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씨의 장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에 나오는 권씨.

출판사에 다니던 권씨는 집 장만을 해 볼 생각에 철거민 입주권을 얻어 광주 대단지에 20평을 분양받는다. 그러나 시청은 이런 저런 명목으로 땅값을 올리고, 감당할수 없는 세금을 부과한다.

권씨의 집장만의 부푼 꿈은 곧 허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 개발이 사실은 그 안에 있던 원주민들의 돈을 빼앗고, 더불어 쫓아내기 위한 술책임을 알고 거대한 분노로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소요를 일으키고, 권씨는 주동자로 지목되어 옥살이를 하게된다. 30년전에 쓰여진 이 소설의 권씨가 새삼 주목받는다.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극 이후에 원주민들을 내쫓는 재개발의 문제가 지적되면서부터 사람들은 다시 3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권씨를 주목한다. 2억여원을 들여 새로 치장한 호프집을 2000만원의 보상금만 받고 쫓겨나는 용산 철거민과 30여년전의 권씨. 그들의 삶은 정확히 일치했다.

그럼에도 용산 참극이후에도 권씨의 삶은 내게 쉽게 다가오질 않았다. 여전히 생경했다. 그러나 우진교통의 차고지문제에 대해 주공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서 권씨의 삶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한주택공사, 청주동남지구 대규모 택지개발을 하면서 우진교통의 차고지를 강제수용할 예정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 남고 싶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요구한다. 우진교통은 이에 반발한다. 도저히 나갈수 없는 처지이니, 그냥 있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자 주공은 손실을 이야기한다. 우진교통차고지를 개발에서 제외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댄다. 무슨 손실인가! 개발로부터 얻을 이익을 얻지 못한댄다. 미래의 기대이익을 현실의 손실로 둔갑시키며 우진교통의 요구를 한방에 묵살한다. 미래의 기대이익과 현재 260여명의 생존권. 주공은 260여명의 생존권 대신에 개발이익을 선택했다.

30년전 권씨와 우진교통. 그들은 시간을 거슬러 어떻게 동일한가! 이들은 개발의 원주민이면서도 한푼의 개발이익도 얻지 못한다.

오히려 개발로 인해 쫓겨날 처지이거나 쫓겨나게 된다. 재개발의 본질을 깨닫고 생존권을 건 싸움을 한다.

소설에 나오는 권씨의 삶이후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주공이 청주동남지구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은 30년전의 그 시간이다.

그래서다. 주공 충북본부장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애면글면, 힘들게 살아가는 우진교통 아저씨들의 고달픈 처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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