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청주시 음식물쓰레기 주민감사청구 인용

청주시가 민간업체에 위탁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업무와 관련해 제기된 비리 혹은 업무태만 의혹이 담겨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시민의 힘에 의해 열리게 됐다. 충북도 주민감사청구심의위원회가 5월16일 위원회를 열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제출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및 처리업체 지급 수수료 관련 낭비 예산 환수를 위한 주민감사 청구’를 심의해 인용 결정을 내린 것. 

충북도 감사관실은 이에 따라 5월20일부터 시작되는 괴산군에 대한 종합감사를 마무리한 뒤 6월2일부터 청주시 관련 부서와 수거업체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2008년 3월20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송재봉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청구인 대표로 주민감사를 청구한 이후 5월16일 인용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3월20일 기자회견 당시 청주시 관련 국장이 동시에 기자회견을 벌이면서 “이와 관련한 어떠한 문제점이라도 드러나면 과장과 함께 직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며 반발하는 등 “감사 청구의 배후에 업체와 시민·환경단체의 유착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주장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인 S환경의 사업구역이 축소되자 S환경의 경영진과 친분관계가 있는 시민·환경단체들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환경단체는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문건 작성자와 최종 결재자가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해 충북도의 감사 결과에 따라 명예 회복을 둘러싼 2라운드의 공이 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의 위 격론 끝 인용 결정
5월16일 열린 심의위원회에서도 청주시와 시민·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상호 대응논리가 충돌했다. 9명의 위원 중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에서도 청주시와 시민·환경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 것. 특히 이날 심의위에는 청주시 관계자와 시민·환경단체 관계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준비한 자료를 제시하며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환경단체 측에서는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영상물까지 상영했다는 후문이다.

Q위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일부 위원들의 경우 ‘환경단체가 순수하지 못하다’며 청주시의 입장만 대변하더라”며 “마치 주민감사 청구가 행정기관을 힘들게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심의위는 3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 끝에 표결을 벌였으며, 치열했던 과정만큼 결과도 박빙이었다고.

그러나 감사를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간 충북도 관계자의 의지는 단호했다. 김전호 충북도 감사관은 “주민감사를 받아들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전제한 뒤 “청주시가 눈속임 계량 의혹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생각에 큰소리를 치는 것 같은데, 다른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다만 대응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김 감사관은 또 “실체를 밝히기 위해 음식물 수거차량에 쓰레기를 싣는 등 직접 실험까지 하겠다”며 “공무원들끼리 제 식구를 감쌀 것이라는 논리는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지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주민감사청구가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도는 5월28일 괴산군에 대한 정기 감사가 끝나는 대로 준비에 들어가 6월2일 음식물 쓰레기 의혹에 대한 감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주민감사 매번 사회적 반향
자치단체들은 주민감사청구에 대해 ‘무분별한 감사 청구로 인해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충북도의 사례는 예산낭비 요인을 막고 오히려 낭비됐던 예산까지 환수토록 하는 등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감사청구도 결과에 따라 수거업체들이 편법 수령한 수거료에 대한 환수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은 충북도에 제출한 감사 청구 이유서에서 “청주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위탁업체들이 중량 부풀리기, 스티커 미 부착 쓰레기 일괄수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수료를 편법 수령했다”고 주장하고 “수거업체 선정과 사업구역 조정 역시 자의적인 잣대로 결정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또 “위탁업체들이 편법 수령한 음식물쓰레기 수거 수수료와 청주시 자원화시설에 지급된 처리업체 수수료는 환수돼야 한다”며 “감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한 처벌과 업체와의 계약해지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감사청구란 행정기관이 처리한 일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예산낭비, 부당한 행정처리 등 공익을 침해한다고 인정 되는 경우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뜻을 모아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하는 제도(지방자치법 16조)로, 주민 총수의 50분의 1 범위 안에서 조례가 정한 주민 수 이상의 서명을 받아 상급기관에 제출하면 심의위원회를 열어 인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주민감사청구제도 도입 이후 첫 인용 사례는 2005년 8월 ‘증평군이 사회단체 보조금을 편중 지원했다’며 주민 221명이 낸 청구를 받아들인 것. 도의 감사 결과 2005년 사회단체보조금 2억8690만원 중 40%인 1억1460만원을 운영비로 과다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증평군에 주의를 주고 관련 공무원 2명을 훈계했다.

2007년 8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246명의 서명을 받아 청주시 공무원의 시간외 근무수당 불법수령에 대해 감사를 청구해 이뤄진 집중 감사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도는 2년 치 자료 18만 건을 대조하는 등 집중 감사를 벌인 끝에 시 전체 공무원 1728명 중 약 900명이 초과근무수당을 위법 또는 부당하게 수령했고, 액수도 1억4500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직원 887명의 편법 수령액 1억2200만원을 환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타 시·군으로 감사가 확대됐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