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CJB청주방송 PD

“무언가를 전문용어 없이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라는 옴짝달싹하기 힘든 확실한 명언으로 시작하는 책이 있다.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이 쓴 <엘레건트 유니버스(Elegant Universe)>인데, 우주의 원리를 우아하게 설명하겠다는 다짐답게 일상적 언어표현으로 어려운 물리학의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불세출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20세기초의 창조성이 뛰어난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공간과 시간, 중력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안함으로써 수백년 물리학계를 지배했던 뉴턴 물리학을 넘어서는 심오한 진전을 이뤘으며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브라이언 그린’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중력과 전자기력등 모든 힘들을 하나의 통일된 원리로 설명하는 통일장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아인슈타인에 대한 헌사로 말문을 연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은 오늘날, 후배 과학자들에 의해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으로 살아났으며 <엘레건트 유니버스>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고난이도 물리학의 추상적인 개념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지적 즐거움이 넘치는 책이자, 초끈이론의 단초를 마련한 아인슈타인을 친근하게 여기게 만들어준 유익한 책이다.

<엘레건트 유니버스>를 접하며 학창시절 ‘세상이 모두 상대적이다’며 상대성이론 시험답안을 엉터리로 써낼 수 밖에 없었던 그 어려운 아인슈타인을 새롭게 만났고, 아인슈타인과 닮은 노교수를 떠올렸다.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딴 AE연구소를 운영하며 전국에 산재해있는 싹수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는 김영대교수다. 1958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충주고 교사, 청주교대 교수를 거쳐 72년부터 충북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0년 2월 정년퇴임했다.

퇴임 후 곧바로 자신의 집 근처에 허름한 사무실을 마련, AE연구소 문을 열었다. 과학꿈나무 양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 하나로 시작한 연구소는 그동안 200여명이 넘는 학생이 거쳐갔고, 과학영재고와 카이스트는 물론 외국 유수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까지 배출하고 있다. 김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장 시절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학생회 간부를 처벌하라는 교육당국의 지시를 어겨가면서까지 보호했다고 한다.

또한 학교 보직마저도 연구활동에 걸림돌로 여겨 사퇴할만큼 평생을 공부에 매달려온 자신 스스로가 성실한 ‘학생’이다. 최근까지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등 현대물리학에 대한 스스로의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청주와 충주, 단양은 물론이고 서울까지 오가며 정기적으로 과학꿈나무를 위한 토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어린 학생들의 과학적 재능을 키우기에 전념해왔다. 그 어려운 물리를 영어로 강의하게 하는 것도 특별하다.

노교수의 열정을 학창시절부터 익히 알아온 제자들이 스승의 공부대열에 함께 하며 힘을 보태는 것도 의미있다. 벌써 10여년을 스승의 길을 함께 걸어온 제자들은 현직 중고등학교 과학교사들이다. 술이나 인간관계로만 맺어진 인연이 아닌 스승의 열정이 씨앗이 되어 이뤄진 관계라는 점이 그야말로 ‘교육적’이다.
매년 가을, 노벨상이 발표되는 계절이면 우리사회는 열병을 앓는다. 고은 시인이 몇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이야기며, 이웃나라 일본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몇 명 배출했다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우리 스스로를 살피곤 한다. 거기까지다.

물리학은 모든 과학의 기초학문이다. 단순한 기초학문이 아니라 국가 발전에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학문이다. 과거 천재들이 선망하던 학문이지만 지금은 인기가 떨어졌고, 우수한 인재들은 의대로 진학하는 분위기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사교육’을 펼치는 아인슈타인같은 노과학자. 이런 사교육,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키워나감이 마땅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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