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교 중심 인맥 대결·부족한 인물난 부추겨
견제기능 시민단체도 전무, 독선 제어장치 없어

현 정부 출범이후 추진된 한반도 대운하사업의 최대 수혜지로 꼽혔던 충주. 비록 사업이 백지화 돼 4대강 정화사업으로 축소, 전환됐다고는 하지만 충주에 대한 전국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여기에 한반도 중심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건설되는 광역 교통망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그 어느때 보다 높은 발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한때 충청 최대 도시였던 충주. 현정부 출범 이후 발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출신교 중심이 인맥과 인물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충주의 현실은 실망에 가깝다. 인구 등 수십 년 째 변하지 않는 도시 규모, 빈약한 인물난, 견제와 참여를 이끌 시민단체 조차 전무하기 때문이다. 충청도 최대 중심 도시라는 영광을 되찾기 위해 충주가 풀어야 할 숙제를 진단하고 전망해 본다. /편집자

취약한 지역 인프라

지난 4월 현재 충주시의 인구는 20만8850명이다. 정부의 도농통합정책으로 주변을 둘어싸고 있던 중원군과 통합한 1995년의 21만3353명 보다 4503명 감소했으며 30년전인 1979년 21만8951명에 비해 1만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증가는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 65세 이상 충주시 노인인구는 1만2642명으로 전체의 11.8%에 머물렀지만 2003년 13.1%, 2005년 14.6%로 증가하더니 2007년에는 1만6255명, 15.5%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청주시 7.7%의 두 배가 넘으며 증평군(12.6%), 제천시(14.2%), 청원군(14.3%) 보다도 높은 것이다.
사업체 또한 2000년 이후 1만4500여개로 거의 정체상태에 있으며 오히려 300인 이상 대기업은 2004년 8곳에서 2007년 6곳으로 2개나 줄었다.

정체 내지 후퇴하고 있던 충주 지역사회에 한반도대운하나 4대강 정비 등 현정부 들어서 추진되고 있는 대형사업들로 인한 기대는 예상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충주는  2002년 중부내륙고속도로의여주~충주 구간이 개통돼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큰 변화를 실감했다. 비록 전체 302.9㎞중 41.6㎞만이 부분개통 됐지만 충북선철도와 국도를 제외하고 광역교통망이 취약했던 충주지역에 커다란 변화가 일었던 것이다.

충주시 관계자는 “대운하사업이 추진됐을 때 충주시민들에게 환경파괴 같은 반대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수면 물류산업의 중심이 되고 대규모 지역개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우 큰 기대를 했고 실제 이를 대비한 TF팀이 구성되는 등 능동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충고 아니면 농고, 단순한 인맥

인구 20만이 넘고 한때 충청도 최대 도시였던 충주지역사회는 지나치리만큼 인맥 형성 구조가 단순하다.

특히 지역 여론이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충주지역의 특성상 출신교 중심 인맥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주지역에서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학교는 충주농업고등학교와 충주고등학교다. 충주농고는 1930년 충주실업고등학교로 개교한 뒤 1980년 농고로 개명했으며 충주고는 충주실고 보다 10년 늦은 1940년에 개교해 충주지역사회 인재배출의 요람이 돼왔다.

충주고는 특히 추첨이 아니라 학생들을 선발하던 70~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년 서울 명문대학에 100명 이상씩 합격시키는 명문고로 성장해 충주농고(옛 충주실고)와 경쟁 아닌 경쟁을 벌여왔다.

실제 현재도 충주시 산하 6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 336명 중 충주고 88명, 충주농고 68명 등 두 학교 출신이 156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지역출신 한 인사는 “현재는 충주농고 출신이 많이 줄어 충주고 출신과 비슷한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한 때 충주시 공무원 1500여명 중에 충주실고 출신이 400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안다. 두 학교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지역 토박이라면 웬만큼 아는 사실이다. 공직사회 문제는 아니었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한 충주고 출신 이원성 전 의원과 청주고 출신 당시 이시종 시장이 기싸움의 이면에 학맥도 작용했다는 이견 나오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농고도 농고지만 충주고 동문들은 과거 지역 인재 상당수가 외지로 진학했던 점을 들며 지역학교 출신들의 단결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선시장을 지낸 이시종 국회의원이나 한창희 전 시장은 충주가 고향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를 청주로 진학해 서울 소재 대학을 나와 귀향한 경우이며 충주고 출신 시장은 현 김호복 시장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충주고 동문은 “학맥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 간부공무원들중 충주고 동문이 가장 많지만 주요 요직은 다른 학교 동문들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그 사람 인물난

충주지역사회의 출신교에 의한 단조로운 인맥이 취약한 인물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선시장 출신은 관선을 포함해 내리 3번 연임한 이시종 현 국회의원이 유일하다. 한창희 전 시장은 재직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뒤 사실상 지역에서 퇴장한 상태며 나머지 한사람은 현 김호복 시장이다.

국회의원 또한 충주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충주고 출신의 이택희 전 의원은 정계를 떠났고 이원성 의원도 16대 국회에 진출했으나 건강이 악화돼 정치활동을 접었다. 충주실고 출신의 6선의원을 지낸 이종근 전 의원도 2003년 작고해 정계 인사는 이시종 의원이 큰 산을 쌓은 모습이다.

경제계 또한 두드러지는 인물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후렌드리호텔과 대영베이스CC를 운영하고 있는 류인모 회장(충주상공회의소 회장) 외에 이렇다할 인물을 찾기 힘든 상황.

최근 남승현 (주)마주코통상 회장이 충주시 신니면에 동촌CC를 추진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역시 수도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인사는 “충주고가 80년대 중반까지 선발제로 운영되면서 많은 중학생 인재들이 청주나 수도권 등 대도시로 진학했다. 이들은 외지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충주와의 끈이 느슨해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정치하겠다고 고향을 찾는 인사들은 정년퇴직을 앞둔 공직자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견제 없는 회색도시, 천연색 입히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지역사회 주도권은 공직, 특히 시장 개인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한차례의 관선과 두차례 민선시장을 지낸 이시종 의원의 카리스마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인사는 이 이원에 대해 “해박한 행정지식과 실무, 그리고 추진력을 갖춘 리더다. 강한 추진력은 때로 독선으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에 대항할 인물을 찾기 힘들만큼 지방자치 이후 충주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원성 전 의원과 벌인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에서도 드러나듯 지역의 거의 모든 영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뻔히 드러나는 단순한 인맥구조와 인물난은 충주가 변변한 시민단체 하나 없는 단색깔의 도시로, 보수도 아닌 보수 도시로 머물게 만들었다는 게 젊은 세대들의 분석이다.

충주환경운동연합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정 전반의 견제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최근 출범한 충주경실련 또한 참여 인사들을 볼 때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40대 초반의 한 지역인사는 “출향인사 중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나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장관, 최경록 전 교통부장관 등 유명인사들이 많지만 정작 충주지역에는 이렇다할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취약한 인프라와 출신교 중심의 단순한 인맥에서 비롯된 지역 특성이 인물난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여론을 비교적 쉽게 형성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겠지만 견제와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가 존재해야 필터링 구실도 할 수 있고 지역이 더욱 건전해 지는 것”이라며 그 예로 지난해 전국적 유명세를 탔던 충주시의원들의 해외 성매매 의혹 사건을 들었다.

해당 의원들의 주민소환이 실패한 배경에 이같은 지역정서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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