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불편 나 몰라라, 서너시간 기다리기 일쑤
분양자-매수자 ‘서로 내 돈’ 곳곳서 돈 임자 실랑이

청원군 오창산업단지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 2002년 아파트를 분양 받으며 납부한 200여만원의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두 번이나 청원군청을 찾았지만 잔뜩 짜증만 안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신청을 받는 청원군청 건축과에 민원인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학 교수인 A씨가 군청 담당부서인 건축과를 찾을 때 마다 자신처럼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민원인이 어림잡아도 50명 넘게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신청서를 접수하면 되니까 금방 차례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슨 사연들이 그렇게 많은지 담당 공무원하고 실랑이를 벌이고 심지어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한 사람의 신청서를 접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5분여. 빨라도 3분은 족히 걸리는 것 같았다.

“50명이 3분씩만 걸린다고 해도 2시간 30분을 꼼짝없이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강의시간이 다가오기도 했고 학교용지부담금 돌려받겠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는 것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A씨는 두 번이나 청원군청을 찾았다 돌아온 뒤 당분간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신청서 접수를 잊기로 했다.
앞으로 5년 내에 신청하면 되는 것을 굳이 북새통을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민원인 안중에도 없는 부담금 환급

A씨는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이 민원인의 입장을 무시한 대표적인 편의주의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환급 신청이 폭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2005년 학교용지부담금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졌을 때에도 지자체 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에 시달렸었다. 하지만 청원군은 담당 공무원 혼자 이 업무를 처리하느라 민원인들을 몇 시간씩 줄을 세워 놓고 있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감수하라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전근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원군내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대상자는 5273명에 80억원에 이른다. 가구당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씩 납부했으며 군은 대상자 모두 환급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원 폭주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접수만 가능한데 길게는 7년이 지난 일이어서 영수증을 보관하는 경우가 적을 것이다. 사실상 방문접수만 허용하는 것인데 인터넷 접수나 인력 충원 등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하다 못해 은행처럼 번호표라도 뽑게 했으면 굳이 줄을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청원군의 환급 대상자는 모두 오창산업단지내 8개 아파트 거주자여서 오창출장소 등을 통한 현지 접수도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은 민원인 뿐 아니라 자치단체 해당 부서도 큰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무를 처리하느라 담당 직원 뿐 아니라 부서 전체가 다른 업무를 포기하다시피 할 정도라는 것.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지침이 인터넷 접수를 규정하지 않는 데다 하나의 접수대장을 활용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원군 관계자는 “보다 원활하게 민원을 처리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도 했지만 접수창구를 한곳만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력을 충원하더라도 업무 보조에 그치는 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갖가지 사연, 접수창구 몸살

그래도 A씨는 비교적 간단하게 학교용지부담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경우다.
A씨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납부한 학교용지부담금 영수증도 갖고 있어 차례를 기다려 접수만 하면 당시 납부한 금액에 연 5%의 금리를 더해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청원군의 경우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한지 5~6년이 지나 영수증 등 납부 증거조차 희미해져 버린데다 그 사이 아파트 소유자도 여러차례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은 최초 계약자 뿐 아니라 분양권 전매자나 몇 단계 건넌 옛 소유주 또는 현 소유주 누구라도 납부나 권리 양도 사실을 증명하면 환급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확인 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고 서로 몫 돈의 주인이라며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다.
정부 지침은 ‘실제로 부담금을 부담한 사람에게 지급한다’는 것이지만 지자체에 남은 기록은 최초 분양자 명의로 납부됐다는 사실뿐이다.

A씨 처럼 아파트 최초 분양자가 현 소유주라면 간단하지만 소유권이 바뀌었다면 복잡해진다.

현 소유주가 환급금 신청을 하려면 ‘학교용지부담금을 매수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명기된 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이 있어야 하며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최초 분양자로부터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와야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다른 사람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확인될 때까지 처리도 보류된다.

실제 김모 씨(42)는 “오창 우림 아파트 분양 직후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했는데 최초 계약자와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하지만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라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200만원이 넘는 환급금을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모 씨(50)는 전 소유주와 갈등을 겪는 경우다. 집을 사면서 각종 세금 납부영수증과 함께학교용지 부담금 납부영수증도 건네 받았지만 전 소유주가 군청에 환급신청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씨는 “환급 신청을 하러 군청을 찾았지만 결국 이의신청만 해 놓고 돌아왔다. 울화통이 터져 전 소유주와 언성을 높이며 한바탕 싸웠다”고 전했다.

학교용지부담금, 도내 1만3천명 환급
가구 평균 143만원 몫 돈
 

학교용지부담금은 정부가 공공주택 개발 때 학교용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9월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 분양 시 기초자치단체가 분양자로 부터 분양가의 0.8%를 거둬들인 돈이다.

그러나 2005년 3월 헌법재판소가 ‘무상 의무교육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징수가 중단됐고 지난달 ‘학교용지 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지난 3일부터 해당 자치단체에서 환급 신청을 받고 있다.

충북 도내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대상 가구는 1만2934 세대로 연 5%의 이자를 포함해 185억원에 이른다. 가구당 평균 143만원에 이르는 몫 돈이다.

청주시가 16개 아파트에 7414명으로 가장 많고 청원군은 오창단지 8개 아파트 5273명이 80억원을 환급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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