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고지 무사히 안착 이제는 ‘원내대표’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 단일화 관건

▲ 청주 상당의 홍재형 의원이 4파전으로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홍 의원은 조직에서 열세지만 전국정당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가장 부합하는 후보라는 평가다.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충북의 민주당 바람 속에 4.9 총선을 통해 3선 고지에 오른 홍재형(청주 상당) 의원의 원내대표 등정이 본격화 됐다.

통합민주당은 오는 26∼27일로 예정된 당선자 워크숍에서 18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홍재형 의원 외에도 원혜영(경기 부천오정)·김부겸(경기 군포)·이강래(전북 남원·순창) 후보가 출마해 4파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10년 권좌를 한나라당에게 내주고 오랜만에 야당의 처지에서 치르는 것이어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맞서 밀고당기는 협상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야성(野性)’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의화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홍준표 의원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

따라서 관심은 원내 2당인 통합민주당에서 누가 홍 의원에 맞설 원내대표가 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4인방은 원숙한 협상력이나 전투력, 지피지기론, 경륜 등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홍준표 의원의 맞상대로서 자신이 적격임을 적극 알리고 있다.

실제로 원혜영 의원은 경기도 부천시장, 풀무원 대표, 국회의원, 여당 정책위의장을 두루 거친 경험과 관록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전투력과 함께 꼬마 민주당 시절 당시 홍준표 검사를 영입하기 위해 장시간 대화를 나눈 인연과 그 뒤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 등을 들며 자신이 상대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략통’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강래 의원은 16대 국회시절 각종 토론회 등에서 자신이 홍준표 의원과 1대1로  맞붙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홍재형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관록을 바탕으로, 정책정당, 전국정당, 강한 야당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비호남, 비수도권인 충청권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후보군 가운데 공식적으로 첫 출마선언을 한 홍재형 의원은 충청지역과 관료출신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역의 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 패배와 충북의 선전으로 홍 의원의 입지가 강화된 터라 호남당 이미지를 벗고 전국정당화를 꾀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분은 확실하지만 지지세에서는 다소 밀리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전선은 수도권(원혜영·김부겸)과 비수도권(홍재형·이강래)의 대결로 압축된다. 네 명의 3선 의원 중 누가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될지는 우선 후보단일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후보들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단일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 어느 한쪽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외려 싱거운 승부가 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누구를 중심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느냐에 대해 저마다 동상이몽을 꾸고 있기 때문에 실제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혜영, 김부겸 의원은 지난 17일 광주 5·18행사에 같이 내려가면서 무조건 단일화를 하자는 쪽으로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홍재형, 이강래 의원의 단일화는 그 명분에도 불구하고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의 두 의원이 내세우는 단일화의 명분은 한나라당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수도권 의원은 지역여론 때문에 강하게 맞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강래 의원은 홍재형 의원이 이번 4.9총선에서 충북이 보여준 위력을 내세우면서 당위성을 거론하지만 자신이 나설 때 당선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홍재형 의원은 자신으로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독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홍 의원은 “이미지 쇄신을 통해 거듭날 수 있는 민주당을 생각한다면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지 않겠냐”며 “18대 첫 원내대표이고 현재 정국 속에서 야당의 역할을 감안하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1대 1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과반수이상을 얻어야 하는 규칙상 2차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두 명이 대결하는 결선투표에서는 당연히 지역구도를 중심으로 후보자 간의 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1차 투표 통과해야 가능성 열려
민주당 원내대표는 18대 당선자 81명중 41표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지역구도는 수도권 26명, 비수도권 40명, 비례대표 15명으로, 언뜻 보기에는 비수도권이 많아보이지만 비례대표 가운데 상당수가 수도권 연고라는 점에서 결코 비수도권이 앞선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비수도권은 아무래도 호남이 압도적이다. 40명 가운데 광주·전남·전북의 당선자는 25명으로, 비호남지역 15명(부산·경남2명, 대전·충남·북 8명, 강원 2명, 제주 3명) 보다 10명이나 많다. 물론 비호남지역 15명 가운데 충북이 6명을 차지해 충북의 좌장격인 홍 의원이 갖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동안 충청지역이 고작해야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홍재형 의원이 수도권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에 오를 수 있느냐는 것. 김부겸 의원은 친 손학규대표 그룹과 수도권·중도성향 의원그룹을 우군으로 삼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중진그룹과 ‘386 의원’, 경기·광주지역 의원들의 지지가 높은 편이다. 이강래 의원은 호남지역과 정동영·김한길 그룹의 지지를 업고 있다. 호남의 대표주자라 구 민주계의 지원설도 나돈다.

이에 반해 홍재형 의원은 충청권과 비수도권, 비호남지역 당선자들을 비롯해 고위 관료 출신 당선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조직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는 것은 분명하다.

홍재형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4.9총선에서 1당의 자리를 내준 것은 사실이지만 충청, 제주에서 선전하고 강원, 영남에서도 각각 두 명의 당선자를 내 전국정당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전국정당화에 박차를 가하고 정책정당,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홍 의원을 반드시 원내대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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