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만난 수많은 젊은이들을 ‘휴양과 영화’의 만남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정열을 소비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관람객은 한눈에 봐도 20대의 청춘들. 그들은 하나같이 작은 캐리어 혹은 배낭을 들고 샌들에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커다란 배낭을 풀면 곧장 야외용 텐트와 버너가 나올듯한 차림새는 영화제가 곧 이들에게 휴가임을 알게 해줬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해마다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행사를 꾸리고 있다.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하다가 한 달 전 스텝들이 내려와 최종 행사를 점검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질적인 성장을 내세우며 새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OST 뮤지엄, 영화음악 아카데미 및 포럼 등을 개최해 영화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국제경쟁부문 섹션과 음악영화 사전제작 지원 사업 등을 벌이며 장르영화제로서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적은 예산을 갖고 움직이지만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음악’이 주는 대중성과 콘텐츠의 차별성 때문이다. 게다가 청풍호반에서 펼쳐지는 영화음악 콘서트 ‘원 썸머 나잇’은 록음악이 갖는 일탈성과 맞닿으며 젊은 관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젊은 관객들은 기꺼이 하룻밤을 음악과 영화와 함께 보내기를 허락한다.

올해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게리루카스가 독일 최초의 무성영화 <골렘>을 라이브 연주로 들려주는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 본 공연 ‘원 썸머 나잇’은 해마다 유명가수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공연열기로 뜨겁다.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보면서 앞으로의 발전가능성 중에 하나로 ‘자원봉사자’들을 꼽고 싶다. 이른바 ‘알바’가 아닌 자발적인 봉사를 위해 모인 이들의 열심과 친절, 자긍심에 정말 놀랐기 때문이다. 올해는 3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는데 이중 800명만이 선택(?)됐다고 한다. 대부분 영화학도인 이들은 매표와 길안내 등 영화제 구석구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한편 청주로 내려오면서 시청 앞에 걸려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자원봉사자 모집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공예비엔날레에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수는 미약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시민 도슨트 20명이 전시 가이드를 담당하게 되며, 페어관에서도 샵 매니저 20명을 모집해 전시안내 및 판매에 나선다고 한다. 또 행사기간 내 시민홍보대사와 자원봉사자 1800명이 행사장 안팎에서 활동한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참여뿐만 아니라 지역의 젊은이들, 아니 전국의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짧게나마 제천국제영화제가 갖는 유희성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도 투영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영화제 자체가 소비의 즐거움을 주듯, 공예축제도 심미안적 욕구 충족과 더불어 청춘을 소비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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