는 정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돋이작목반원이 운영자금에 대한 출처를 묻자, 지난 결산보고에서 있던 2007년 이월금 2231만원이 올해 3월30일자로 갑자기 ‘0’원이 됐다. 이처럼 주먹구구식 결산보고로 작목반원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고, 지출내역에 대한 증빙자료도 없어 의혹을 키우게 됐다.

복숭아 300박스(900만원어치)와 복숭아즙 150박스(300만원어치)를 선물했다고 하는데 어디에 선물했는지도 모르겠고, 작목반 어느 누구도 이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6000만원 정도를 횡령한 것으로 보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전임작목반장의 공금횡령 의혹이 일자,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작목반에서 제명시켰는데, 당사자와 총무를 제외하고 총 26명이 참여해 찬성 20표, 반대 1표, 기권 5표가 나와 제명하게 됐다.

A씨는 해돋이 작목반과 같이 해 왔다. 04년부터 공금횡령 의혹으로 제명 투표를 가진 09년 3월까지 반장을 역임했다. 5년 동안 반장을 맡아오면서 공금횡령에 대한 의혹을 몰랐나 싶은데, 작목반원들은 2007년까지는 정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08년 매출이 크게 늘면서부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A씨는 얼마를 횡령했을까?
작목반은 A씨가 6000만원 정도를 횡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비 횡령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2월3일자로 다시 A씨로부터 결산보고를 받았다. 이날 A씨는 2007년에서 2008년으로 이월된 2231만원이 ‘0’원이 되었다. 2008년 결산보고에서는 있었던 이월금액이 올해 들어 갑자기 ‘0’원이 된 것이다. 갑자기 살아진 2231만원과 작목반원들이 걷은 운영비 8100만원을 합하면 1억400만원이 있어야 할 돈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작업장 운영, 거래처 시판행사, 선진지 견학, 홍보비 등에 쓰인 3300만원과 2008년 이월잔액 1150만원을 뺀 나머지 5950만원은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횡령금액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운영비로 쓰인 3300만원도 증빙자료와 지출내역이 없는 금액도 많다며 이에 대한 출처에도 의혹을 갖고 있다.

31만원짜리 복숭아의 주인공도 A씨
복숭아 한 상자의 가격이 31만원이었던 적이 있다. 고가의 복숭아 출현으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도 바로 A씨다. 작년 7월 말 가락시장에서 4.5㎏ 한 상자의 경락 가격이 31만원에 낙찰됐다. 한 상자에 복숭아 11~12개 들이 11상자가 경매에 부쳐졌는데, 역대 최고가 낙찰로 당시 관심을 모았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과연 정상적이었을까? 해돋이 작목반원들이 이 일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들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생산자인 A씨 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이니까 비정상적인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수농산물 인증에다 친환경농산물 인증까지 받자 명품중의 명품으로 인정받은 해돋이 작목반 복숭아에 대해 농협중앙회에서 홍보비조로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당시 작목반장이었던 A씨는 이 포상금을 평소 친분이 두터운 가락시장 모 청과 직원에게 이 포상금을 전달하고, 특별히 제작한 11상자를 경매에 올릴테니 응찰해 341만원에 낙찰해 달라는 사전 모의를 해놓았다는 것이 해돋이 작목반원들의 증언이다.

결국 모 청과는 A씨가 건네준 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1만원에 구입한 셈이 된다. 다시 말해 모 청과는 제 가격을 주고 산 셈이 되고, 부풀려진 복숭아 가격으로 A씨는 유명세를 치르며 자신의 복숭아 판매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농협중앙회에서 지원한 홍보비 300만원의 사용처를 나중에 알았다는 해돋이작목반원들은 “주목받아야 할 해돋이작목반의 유명세가 A씨의 유명세로 돌아가게 됐다”며 “A씨 개인 홍보비로 쓰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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