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숙 키즈클럽 ‘아이뜰’ 원장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하루의 장을 열어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아이들을 맞으러 현관으로 나선다. 아이들은 자기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친구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소리 높여 인사를 한다.

그리고 각자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쫑알쫑알 이야기 한다. 우리아빠 술 먹고 늦게 와서 엄마한테 혼났어… 저마다 아이들이 집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9시 뉴스보다 더 실감나게 소식을 전해준다. 난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이들의 볼을 어루만져 주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행복감에 젖는다.

오전 간식시간 이때가 되면 선생님들의 구원 요청이 이어진다. 몇몇 아이들이 김치와 야채를 안 먹고 애를 태우다가 나를 부르는 것이다. 오늘 메뉴가 이 녀석들이 제일 싫어하는 버섯 죽.“얘들아. 다음 주엔 몸이 불편한 장애 친구들에게 휠체어도 밀어주고, 그 친구들에게 어깨도 빌려 주고, 대신 손이 되어 놀이도 함께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을 하려면 너희들 몸이 튼튼해야 하는데. 지금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용기일거야. 그 용기를 비비추반 친구들과 원장님이 보내줄게, 자! 주문을 외워봐‘내 몸에 주인은 나야, 난 버섯을 먹을 수 있어. 난 김치도 좋아해’, 어때 용기가 생기지”아이들은 마법에 걸린 듯 버섯 죽과 김치를 입에 넣어 보지만 얼굴 표정은 여~엉~ 아니다. 친구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나는 먹기 위해 애써 준 아이들에게 이름을 부르며 고마워~를 연발한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금메달을 딴 선수마냥 해맑고 늠름한 미소가 가득하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아이들 부모님들은 맞벌이 부부 또는 영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분들이다. 이곳‘키즈클럽 아이뜰은 비영리 시민단체인 충북시민문화센터가 아동보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아동잠재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보육지원이 없는 주민보육서비스시설로 부모님들 역시 보육지원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 지역민과 함께 육아에 대한 사회적 양육시스템을 마련하고 아동권리보호, 부모의 역할 보충, 질적 양육환경 조성 및 신체발달, 개방형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에듀케어시스템 “아이뜰”이라는 이름으로 대안적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요즈음 들어 어려운 경제 여건 탓인지 야간 보육서비스에 대한 문의와 이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야간10시까지 전문 에듀케어 선생님이 양질의 저녁식사, 미술놀이, 동화 구연 등 야간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더 이상 아이들의 양육문제로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을 사회에 펼쳐보지 못하고 퇴직을 고민하며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양육의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 국한하거나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사회문제로 하루빨리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에 보육시설에 대한 현실적인 예산확충 마련 및 공보육 실현을 위한 국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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