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이어 설계·감리 등 엔지니어링도 해외 노크

▲ 제조업계에 이어 도내 건설과 엔지니어링 분야도 해외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진은 지난 2일 열린 (주)대원의 베트남 다낭 다폭신도시 기공식.

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제조업체들의 중국과 동남아시아 진출 러시가 건설업계에 이어 설계와 감리 등 용역 분야에 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른 점은 제조업체들은 현지 공장을 세워 값 싼 노동력과 원자재를 활용했다면 건설이나 용역 분야는 기술력을 이용해 현지 기업과 계약을 통해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현지 기업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고 고용과 자본, 기술 유출 등 갖가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반면 건설이나 엔지니어링은 그런 걱정 없이 외화를 벌어 들일 수 있어 나라와 지역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전국의 웬만한 규모의 건설사들 대부분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으며 충북지역에서도 대원과 원건설이 해외에서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대원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모방과 아파트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데 이어 중부도시 다낭에서 대단위 신도시 개발을 시작했다.

원건설은 리비아에서 주거와 복합시설 등 건축을 중심으로 진출해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제조나 건설업에 이어 아이디어와 기획, 기술력이 관건인 엔지니어링 업계도 해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엔지니어링 독자진출 추진
설계와 감리 등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가 선엔지니어링(회장 오선교)이다.
오선교 회장이 최근 몇 년새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해외사업일 정도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오 회장이 지난 2월 한국건설감리협회장으로 선출된 뒤에도 CM과 감리의 통합과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 큰 무게를 싣기도 했다.

사실 선엔지니어링은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실적을 쌓았다. 호치민 안푸에 건설된 대원칸타빌 1·2차 870세대의 기본설계를 수주했고 다낭 대원칸타빌 240세대도 선엔지니어링이 설계한 것.
하지만 이는 국내 업체로부터 수주한 것인 만큼 독자진출이라기에는 2%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선엔지니어링은 현재 베트남 하노이에 추진하고 있는 복합 컴플렉스 사업의 설계와 감리를 수주, 독자진출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선엔지니어링 측은 이를 위해 최근 하노이를 방문, 현지 법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까지 마쳤다.

하노이 중심가에 트윈타워로 세워질 이 건물은 최고급 주거시설과 상업,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랜드마크로 설계된다.

회사 관계자는 “복합 건물이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하노이 현지에서는 상당히 관심을 받는 사업이다. 현재 과학적인 공정관리를 위한 감리 분야는 수주가 확정됐고 설계까지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건축사사무소 560세대 계약 꿈
청주지역 또 다른 A건축사사무소도 역시 하노이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현지 기업이 추진하는 560세대 아파트단지의 설계를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
A건축사는 현지와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아파트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디자인) 제출을 요청받아 경쟁하던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들을 제치고 채택된 것이다.

더욱이 A건축사는 소장 1명에 3~4명의 직원을 둔 평범한 건축사사무소여서 본 계약이 체결된다면 아이디어와 디자인 능력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로 남게 된다.

A건축사 소장 변모씨는 “하노이에 아파트단지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기본 설계 도면을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이 디자인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거대 자본이 아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와 설계 능력을 무기로 진출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변 소장은 또 “사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왔기 때문에 설계 수주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는 수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엔지니어링 업계 까지 해외진출에 나서는 것은 국내 상황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에만 180명이 넘는 건축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철근 등 자재가격 마저 폭등해 공사를 수주해 놓고도 착공을 미루는 현장이 늘고 있어 엔지니어링 업계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직원들 급여 조차 제대로 지급 못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시장은 포화상태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진출 또한 이같은 국내 환경이 반영돼 더욱 탄력이 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땅 보러 베트남 가자’
시행업계 이미 동남아 주목, 성공사례는 아직…

건설에 이어 최근 들어 엔지니어링 업계도 동남아 진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시장을 먼저 두드린 측은 시행사들이다.

단지 법인을 자주 바꾸고 인지도가 높을 필요 없는 특성 때문에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또한 시행사들은 토지 확보와 사업 인허가 등이 주요 업무인 만큼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실제 도내에서도 2~3년전 부터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 진출하려는 시행업체들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6년 한 시행업체가 베트남 호치민 인근에 30여만㎡를 확보했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으며 일부 부동산사업가들이 필리핀 진출을 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라기 보다 인맥이나 부동산 사업 경험을 살려 동남아 등지에 아파트 사업을 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 또한 급조한 인상이 짙으며 실제 시행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많다. 국내 사업 경험이 있든 없든 개발사업과 관련해 엔지니어링 보다 더 먼저 해외진출을 시도한 측은 시행사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현지 브로커의 말만 믿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사기 당하는가 하면 공산당 정부와 뒷거래를 시도하다 추방당하는 일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7년간 거주했다는 박 모씨(42)는 “인허가 과정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뒷거래가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전적으로 의지해 인맥이나 편법을 사용하려다 낭패를 보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현지 사정에 해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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