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시의회 의장 인사개입설…'정당한 권한' 주장
청주시 하위직 공무원,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 사기저하"

인사는 만사라 했던가. 청주시의 인사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는 총액인건비제가 시행되는 올해부터 청주시 지방공무원 정원규칙까지 일부 개정하면서 최근(7월1일자) 6급 이하의 하급직 공무원에 대한 승진인사를 대폭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비교적 연공서열과 직렬, 직급을 안배한 안정된 인사란 평가가 내려졌다. 더욱이 하급직 인사정원을 대폭 늘리면서 인사적체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이란 기대까지 낳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명이 승진하는 6급 행정직 인사에서 53명의 승진대상자 중 종합순위 31위의 의회사무국 직원이 승진한 것을 두고 하급직 공무원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이는 무려 11계단이나 뛰어 올라 승진한 것으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행정직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 최근 단행된 청주시 6급 승진과 관련해 청주시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서안배 때문에 승진순위가 안되는 사람이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더구나 공무원들 사이에선 전직 시의회 의장의 인사 개입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의회 사무국 직원이 전직 시의회 의장의 수행비서로 2년을 지냈고 이를 인연으로 전 의장이 승진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직 시의회 의장은"수행 비서를 2년 지낸 것은 맞다"며 "개인적으로 인사를 부탁하면 청탁처럼 보일 것 같아 지원 부서인 의회사무국 직원이 승진할 수 있도록 현 시의회 의장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고용길 청주시의회 의장은 "의회 사무국은 지원부서로 근평과 다면평가를 합산한 종합순위로 승진을 시키면 승진할 사람인 한명도 없다"며 "의회 사무국 직원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한명 정도는 승진을 시켜 줄 것을 시장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고 의장은 "이는 대가성 인사는 아니다"며 "시의회 의장으로서 지원 부서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승진을 요구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순위대로라면 평생을 가야 승진을 못하는 지원 부서에 대한 부서 안배를 한 것은 사실이다"며 "시의회 의장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의회 사무국 등 지원(격무)부서에 대한 승진 안배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청주시 한 하위직 공무원은 "부서안배도 특혜가 아니냐"며 "특정인사 밀어주기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 시킨다"고 말했다.

전·현직 의장 인사 개입설 논란
사실 의회 의장의 인사개입설은 지난 2007년 4월 오장세 전 도의회 의장과 정우택 도지사의 정실인사 조사권 발동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표면화 된 적이 있다. 당시 집행부의 의원에 대한 로비 의혹설이 불거지면서 끝내 조사권이 발동되지 않았지만 인사를 둘러싼 의회와 집행부의 불편한 관계는 여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인사철만 되면 시의회의 공공연한 인사 청탁이 끊이지 않는다"며 "이번 인사에서도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자리에서 부서별 안배에 대한 주문은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집행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시의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인 만큼 열심히 일하는 지원부서 공무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승진인사 시 배려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장기적으론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의회사무국 공무원들에 대해 인사권을 의회 의장에게 일임하는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남 시장은 "인사는 시장의 재량권인데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에 대한 부서 안배도 하지 마라면 이는 일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지난 2006년 6월 당선자 시절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강조했다. 심지어 남 시장은 '일부러 학연을 배제 시킨다'는 역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이 때문인지 2007년 1월1일자 인사에서 이미 정년을 맞은 이화규 전 흥덕구청장을 비롯해 양구청장과 상당·흥덕 보건소장, 정년을 앞두고 있는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등 출연기관까지 청주고 출신에게 돌아갔다.

잦은 인사원칙의 변화가 불만요인
이를 두고 남 시장은 "이제 모두 정년을 맞고 강대운 서기관 한 사람만 남았다"며 "학연주의 눈총 때문에 오히려 능력 있는 인사 기용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남 시장은 이후 인사에서 비교적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로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지난해 6월 부시장 선임문제로 충북도와 갈등을 빚으면서 인사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근무평정에 불만을 품은 사무관 승진대상자가 순위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진통을 겪었다. 해당 인사는 정년을 몇 년 앞두고 파면 위기에서 남 시장의 탄원서로 결국 직무정지 3개월이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한직으로 발령받은데 이어 징계까지, 이중징계란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부당 징계처분 무효(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같은 해 12월말에는 음식물 쓰레기 감사에서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두 인사를 서기관으로 승진시켜 양 구청장으로 발령 내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또 올해 초 들어서는 승진순위에서 밀리는 한 인사를 서기관으로 승진시킨데 이어 직렬안배 차원이라지만 가장 나이 어린 사무관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파격인사를 이어갔다.

남시장 "열심히 일한 대가일뿐"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승진 순위 조작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청주시 인사는 근평 70%에 다면평가 30%를 합산해 종합순위로 승진대상자를 가린다. 국별 안배를 한다 해도 경쟁률이 높은 국은 다면평가 가점이 높아 결국 경쟁률이 낮은 국보다 종합순위에서 높게 되고 부서별, 국별 좋은 근무평정을 받았다 해도 다면평가에서 순위가 크게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 시장은 "서기관 승진의 경우 명예 퇴직자의 직렬을 고려해 후임을 결정했을 뿐이고 해당 인사는 친화력과 업무 추진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남 시장은 양구청장의 인사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큰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다가 받은 징계다"며 "충직한 부하 직원에게 일한만큼 대우를 해 주는 것은 신상필벌의 기본적인 인사원리다"고 덧붙였다.

항간에선 남 시장의 이 같은 인사잡음에 대해 연공서열보다 성과중심의 인사를 중시하는 파격적인 인사행보에 있다고도 지적한다. 남 시장은 지난해 9월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승진할 생각도 하지 마라'는 성과중심의 인사원칙을 발표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매너리즘에 빠진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하려는 내부고심에 의한 결과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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