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동종업체 ‘완전인수’ 가닥…협상결과 따라 패널티
외투 최대기업 유지·기존 투자계획 100% 승계 기대

가동 1년 만에 일부 라인을 중단한 채 지분매각을 추진중인 오창산단 외국인투자지역의 쇼트구라모토프로세싱코리아(주)(이하 쇼트글라스)가 일본의 한 동종업체와 매각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쇼트글라스는 충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해 투자유치를 성사시킨 경우로 오창산단 외국인투자지역의 상징적인 기업이다.

▲ 쇼트글라스가 완전매각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외투지역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사진은 2006년 쇼트글라스 기공식 장면.
쇼트글라스는 유리기판을 제조하는 쇼트구라모토프로세싱코리아(주)와 규석을 녹여 유리를 만드는 쇼트디스플레이글라스코리아(주) 두 법인에 총 5억불(한화 약 5000억원)을 투자키로 하고 현재 유리기판 생산 라인에 1억8000만불을 투자했다. 쇼트사는 2004년 12월 충북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다음해 11월 착공, 지난해 2월 1차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쇼트글라스가 생산하는 유리기판은 TFT와 LCD모니터를 사용하는 노트북·컴퓨터·디지털TV 등의 주요 부품이다. 쇼트글라스는 대형 디지털TV가 주도하는 7세대 시장을 겨냥해 유리연마와 가공기술을 갖고 있는 구라모토와 합작했다. 하지만 쇼트글라스는 구라모토와 지리하게 협상을 끌면서 투자시기를 놓쳤고 시장안착에 실패, 7세대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러는 동안 경쟁사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높였고 쇼트글라스 또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다.
결국 쇼트 독일 본사는 신규 투자 대신 매각을 선택했다는 게 지역 산업계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한다 해도 시장을 얼마나 장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각 협상 이달 중 결판 가닥
당초 쇼트글라스가 지분의 일부 매각(유상증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 철수하기에는 이미 투자한 액수가 만만찮았고 무상임대로 토지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축물에 대한 처리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쇼트글라스 부지는 산자부(75%)와 충북도(25%)의 소유며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산집법)에 따라 임대료와 조세를 감면해 주고 고용보조금까지 지원됐다. 따라서 기업이 철수할 경우 등기의 대상인 건축물은 매각하지 못할 경우 원상복구(철거)나 기부채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쇼트글라스는 일본의 한 동종업체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분참여 등 유상증자가 아니라 완전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최근 쇼트글라스를 방문해 사실상 실사를 벌이기도 했으며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돼 이달 중 성사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금액이나 조건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지식산업부(옛 산업자원부)와 충청북도는 그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쇼트글라스가 외국인투자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매각협상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임대료 추가 부과와 세금 환수 등 조치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보안을 유지한 채 내부적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쇼트글라스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업체는 규모 면에서 쇼트사 보다는 작지만 세계 시장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며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일본을 방문, MOU를 체결할 기업 중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대로 쇼트글라스가 주식을 매각한 뒤 철수한다 하더라도 매우 복잡한 사후 처리 절차가 남는다.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임대료와 각종 세금 등의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투자 축소땐 임대료·세금 등 반환해야
이 법들은 외국인투자지역을 지정, 고도기술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투자규모에 따라 토지 임대료와 법인·소득세 감면, 고용보조금 등이 지원된다.
쇼트글라스는 오창산단 외국인투지지역 29만7522㎡에 5억불을 투자키로 계약하고 용지 무상임대와 7년간 법인·소득세 감면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직원 450여명에 대한 고용보조금 2억2000만원 등 행·재정적 지원을 했다.

하지만 쇼트글라스가 매각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쇼트글라스를 인수하는 기업이 투자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면 문제없지만 이를 줄일 경우 상응하는 패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선 임대료는 당초 약속된 것 보다 줄어드는 투자규모에 대해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외국인투자지역 임대료는 매입가격이나 공시가격 중 높은 금액의 1%를 기준으로 하는 게 보통이며 오창산단의 경우 ㎡당 월 846원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감면된 각종 세금과 고용보조금도 축소 비율 만큼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부지 면적과 투자금액 등 투자규모 기준이 다양할 수밖에 없어 매각협의 내용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충청북도 등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기관이 종합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여주기식 투자유치 지양” 목소리
실적 홍보 좋지만 외투지역 관리도 강화해야

쇼트사와 충청북도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지난 2004년 12월. 쇼트사는 다음해 11월 착공 2006년 2월 1차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쇼트사 유치 당시 충북도는 ‘외자유치 성공 사례’라며 2010년까지 1만6000명 고용 유발효과와 1조5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결과적으로 쇼트글라스는 공장가동 1년 만에 철수 결정을 내릴 만큼 국내 시장 안착에 실패했지만 유치에 열을 올렸던 충북도 등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 기업 경영에 지자체나 정부기관이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되지만 쇼트글라스의 몰락의 전조가 보였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충북도와 MOU를 체결한지 거의 1년이 다 돼서야 착공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다. TFT·LCD 유리기판 분야도 반도체 만큼이나 타이밍이 중요한 산업인데 1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보냈다면 문제가 발생할 게 뻔했다. 쇼트사가 시장을 잘못 읽었다는 분석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러는 동안 쇼트사 유치에 팔을 걷어부쳤던 충북도 등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업계상황 파악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유치만이 능사가 아니고 기업의 관리, 특히 외국기업의 경우 국내상황에 대한 자문과 조언의 역할도 일부 시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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