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33억 지원사업에 입주자 선정은 민간조합에 맡겨 ‘물의’
비공예인·정책자금 수혜자도 포함돼, 과도한 부지면적 투기우려

진천군이 ‘진천공예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주업체 선정을 특정인들이 구성한 조합에 일임해 지역 공예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입주예정인 진천공예사업협동조합 조합원 21명 가운데는 자신의 작업장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7∼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별 분양면적도 최소 500평에서 최대 1500평에 달하는등 과다하게 넓어 투기조장 우려도 큰 것으로 지적됐다.

진천군은 지난 2000년 관광특산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문백면 옥성리 일대 3만여평에 ‘진천공예마을’을 조성키로 했다. 당초 98년 30여개 업체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군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민자투자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부지선정 및 환경성 검토등 행정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한때 50여명에 달했던 추진업체들이 대거 이탈했고 지난 2001년 진천공예사업협동조합(이하 진천공예조합)을 구성하면서 20여개 업체만 남게됐다는 것.

하지만 작년 4월 행정자치부가 지역경제활성화시책사업으로 채택해 특별교부세 20억원 지원을 확정하면서 사업여건은 크게 호전됐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협동화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장기저리의 정책자금 대출이 가능하게 돼 조합가입 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수년간 사업을 추진해온 조합측은 22명의 조합원으로 한정해 더 이상 문을 열지 않았다. 결국 조합구성의 폐쇄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일부 조합원의 자격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취재결과 진천군은 진천공예조합과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추진을 하면서 사실상 입주자인 조합원들을 검증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천공예조합은 조합설립에 따른 신청공고도 내지 않았고 지역 공예단체에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다는 것. 충북공예협동조합 관계자는 “진천공예마을 사업을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조합 가입에 관한 공문을 받은 적은 없다. 따라서 회원 공예가들에게 별도로 연락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진천공예조합 결성을 주도한 박모씨는 “이 사업이 벌써 6년째 진행되온 것인데, 지역 공예가들 중에 몰랐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애초에 관의 간섭없이 토지만 제공해주면 순수 민간자본으로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부담 등을 고려해 메리트가 적다고 생각했는지 하나 둘씩 스스로 이탈해 나간 것이다. 지금까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뒤늦게 참여하겠다며 조합에 시비를 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 충북지역본부가 실시한 협동화 사업 참가업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의 능력·자격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22개 조합원 가운데 평가점수 50점 미만으로 탈락한 경우는 1명이었지만 50젱55점까지 최저수준에 몰린 조합원이 8명이나 해당됐다. 또한 7∼8명의 조합원은 자체 작업실조차 갖추고 있지 못했고 교사·교수가 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회화미술 전공자도 참여했고 과거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특산단지사업을 벌이다 실패한 공예인이 차명으로 조합가입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에대해 지역 공예인 A씨는 “공공예산이 30억원이나 투자되는 사업인데, 서너명이 주도하는 자의적인 조합에 입주자 선정권을 맡긴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비전공인도 포함됐고 본인이 금융불량등 자격에 문제가 있다보니 가족명의로 신청한 경우도 있다. 내가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입주예정자 가운데는 원칙과 기준이 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취재과정에서 만난 아마추어 공예동호인 B씨는 “내가 아는 전문 공예가 한 분은 몇 달전에 조합참여 뜻을 밝혔다가 거부당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진천공예조합 일을 보시는 분이 나를 찾아와 조합가입을 권유하길래 깜짝놀랐다. 이게 뭔가 잘못돼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조합측 박모씨는 “공예 디자인이나 회화 전공 작가가 일부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예마을이라고 해서 단조로운 도자기 분야만 대거 입주할 수는 없고 특히 전통문양 디자인을 하시는 분은 공예가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오히려 꼭 필요한 경우다. 목공예, 한지, 금속공예, 민속악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22명 조합원에게 분양될 부지면적이 1만9000평으로 조합원 1명당 평균 8500평을 차지하는 셈이다. 작업공간으로 과다한 면적이라는 지적이고 일부 조합원은 1500평까지 신청해 부동산 투기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진천군과 조합측에 가입문의가 쇄도하는 가운데 조합측에서 추가 가입을 받지않자 일부에서는 “공동 판매시설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작업장은 500평 정도면 충분하다. 더 이상의 조합원을 받지않는 자체가 기존 조합원들의 토지 집착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대해 조합측 박모씨는 “1500평을 신청한 것은 목공예에서 나무를 켜는 제재기를 설치하는데만 600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1000평이상 신청한 조합원들은 자기 분야에서 뜻이 맞는 공예가와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유있게 확보한 경우다. 조합내규에 조합동의없이는 부지를 매각할 수 없도록 정해 투기목적을 사전에 차단했다. 현재 조합원 1명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부적정 의견으로 탈락했기 때문에 앞으로 조합원 확대방안 등을 공식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지조성후 개인에게 등기이전된 상황에서 조합내규로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규제하기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과도한 부지를 분양받은 조합원이 임대 및 분할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예마을의 특성에 걸맞는 기준과 원칙에 따라 입주자(조합원)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30억원의 공공예산이 투자되는 만큼 입주자 선정과 사후 관리에도 군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에대해 진천군 관계자는 “민자유치 사업이기 때문에 조합구성은 일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합과 최종협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매방지 등 안전장치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천 공예마을 어떻게 조성되나
공예마을이 들어설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는 청주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했고 주변 경관이 수려해 뛰어난 입지로 평가된다. 군은 오는 11월 토목공사를 착공해 내년까지 전시판매장등 지원시설과 주차장·진입로(541m)공사, 22개 업체가 입주할 생산용지 토목공사를 완공할 예정이다. 행정자치부 교부세 20억7000만원, 국비 3억, 지방비 9억3000만원 등 33억원의 공공예산이 투입되며 조합 자부담은 51억원으로 잡고 있다. 자부담은 개별건축비를 세대당 2억원씩 계상했고 부지 매입비를 포함 단지조성비로 7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현재 감정평가중인 부지매입비(군유지)는 평당 1만원선으로 예상되며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건축자금 20억7000만원을 장기저리 정책자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시지가 수준의 토지매입과 건축자금 대출융자 조건을 감안하면 초기 투자부담을 최소화한 사업이다.
또한 주차장, 전시판매장 등 지원시설을 갖춰 국내 최대의 종합 공예단지로 육성해 테마 관광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다.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이천 세계도자기엑스포와 연계한 공예산업벨트의 중심지로 부각될 수 있다는 군의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자기 학술센터 유치 및 목공예박물관 설립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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