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부터 견본주택과 다른 시공, 사기분양 시비도
입주예정자 모임 결성 권익 찾기 준공검사 참관도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건설사와 입주예정자들의 갈등이 관례처럼 반복되고 있다.

크고 작은 하자에서부터 견본주택이나 분양 안내책자와 다르게 시공된 품질, 심지어 사기분양 시비까지 불거지기도 한다. 거의 매번 건설사와 사업승인권자인 자치단체 항의 방문과 집회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며 아파트 외벽이나 조경, 각종 편의시설 특화 약속으로 마무리 된다.

▲ 청주 산남3지구 유승한내들 입주자들은 지난해 모델하우스에서 제시한 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며 시공사 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그 결과 단지 특화 사업과 준공검사 참관 등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제품을 보고 계약하는 후분양제가 전면 도입된다면 이같은 갈등이 사라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선분양제에서는 항상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권익 의식이 높아졌고 인터넷 등을 통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반등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파트 품질에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이나 불만을 수용할 제도적 장치가 없고 공사 감리 또한 시공과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되기 때문에 갈등을 예방할 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대표성을 갖는 입주예정자 협의기구 구성을 제도화 한다든지 시공 감리와 별도로 소비자와 약속대로 아파트가 지어지는지 감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례1 - 분평 계룡리슈빌
과도한 기부채납에 대해 입주자 반발

공사 하자나 분양안내책자와 다른 시공 등을 문제 삼던 기존 아파트와 달리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청주 분평 계룡리슈빌 아파트는 과도한 기부채납에 대해 입주예정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다.

이달말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 계약자들은 시행사가 1단지와 2단지를 가로지르는 폭 20m 도로를 청주시에 기부채납 한 것은 잘못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시행사가 이 도로를 두고 2개 단지를 각기 다른 법인으로 따로 사업승인을 받았다며 사기분양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성환 분평 계룡리슈빌 비상대책위원장은 “아파트 2개 단지가 20m 대로로 양분돼 각기 다른 아파트로 허가받아 시공됐다는 사실을 아는 입주자가 거의 없다. 건설사가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단지내 도로인줄 알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이는 명백한 편법 내지 사기 분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부채납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 부담이 분양가에 반영됐거나 공사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자체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또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20m 도로와 아파트 뒤편 8m 도로 등 기부채납된 도로의 토지가격을 환산한 결과 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이 금액 만큼 사업비나 분양가가 증가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부실시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대책위 차원의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비대위 측은 건설사가 지역난방 약속을 외면하는 등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항의방문과 집회 등 집단행동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입주자들의 주장이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됐고 분양당시 충분히 고지하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20m 도로의 기부채납은 사업승인 조건이었으며 이같은 사실은 분양당시 견본주택과 안내책자 등을 통해 충분히 알렸다. 지역난방 문제 또한 애초 검토했으나 지역난방공사에서 용량이 부족해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 와 단독 가스보일러를 선택한 것이며 난방 효율도 비슷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비용 논란 불거져

개발사업에 있어 사업자의 기부채납에 대한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아파트 진입로와 공원, 도로 등이 대표적인 경우며 교통부하량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토지를 매입하거나 사업부지에 있는 공공기관의 이전 부지를 확보해 주기도 한다.

기부채납은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할 자치단체의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며 자치단체가 예산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업자의 이해가 맞아 관행화 되고 있다.

문제는 기부채납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상당부분 사업비와 분양가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부채납은 아무런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업비에 반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부지를 매입했을 경우 토지가를 매입가격 전체로 산정하며 여기에서 기부채납 할 토지가격을 제외하는 일은 없다. 최소한 토지가격 이상 사업비에 반영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도 “분양승인 과정에서 사업주는 기부채납으로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기 바라지만 행정적으로 이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100% 사업비나 분양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업자 측에서는 매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어쩔수 없이 기부채납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보전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계룡리슈빌 시행사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이지만 비슷한 시기 분양한 강서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라는 청주시의 주문에 따라 39평형의 경우 65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것만 보도라도 기부채납 비용을 분양가나 사업비에 반영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사례2 - 성화 남양휴튼
사전점검서 무더기 하자, 조직적 대응 준비

청주 성화지구 남양휴튼은 최근 입주 예정자들의 사전점검에서 무더기 하자가 발견돼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이 아파트 또한 계룡리슈빌과 마찬가지로 중대형 아파트 577세대로 지난 2006년 3월 분양, 다음달 초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분양 당시 평형별로 3.3㎡당 638만원에서 726만원까지 분양가를 책정,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조기에 청약이 마감되는 등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사전점검 결과 일부 세대에서 많게는 30곳 이상 하자가 확인되고 있으며 공용시설 또한 배수 불량 등 시공불량이 확인되고 있다는 게 입주예정자들의 주장이다.

