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동 사회문화부 기자

우리사회가 보험범죄로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강호순 사건으로 보험범죄가 인면수심의 잔인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보험은 앞으로 닥칠지 모를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서민들의 예비수단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보험범죄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관대해진 것이 사실이다. ‘한몫 잡는 기회’라는 생각이 이미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가다 뒤에서 누군가 들이박으면, ‘돈 좀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면서 뒷목부터 잡는 사람들도 있다. 입원을 한다 치더라도 보험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입원일수를 늘리는 경우도 이미 오래전이다.

또 누군가 수억 원대의 보험금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피해정도를 보고, 안타까움을 먼저 비추기보다는 ‘얼마나 받았을까’ 하면서 부러움이 먼저 앞서기도 한다. 보험금은 왠지 땀 없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복권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까지 보험 사기행각은 급증세를 보였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권의 보험 산업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제도를 악용한 범죄도 그에 비례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5년 977건이었던 보험사기는 2006년에는 1054건, 2007년 2415건으로 계속 늘어났다. 2005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총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268억 원이었다. 교통사고를 위장해 자동차 보험금만 노리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보험 상품이 늘어나자 한 번에 여러 보험금을 타내려는 사기행각이 지능화 되고 있다.

보험사에서는 보험사기사건을 전담하는 특별보험범죄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이 경찰출신으로 이루어진 300여명의 팀원들이 활동 중이다. 보험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대범해지면서 경찰 출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보험범죄는 적발하기 상당히 어렵다. ‘보험범죄’란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보험금을 수령하거나 실제 손해보다 많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형으로는 사기 보험계약의 체결, 보험사고의 고의적 유발, 보험사고의 위장 및 날조, 보험사고 발생 시 범죄행위 등이 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은 이러한 보험사기 발생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가족들이 함께 가담하고, 10대 청소년들에게도 유혹의 손길이 뻗쳤다. 또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등 자해까지 망설임 없이 저지르는 불쌍한 사회가 돼버렸다.

얼마 전 한 남자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손가락을 일부러 절단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까지 큰돈을 벌고 싶었을까. 안타깝다. 하지만 보험사기에 대한 뚜렷한 예방책은 없어 보인다. 일선 경찰과 보험사측은 인력부족과 시스템미비가 보험 적발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갈수록 잔인해지는 보험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충북지역 대부분 보험사에 배치된 SIU팀원은 거의 한명 뿐이다. 보험범죄가 이렇듯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이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보험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전담조사기구 및 인력 확충과 보험사간에 시스템 공유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점점 시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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