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금고까지 인수...도내 시·군 금고 천하통일

속으론 쾌재 부르면서 겉으론 “별 이익 없다” 엄살‘농협의 영토확장 야욕은 어디까지인가.’

시·군 기초자치단체와 충북도, 충북교육계의 금고(金庫) 영토가 온통 농협 깃발로 나부끼게 됐다. 지난달 19일 충북농협 입장으로선 도내에서 유일하게 미점령 지역으로 남아있던 청주시 금고의 ‘열쇠’마저 손아귀에 틀어쥠으로써 ‘지존’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

충북농협은 이로써 도내 12개 시·군 금고를 싹쓸이하게 됐다. 게다가 충북농협은 충북도 금고와 교육금고까지도 오래 전부터 장악한 상태다.

충북농협은 지난 9월 19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청주시금고 수주전에서 기존의 영주인 조흥은행을 제치고 청주시 금고까지 장악했다. 이처럼 금고유치 경쟁에서 승승장구하는 농협의 거칠 것 없는 진군이 계속되자 금융계의 부러움반 한탄반의 탄식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특히 옛 충북은행의 조직을 흡수한 조흥은행의 경우 농협에 잇따라 영토를 빼앗기거나 금고 유치전에서 패배하면서 입은 상처 때문에 단순한 상실감을 넘어 깊은 충격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옛 충북은행은 충북농협과 당시 제일은행 등이 참가한 충북도 금고 수주전에서 농협에 패배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 때문일까. 충북농협은 청주시 금고 수주전에서 승리한 이후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듯 표정관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겉으론 조용하게, 그러나 속으론 달콤한 승리의 열매를 만끽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충북농협은 “사실 청주시 금고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으려다 뒤늦게 청주·청원농협지부차원에서 뛰어들었다”며 “농협이 재무구조 등 안정성에서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은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같다”고 심상하게 말했다.

아울러 농협은 “요즘은 시·군 금고를 유치해봐야 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 “경쟁에 패한 조흥은행, 특히 충북은행 출신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청주시 금고 유치를 계기로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의 시선을 회피하려는 노회한 전술의 냄새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금융전문가들은 “과거만큼 시·군 금고가 매력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크고 금고유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징적 효과가 대단하다”며 “농협의 태도를 좋게 보면 겸손이지만 역으로 ‘그러면 왜 금고유치전에 뛰어들었겠느냐’는 질문 앞에선 억지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예산규모는 4000억원대에 이르는데, 은행의 잔고개념으로 보면 평잔(平殘)은 1900억원대. 여기에 각종 기금과 공기업 회계까지 포함하면 2600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런 정도의 금고 규모라면 금고 운영을 전담하는 인력의 인건비오 점포유지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도 운용수익은 충분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쉽게말해 수지맞는 장사라는 것이다. 게다가 청주시 금고는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이 앞으로 누릴 금고 특수는 ‘별 것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조흥은행 충북본부측은 “청주시 금고야 어쩔 수 없게 됐지만 그렇다면 도금고나 교육금고도 청주시처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공정한 경쟁이 확보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쨌든 농협은 이번에 청주시 금고를 유치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형식적이나마 유지돼 온 농협-조흥은행(과거 충북은행)간 2각 경쟁체제의 틀을 깨고 충북의 금고시장 전체를 농협 깃발로 통일시킨 셈이 됐다. 농협의 완벽한 독주체제가 굳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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