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부문 줄이고, 접수기간 늘려도 ‘썰렁~’
선심성 간주 상금 폐지, 자원 고갈 등 원인

“제발 상 좀 받아가세요…” 지역의 이름을 내걸고 시상하는 충북도민대상과 시·군민대상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시·군민대상 포상 제도를 마련해 3~20년째 시행해오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상자를 찾는 것조차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추천된 사람이 적어 접수 기간을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시상부문을 줄이거나 3년 주기로 시상식을 거행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상을 주는 사람도 민망하지만 당연히 상을 받을만한 공적이 있는 수상자도 머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을 상답게 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영예로울 수 있는 묘책은 과연 없는 것일까?

▲ 도내 시·군들이 지역의 이름을 내걸고 시상하는 각종 대상의 취상이 추락하고 있다. 추천된 사람이 적어 접수기한을 늘리는가 하면 시상부문을 줄이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군민대상과 관련해 가장 체면을 구긴 시·군은 증평군이다. 2003년 8월30일 군으로 승격한 증평군은 2004년 12월 증평군민대상 조례를 만들어 2005년부터 군민대상을 시상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례에 따르면 일반부문과 특별부문으로 해마다 두 명씩의 수상자를 내야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대상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증평군이 이에 대해 내린 처방은 다소 의외다. 군민대상 시상부문이 그동안 너무 포괄적(일반부문·특별부문)이었다는 판단 아래 오히려 시상부문을 늘린 것이다. 군은 지난달 열린 군의회 임시회에서 관련 개정조례가 통과됨에 따라 시상부문을 산업·경제부문, 문화·복지부문, 윤리·봉사부문, 특별부문 등 4개 부문으로 세분화했다.

이 가운데 특별부문은 증평지역 발전에 크게 공헌한 출향인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나머지 3개 부문은 추천 공고일 현재 증평군 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 추천대상이 될 수 있다. 군은 또 지난 13일부터 다음달(6월) 30일까지 추천을 받은 뒤 7월 중 증평군민대상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와 선정을 마치고 8월30일 열리는 ‘증평군민의 날’에 시상할 예정이다.

증평군 관계자는 “증평군의 경우 신생 군이기 때문에 군 설립 당시 공이 있는 사람이 상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고, 누가 먼저 수상하느냐에 따른 이견과 논란도 있었다”면서 “부문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그야말로 으뜸을 가리기 어려웠던 만큼 시상 범위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천은 외려 2개 부문으로 축소
어찌됐든 개청 이래 단 한 명도 군민대상을 주지 못한 증평군이 올해 수상자를 낼 수 있을지는 지역사회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입방정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에 대한 예측은 미심쩍다. 이미 관록이 붙은 다른 시·군의 경우 하나같이 조례 개정을 통해 시상부문을 대폭 축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천군은 14회인 2004년까지 6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해오다 2006년 조례 개정을 통해 2개 부문으로 축소한 경우. 공교롭게도 진천군이 조례 개정을 통해 축소한 시상부문은 일반부문과 특별부문으로, 증평군이 ‘너무 포괄적이라 문제가 있다’며 수술도(手術刀)를 들이댄 과거의 시상항목과 명칭까지 동일하다.  
 
진천군은 2004년에 4명의 수상자만 내는 등 2000년대 들어서는 6개 부문 전체에서 수상자를 내지 못했고, 2005~2007년은 선거 등과 맞물려 아예 시상을 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해당 단체장의 선거가 있기 1년 전, 모든 선거 개시일 60일 전에는 단체장 명의의 시상식을 금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05년 8월 이후에는 바뀐 공직선거법에 따라 시상금 지급마저 금지돼 시·군민대상에 대한 주민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진 상태다.

