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은 돌아온다. 그런데 유독 올 5월을 맞는 우리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인들을 공포속에 몰아넣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그렇다. 그리고 수입쇠고기, 일제고사와 영어몰입교육, 입시스트레스와 과도한 사교육 등이 우리 아이들의 아동기는 물론 목숨까지도 빼앗아 가고 있고, 어른들에게는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동청소년 관련 지표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초등학생의 아토피 유병률 25%, 비만율 18%, 매일 26명의 아동실종, 매년 가출청소년의 증가, 소년소녀가장세대 1,630세대, 학교폭력경험 26%, 청소년 자살율 세계 1위 등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수업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4,199명이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청소년들의 가정생활만족도는 47.8%, 학교생활 만족도는 더 낮은 33.3%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제학력 평가는 읽기, 수학 과학 등 학습능력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며, 짐작하다시피 사교육비 지출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컴퓨터 이용시간이 2시간을 넘으면서 온라인 사행성 게임에 노출되는 시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멜라민, 광우병 쇠고기, 유전자변형 먹을거리 등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소비자들은 알 도리도 없는 첨가제들로 호시탐탐 우리의 식탁을 노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특히 여성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11.1명으로 OECD 평균 5.4명의 두배 수준으로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지출은 6.4%로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CO2 배출량과 물소비량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삶의 질, 환경과 관련된 지표들이 평균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316시간으로 OECD평균 1,768시간보다 500시간이 더 길게 나타났으며, 네덜란드의 1,392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1,000시간이나 더 길다. 올들어 특히나 자영업자들의 폐업, 직장인들의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이 우리들이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100만명 당 자동차 사고는 127건으로 OECD 평균 90건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빈곤율도 15%로 회원국 평균을 웃돌아 불평등 정도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합계출산율은 1.13명으로 세계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고령화는 2010년에 11%, 2020년 15.6%로 초고령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여성직장인 5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두 아이를 둔 여성직장인은 출근을 하기 위해 잠에서 깨지도 않은 아이들을 두들겨 깨워서 큰아이는 어린이집으로, 작은아이는 보모에게 보내는 등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아이 한 명 더 낳으면 지원을 하겠다는 등 생색내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우리 이웃에는 조손가정이 늘고 있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손자의 학비를 위해 새벽 6시부터 품을 팔러 나가거나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벌인다. 삶을 위협하는 이런 현상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와 연관되어있다.

이런 통계와 모습은 바로 5월 가정의 달 우리주변의 풍경들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임신 출산 육아하고, 아이들은 즐겁게 학교생활하고, 직장인들은 성차별 없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안심하고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하다.

안전한 밥상과 좀 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좀 더 맑은 공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각기 우리의 삶을 다시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어 보는 5월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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