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의 인기가 수직낙하하고, 눈만뜨면 ‘신당’이라는 먹이감을 놓고 으르렁대는 민주당 역시 많은 국민들에게 공분을 안기는 지금, 과거같으면 야당인 한나라당이 당연히 상종가를 치겠지만 상황은 정 반대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여전히 민주당에 치이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에 한나라당이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과거 야당은 목소리만 크면 그만이었다. 목소리 큰 것 가지고도 얼마든지 정치적 명분을 다져갔고, 국민들은 이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선 야당은 단순히 으르렁대고 핏대를 올리는 그 자체로도 역할과 정통성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의 일그러진 대립구도가 우리나라 야당사를 힘들고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기능적 요인이 됐던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기대신 성조기가 물결치는 가운데 인공기가 불태워지는 현장에 내빈으로 참석,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선 대통령을 개구리에 빗대는 기상천외한 말을 주고받으며 박장대소를 했다는게 아닌가. 등신과 개구리에 이은 제 3탄이 궁금해진다. 전여옥이라는 어느 어설픈 풋내기가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정몽준의 패가망신에 특유의 ‘암기’를 드러내더니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 노대통령을 아예 미물로 치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헌 짚신짝보다는 못한 대우를 받는 곳이 대한민국이고, 한나라당은 그 원인제공자가 되고 있다. 눈만 뜨면 어깃장을 놓는 야당에 많은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그 여파가 지지도 정체로 이어진다고 여기면 지나친 비약일까? 기자가 보기엔 대통령을 잘못 선택한게 아니라 야당 대표를 잘못 뽑았다. 많은 국민들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이미지를 찾지 못한다. 간혹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여차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은 기자에겐 “수틀리면 엎어버리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런 식의 야당 당수는 군사정권하에선 당장 영웅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노무현대통령이 개구리라면 최병렬대표는 조폭에 불과하다. 자칭 보수 원조, 조갑제는 정몽헌씨의 자살에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불구대천지원수에게 무조건 퍼다 준 것에 대한 천벌을 받았다고... 만약 국민들한테 지금 한나라당이 이런 이미지로 비쳐진다면 속단하건대 정권 잡기는 영원히 글렀다.

한나라당이 정책정당으로 변모하기 위해 머리를 짜고 있고, 젊은층 공략을 목적으로 디지털 전담팀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충북도지부는 도내 국회의원과 도지사 시장 등이 참석한 정책개발위원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이런 가시적인 몸부림은 당연히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수구의 탈을 보수로 위장하는 한 민심은 여전히 냉정할 것이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그런식으로 깔아 뭉갠다면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결코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

사사건건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씌우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이 나라에서도 외국처럼 내전과 종교분쟁으로 매일 수십명씩 죽어 나간다면 아마 대통령 할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야당은 국정의 한 축이다. 좀 더 당당하고 책임있는 야당, 한나라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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