진천군 관계자는 “해마다 6개 부문의 시상자를 물색하기 어려워 점점 상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판단 때문에 시상부문을 줄이게 됐다”며 “올해부터는 2개 부문에 대해서만 시상이 이뤄지는 만큼 더욱 내실 있는 군민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진천군은 7~8월 중에 공모와 선정을 마친 뒤 9~11월에 열리는 생거진천 화랑제 기간에 시상할 예정이다. 결국 시상범위를 늘린 증평군과 규모를 대폭 축소한 진천군의 각기 다른 선택은 결과를 통해 극명하게 대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은은 3년마다 한 번으로 축소
시·군민대상이 해를 거듭함에 따라 자원 고갈이 가속화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특히 인구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군 단위 자치단체의 경우 그 고충이 더욱 심하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현재 인구가 3만5000여명에 불과한 보은군이다. 보은군의 인구는 1965년 11만4000명, 1975년 9만8000명에 달했으나, 이후 급격한 인구 감소를 보이고 있어 당연히 시상자원이 갈수록 고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은군은 1992년 군민대상 조례를 제정한 이후 93년부터 시상에 들어갔는데, 1999년과 2005년에만 5개 시상부문을 모두 채웠을 뿐, 1994·96·2002년에는 2명, 나머지 해에도 3~4명의 시상자를 내는데 그쳤다.
결국 보은군은 2006년 조례 개정을 통해 3년마다 한 번씩 군민대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2005년 시상 이후 2년을 거른 올해 8회 군민대상 시상식이 열린다.

보은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마다 군민대상을 주려다보니 대상자를 찾기도 어렵고 상의 권위도 떨어지는 것 같아 부득이하게 해를 걸러 시상하는 것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처방은 다르지만 시상부문을 줄인 괴산의 경우와 문제의 원인은 다르지 않다.

지난 5월26일 18회 군민대상을 시상한 영동군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1991년 5개 부문으로 시상을 시작한 뒤 96년 7개 부문까지 폭을 늘렸으나 역시 대상자 고갈에 직면에 2007년부터 4개 부문에 대해서만 시상하고 있다.      

道·市도 별 수 없이 새로운 길 모색
수상자 기근현상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시 단위나 광역자치단체인 충북도 역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주시의 경우 지난해까지 7개 부문에 걸쳐 충주시문화상을 주다가 올해부터 부문을 4개로 줄이고 이름도 충주시민대상으로 바꿨지만 정해진 후보자 추천기간 안에 4개 부문을 다 채우지 못해 추천기한을 4월30일에서 5월16일로 16일 늘린 것이다.

충주시 관계자는 “문화예술·언론부문, 교육·체육부문, 산업경제부문, 사회봉사·윤리부문 등 4개 부문을 놓고 추천을 받았는데 추천자가 5명에 불과했고 이 역시 사회봉사·윤리부문에 몰려 부득이하게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추천기간을 연장하고 독려에 나선 결과 추천자는 15명으로 늘어났지만 문화·예술부문의 추천자는 2명에 불과해 양자택일하거나 시상자를 내지 못할 수도 있는 형편이다. 시상식은 7월8일 충주시민의 날 개막식을 통해 진행된다.

장장 11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 충북도민대상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2006년 11월29일 10회 도민대상 시상자로 나섰던 정우택 충북지사는 치사를 통해 “도민대상은 충청북도의 노벨상과 같은 것으로, 각 부문별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한 도민에게 150만 도민의 마음을 담아드리는 상”이라고 추켜세웠지만, 11개 부문 중 5개 부문만 시상자를 냈을 뿐 교육, 청소년, 예술, 여성, 농어민, 산업 등 6개 부문은 대상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말에도 도민대상을 시상하려다 선거 개시일 60일 전 제한 규정에 묶여 한 해를 거른 뒤 올해 11회 도민대상을 시상할 예정이지만 올해도 시상자 선정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시상자 물색이 어려워 타 시·도의 사례를 근거로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시·도(광역자치단체)가 3~5개 부문에 걸쳐 상을 주고 있는 만큼 충북도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타고야 말리… 사실상 자천도
시·군민 대상의 권위가 추락했다지만 마냥 외면 받는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수상자가 이 상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을 받기 위해 사실상 자천에 가까울 정도로 ‘자가발전’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가발전을 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정치인이거나 정치지망생들이다.

