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국장

충북은 그동안 잊혀질만 하면 한 번씩 궐기대회를 했다. 이명박 정권의 충북홀대를 잘 알면서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혁신도시·기업도시는 비틀거리고, 세종시건설특별법 제정은 뒤로 밀려났으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도 없다. 더욱이 충북의 현안 중 현안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유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촛불집회를 했어도 벌써 여러 번 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지자체와 한나라당은 중앙 눈치 보느라 할 말을 하지 못한다. 6일 궐기대회도 미루고 미루다 ‘김 다 빠진 뒤’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전라도와 경상도 같으면 참았겠느냐. 충북이니까 참았지’라는 말이 떠돈다.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말이다. 왜 충북사람이라고 화낼 줄을 모르고, 발끈할 줄 모를까. 그러나 그동안 충북이 대처해온 것을 보면 이런 말을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어 궁색한 게 사실이다. 궐기대회 한 번 하고 주저앉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또 한 번 하고, 끝났다 싶으면 한 번 하고… 이런 식이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북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약 5000만 인구에 155만명의 충북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홀대를 당할 때마다 충북사람들은 “인구는 3% 밖에 안되고, 힘을 쓸만한 전국구 정치인도 없는 충북을 대통령은 포기한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는 것도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아무리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이고, 충북의 도세가 약하다고 하지만 이럴 수는 없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에서 전국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이상적인 문제를 파헤치면서 ‘지방은 식민지’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처럼 기형적이다 못해 엽기적인 수도권 집중을 조장하거나 방치해온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수도권중심 사고와 정책을 자주 확인한다. 이 정부는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며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과 주변 경기도를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서울=수도’가 아니고 ‘서울=대한민국’이라는 등식까지 성립됐다.

이 때문에 충북도민들은 더 결집하고 분개해야 한다. 지역주의로 뭉치는 게 아니고 기형적인 수도권집중현상을 깨뜨리기 위해서 결집해야 한다. 프랑스의 파리, 일본의 도쿄 같은 곳들이 수도권 집중현상이 두드러지지만 그 어떤 경우도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경우는 없다는 게 학자들의 말이다. 인구가 몰려있다는 것은 모든 무게중심이 한 곳에 쏠려있다는 것과 동일의미를 지닌다.

참여정부가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을 통과시켰을 때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서울공화국 하에서 지방은 영양실조 상태이기 때문에 웬만한 처방으로는 허약해진 몸을 살찌울 수 없다. 충북은 지금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중책을 맡고 전쟁터에 나가 있는 몸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유치와 행정도시·혁신도시 정상추진을 이뤄내는 날은 균형발전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티켓을 따내는 날이 될 것이다.

이제는 충북도민들도 억울한 일이 있으면 항의하고, 소리치고, 몸으로 반대하자. 그것이 지방홀대에 관한 것이면 절대 참지말자. 충북의 행동은 다른 지방에도 영향을 미쳐 수도권중심 사회는 서서히 균열이 갈 것이다. 그 날이 기다려진다.

아울러 서울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도 버리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호가 ‘중앙’이고, 두 번째가 ‘서울’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시골 구석진 곳의 슈퍼마켓 상호는 ‘서울 슈퍼’이고 약국은 ‘중앙약국’인 곳이 많다. 우리 스스로 ‘중앙병’을 버리고 지역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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