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위 사무국장)

세계 경제가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동을 치고 있다. 유가상승과 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시작된 혼란은 이제 유통질서의 불안정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는 전지구촌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150달러의 고공행진을 하면서, 항공업계가 입은 타격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가격경쟁력의 상실은 물론이고, 경제침체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많은 항공사가 운항 중단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관광산업활성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경제회생을 제일의 공약으로 내세우는 현 정부가 관광산업이라는 특정부문의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근본적이고도 절대적인 해결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은 208억 달러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이중 관광무역수지 적자가 전체의 약 1/2 수준인 10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1억 7천만 달러에 비해 6년 만에 60배 증가한 수치이다.

문제는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관광수지 적자에 대해 정부가 수수방관 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정부가 앞장서서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을 ‘망가트리고’ 있었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실수를 가장 단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인천국제공항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관광수지적자가 발생한 지난 7년간 정부는 혼신을 다해 동북아 허브공항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부문 3년 연속 1위, 화물 환적률 세계 1위, 화물 처리량 세계 2위, 여객수 세계 10위를 달성했으며, 2007년에는 전년도 대비 43% 증가한 2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에 탄력을 받은 정부는, 동북아허브공항의 목표달성을 위해 제3활주로의 건설과 외국 항공사 전용 탑승동 건설 등 2단계 시설을 완공하였다. 그리고 항공기의 운항횟수를 연간 24만회에서 41만회로 늘려, 2010년까지 세계 5대 허브공항으로의 진입에 올인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데에 있다. 지난 7년간 정부는 인천공항의 설립과 공항고속도로 등 인프라건설에 15조원의 비용을 쏟아 부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전국14개 지방공항을 외면하고 모든 항공노선을 인천공항으로 집중화 시켰다는 사실이다. 인천공항을 위해 지방항공사를 희생시킨 것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외치면서 지방공항을 희생시키는 이러한 정부정책의 양면성은 그 수익성 측면에서도 무모하기 그지없다. 7년동안 15조원을 투자해 2000억원의 흑자를 낸 허브공항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을까? 의문이 가시지 않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이 인천공항활성화를 위한 제물로 사라져가고 있으며, 인천공항이 관광무역수지 적자를 불러온 원흉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포국제공항을 포함한 전국14개 지방공항중 김포, 제주, 김해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공항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에만 노선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실운영이라는 평가를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 7년간 발생한 101억 달러의 관광수지 적자에 비해 국내공항을 사지로 몰아가며 이룩한 인천공항의 연간 이익은 2000억 원으로 이를 달러 환산하면 2~3억 달러에 해당한다.

관광수지 적자를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항공기가 내국인을 태우고 나갈 때에는 만석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들어올 때에는 텅텅 비어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그동안 인천공항을 붐비게 한 이용객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었으며 외국인의 이용이 적었다는 것이다.

결론은 인천공항에 힘을 몰아주는 것만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천국제공항이 대한민국의 관문이 된 상황에서 관광수지 적자가 누적된다는 사실은 관광산업활성화와 인천국제공항집중화가 양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어마어마한 관광수지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내관광만을 위한 “한류관광전용공항”이 해결책이다.

필자는 청주국제공항과 인천공항의 편리성을 조사해보고서야 현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업무상의 이유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틈틈이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인천공항이 외국인 관광객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나리타 공항행 10시 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청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 7시반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야만 했다. 탑승수속에서 탑승까지 3시간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할 때에는, 10시에 중국 공항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에 12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하면 오후1시30분이 되고, 바로 청주로 출발한다 해도 고속도로정체가 있으면 오후4시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청주도 이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보다 남쪽에 위치한 도시들은 인천공항 이용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니,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3박4일의 일정으로 한국관광을 한다고 가정할시, 관광지의 숙소까지 가는데 하루를 소비하고, 출국을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면 제대로 된 관광은 단지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불편은 결국 한국관광산업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으며, 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관광수지 적자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관광지가 인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토가 관광지이며 내륙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퍼져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관광지이다. 그런데 한국을 관광할 때에는 국토서북단의 끝에서 시작해 내륙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비즈니스를 위한 환승목적이 아닌 한류열풍의 촉진이나 순수국내여행만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노선으로 특화되는 소위 ‘한류 전문공항’을 개발해 대한민국의 관광경쟁력을 키워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주공항은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내륙의 중심에 위치하여 전국 어느 곳이나 1~2시간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미줄교통망의 중심에는 청주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제주공항이나 인천공항개발만이 관광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매달리는 정부는 청주국제공항의 활용가치를 잊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지방공항을 외면하는 정책이 대한민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내륙관광의 중심에 위치한 청주국제공항을 “한류관광전용공항”으로 개발 할 것을 적극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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