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50여만원 지출, 경조비에 허리 휘는 월급쟁이

극심한 경제 불황과 임금동결 등으로 가벼워진 직장인들의 지갑이 경조비 지출로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월급쟁이들에게 경조비는 가장 부담스런 지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조비 규모가 7조6700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46만7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얇은 월급봉투로 가계부를 써야하는 가정에선 경조비에 허리가 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구당 경조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2배를 넘어선 것도 가계 부담의 한 원인이다.

돌, 백일, 결혼이나 부음 등 애경사 소식을 접하면 우선 호주머니 사정부터 걱정되는 게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직장인들에게 부고나 청첩장은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하는 ‘세금고지서’로 불릴 정도다. 부조를 받는 사람도 갚아야 하는 채무자 입장에서 심리적 부담이 크다.

충북 음성군청에는 지난 11월 한달 동안에만 9번의 부고와 12번의 결혼이 있었다. 이중 2번의 결혼은 사내 커플이어서 부담은 배가 됐다.

평균 3~5만원의 경조비를 내는 걸 감안해 최소 금액을 잡더라도 7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신규 공무원의 경우 생활비 전부를 경조비에 쏟아 부어도 모자란 금액이다.

공무원 이 아무개(46.6급)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써야 할 정도로 경조비가 생활에 큰 부담이 돼 얼굴만 아는 정도면 미안하지만 그냥 넘어가고 있다”며 “가까운 정도를 따져 3~5만원을 하고 한 달 평균 20~3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무원 최 아무개(42.7급)씨는 농담임을 전제하고 “공무원 시험 볼 때 미혼인 사람은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 시키는 것도 경조비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웃어 보여 씁쓸한 시대상을 대변했다.

음성군에는 최근 4년 동안 120여명의 신규 공무원들이 임용됐다. 이는 전체 직원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대부분은 미혼이었고 맞벌이를 생각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사내 커플이 급증해 2008년에만 7쌍이 맺어졌다. 앞으로도 3~4쌍이 결혼을 준비하고 있어 직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온 경조비 문화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끈끈한 정이 녹아 있는 미풍양속이다. 그 마음을 지켜가고 있는지, 봉투 속에 들어 있는 금액으로 상대방의 성의를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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