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도내 언론사엔 보안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상주해 기사를 검열했다고 합니다. 도내 한 TV방송국의 A선배는 그 당시 보안사 하사관이 자리를 비우면 보안사 소속 방위병에게 검열을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보안사 소속 방위병에게 검열을 받을 때 그 선배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는 언론사에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상주했으나 기사를 모두 검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5공화국 초창기엔 기사 검열을 대폭 강화하면서 방위병에게 기사 검열을 받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5공화국 당시와 비교하면 요즘은 기자들이 검열을 걱정하면서 기사를 쓰는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기사를 쓰기에 앞서 “이 기사를 써도 되나” 며 고민한 경험은 모든 기자들이 갖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기사로 가까운 지인들이 피해를 입거나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이 싫어 노트북을 덮는 사례는 아주 흔합니다. 학연과 지연의 올가미를 벗어날 수 없는 중소도시는 ‘자기 검열’에 익숙한 기자들이 대도시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기자동네 이야기’를 매주 쓰고 있지만 예민한 주제는 가급적 피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기자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필요하다며 민감한 주제를 피해가는 것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다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결국 자기 검열에 익숙한 기자들의 알맹이 없는 글은 독자들이 더 잘 알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사를 쓰면 안 되는 ‘금기’와 ‘성역’이 계속 늘어나고 보안사의 검열보다 더 무서운 기자들의 ‘자기 검열’이 언론의 위상을 계속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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