수상자 선정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자신들이 미는 인사가 상을 받지 못할 경우 문제를 제기하며 심지어 실력행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시·군민대상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들은 때때로 수상자에 대한 자격시비로 번지기도해 지역여론을 분열시키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음성군은 2006년 출향인사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특별부문 수상자로 Y씨를 선정했으나 해마다 특별부문 수상자를 추천해온 재경음성군민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재경군민회는 ‘삼성면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며 고용증대, 장학금 지급 등에 앞장서온 Q씨가 적임자’라며 항의의 표시로 음성에서 열리는 ‘출향인사 고향의 밤’ 행사에 불참통보까지 했던 것. 결국 재경군민회는 음성군의 간곡한 만류와 행사장에서 특별감사장을 전달하겠다는 제안에 따라 행사에 참석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공정성 시비는 다른 시·군에서도 재현되는 문제다.    

민간차원에서 정도대상을 수상하고 있는 청주경실련의 이두영 사무처장은 “대상자에 대한 추천은 공적조서 등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고 그렇다보니 상을 받을만한 사람이 추천되지 못하고 상을 받고 싶은 사람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상을 받지 않은 사람을 발굴하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다”고 말했다.  

선관위 “돈 탓은 아니다”
시상금 제한, 선심성 행정 막기 위한 조치
각종 대상 지방자치 이후 ‘우후죽순’ 반증

시·군민대상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에 대한 원인분석은 대부분 내부에 기인하지만, 자치단체의 업무 담당자들은 ‘선거법이 자치단체장 명의의 시상금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외부 변수를 이구동성으로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이전에는 시·군민대상의 시상금으로 100~200만원이 지급됐으며, 도민대상 시상금은 300만원에 달했다. 명예도 명예지만 그를 뒷받침할 두둑한 보상도 뒤따랐던 것. 그러나 2005년 8월4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자치단체장 명의로는 어떤 형태의 시상이나 부상도 줄 수 없게 됐다.
개정된 공직선거법 112조 2항 4호 가목은 ‘국가기관과 자치단체가 자체 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표창과 포상에 있어서는 금품제공 행위나 부상의 수여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부행위에 해당되며 선심성 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군민이 대상이 민선시대 이후 만들어진 것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민선 단체장들이 각종 포상과 표창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심성 행위로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 받은 지방의원 ‘명예 지켜라’
의회 향한 구애인가… 현직 시상 다반사
충주시 L의원, 해외연수 성매매 구설수도

시·군민대상의 가치를 하락시킨 요인 가운데 또 한 가지는 ‘뻔한 사람’들에게 상을 줘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역 지방의원들의 수상사례다. 5월26일 군민대상을 시상한 영동군의 경우에도 현역인 박병진 의원에게 특별부문 대상을 시상했다. 특별부문의 경우 대개 출향인사에게 상을 주지만 박 의원의 경우 육군종합행정학교 유치위원장을 맡아 유치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지난 4월 영동군 양강면에 유치가 확정된 육군행정학교는 2000여명(상시주둔 500명, 영외거주 군인가족 1500명)의 인구증가와 함께 면회객 등 연간 7000명이 영동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민숙원사업으로 추진됐던 만큼 박 의원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동군 관계자도 “육군학교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박 의원이 유치위원장을 맡아 각종 유치활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특별부문 대상을 수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7년 충주시문화상(올해부터 시민대상으로 명칭 변경) 체육부문을 수상한 L의원은 상을 줄만한 특별한 현안보다는 체육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경력을 인정받은 경우다. 실제로 L의원의 당시 공적은 ‘충주시체육회 전무로 8년간 재직하며 85회 전국체전의 성공적인 추진과 충주시 체육발전을 위해 직장운동 경기부 육성의 필요성을 건의, 예산확보와 육상부 창단에 산파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L의원은 그러나 최근 KBS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충주시의원 해외연수 중 성매매 의혹 보도’와 관련해 당사자 4명 중에 포함돼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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