입주예정자 A씨는 “벽체가 휘어졌는가 하면 수평이 맞지 않는 바닦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주방에 시공된 타일이나 대리석 등 마감자재는 높이가 맞지 않아 부상의 위험마저 있 으며 가구 상태도 새 아파트라고 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개별 세대가 이럴진대 공용시설은 오죽하겠냐”며 “실제 단지내 보행로와 필로티로 시공한 부분의 배수가 안돼 발목까지 물이 고이는 곳도 있으며 일부 체육시설도 시공한 고무블럭이 들떠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가 다음달 초 입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준공 승인을 미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전체 공사진행상태도 매우 불량한 상황에서 시공사는 청주시에 사용승인 신청까지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씨는 “입주예정일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았지만 단지내 도로 조차 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승인을 신청한 것은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입주자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 입주예정자 동호회를 비상대책위원회 등 하자 관련 대책기구로 개편하거나 아예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시공사 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A씨는 “아직까지 전체 입주자들의 의견이 모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시공불량에 대한 여론이 매우 높은 상태다. 조만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동호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 초 입주 강행이라는 시공사 측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선 시공 후 준공검사필증이 배부되도록 청주시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또한 시공상태와 부실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사용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공용부분에 제기된 문제는 즉각 조치를 취한 상태며 세대내 마감 끝손질 불량 등은 입주자들께 정중히 사과하고 전력투구해 보완작업을 진행중이다. 입주에 불편이 없도록 완벽히 마무리 할 것이며 8월 초 입주 약속을 지키지 위해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계약자 - 건설사 갈등 ‘통과 의례’
확실한 해법은 후분양, 주민 참여 방안도 고민 해야
시공사에 감사패·준공검사에 주민대표 참관 사례도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건설사의 갈등은 최근 몇 년 새 준공검사를 위한 ‘통과 의례’가 될 정도로 일반화 됐다.

▲ 분평계룡리슈빌 입주예정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시공사와 청주시 항의방문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권익 의식과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입주예정자들간 커뮤니티 형성이 쉬워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해 분양 초기부터 동호회나 모임을 만들어 공사 과정을 점검하고 건설사 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등 활동의 폭도 커지고 있다.

실제 2006년 7월 입주한 청원군 오창단지의 몇몇 아파트의 경우 입주예정자 모임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등 건설사와 협의 통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코아루아파트 입주자들이 시공사에 감사패를 전달하는 등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코아루 동호회 관계자는 “외벽 조형물을 대리석으로 요구했지만 시공사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철제 조형물로 설치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또한 옥상 조명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을 제안했으며 단지 상징나무로 200년 수령의 회화나무를 식재하는 등 입주자들의 요구 수용을 넘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해 기념비와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와 건설사가 시종일관 협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돌출돼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곤 한다. 분평 계룡리슈빌이나 성화 남양휴튼 외에도 최근 청주 복대동 금호어울림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을 두고 입주예정자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으며 산남3지구의 유승한내들도 분양안내 책자와 다른 시공으로 인해 홍역을 앓기도 했다.

건설사 시각 전환 선행 돼야

입주예정자와 건설사들이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은 경우가 최근 몇 년간 줄잡아 20건에 이른다. 갈등의 유형도 부실시공에서부터 단지 특화, 발코니 확장, 분평 계룡리슈빌처럼 기부채납 등 다양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계약자와 건설사 갈등의 근본원인을 선분양 제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제품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야하는 구조인 만큼 품질에 대한 기대수준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승 유발 등으로 후분양제도 전면 도입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당장 입주예정자 대표들의 공사 과정 참관이나 건설사와의 협의 통로 마련 등 대안 마련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경실련 관계자는 “법률로 제도화 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치단체나 건설사들의 의식을 조금만 바꾸면 충분히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입주예정자 모임을 인정해 공사과정을 공개한다거나 정기적으로 요구사항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시민단체 또한 이것을 소비자운동의 한 영역으로 전문화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오창단지 몇몇 아파트가 양 측의 협의로 공사 과정 참관이라는 이례적인 협의를 이끌어 냈으며 산남3지구 유승한내들도 심각한 갈등 끝에 입주자 대표의 준공검사 참관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의 공사 참여를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전향적인 인식 변화 등 선행돼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잔금까지 납부하기 전의 입주예정자는 계약자일 뿐이다. 더욱이 전매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실질적인 고객이 아닐 가능성도 많다. 또한 공사과정에서부터 이들과 협의하고 의견을 나눈다면 공종 차질 등 효율성 저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관계자는 “시공불량 시비가 불거지는 것은 우리나라 건설 수준을 감안하면 창피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시공능력과 품질에 자신있다면 계약자들의 참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의 눈높이 맞는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헛구호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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