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사회문화부장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은 이 돈을 ‘쌈짓돈’이라고 부른다. 반면 이 돈을 따내려는 지역의 입장에서는 ‘눈먼 돈’이다. 그러나 국민의 처지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뭉칫돈’이다.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이 모교인 청주고에 62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특별교부금과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세를 꼬집어 일컫는 말이다.
‘특별’이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으면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원래 특별교부금(-세)은 지방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교부해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세금이 걷히는 대로 지방세를 교부하면 부익부 빈익빈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난한 동네에 조금 더 얹어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보통사람에게 수혜가 돌아가야 할 특별교부금이 취지와 달리 정말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유용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돈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직원들에게 모교를 방문하라고 지시해놓고 덤으로 특별교부금을 챙겨준 사건은 이 일로 김 전 장관이 옷을 벗어야 했을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김 전 장관이 경질되면서 이 같은 관행이 과거에도 있었음을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르는 등 참여정부에 불똥이 튀었다. 총리급이나 장·차관들이 모교를 방문할 때 적어도 500~2000만원씩을 하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쭉 있었던 일이니 누구만 탓하겠냐’는 식의 동정론보다는 뿌리 깊은 관행을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쯤 되면 이 돈의 성격이 사실상 ‘통치자금’임을 부정할 수 없다.

교과부의 특별교부금은 집행에 있어서 행안부의 특별교부세보다도 안전장치가 없다.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집행내역을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교부세와 달리 교부금은 내부지침에 근거해 운영되고 국회보고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교과부의 재량에 맡겨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정치권과 관료집단은 신뢰를 잃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쌈짓돈은 얼마나 되고 어떤 곳에 뜻 깊게 쓸 수 있을까? 교과부의 특별교부금은 2004년 관련 법 개정 이후 줄어드는 듯 했으나 다시 상승곡선을 그려 1조원을 돌파했다. 1조원 정도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

2005년 징수액(교육부 자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초등학교의 특기적성교육활동비가 4958억원이고, 초등학교의 연간 급식예산도 8378억원으로 1조원 미만이다. ‘저소득층이냐 아니냐’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초등학생 전체에게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니면 특별교부금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는 2005년 ‘특별교부금을 반으로 줄이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특별이 줄면 일반이 늘어나기 마련이고 전체적으로 지방교육재정 운용에 숨통이 틔게 되는데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과거 김대중 정권의 ‘농가부채 탕감’이나 이명박 정부의 ‘등록금 50% 인하’ 공약보다는 그래도 특별교부금 축소가 현실적일 것이다.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특별교부금을 제대로 쓰든 아예 규모를 줄이든 이제는 그만 열 받고, 감동 한 번 받고 싶은 것이 국민 대다수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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