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식 기준! 친박 헤쳐모여
“5년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 밀겠다”

▲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숙의중인 송광호, 윤경식 후보.
구심을 잃고 흩어져 있던 충북의 친 박근혜 계열 인사들이 도내 친박 후보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청주 흥덕갑의 윤경식 후보 주변으로 결집하기로 해 총선 이후 한나라당 내 정치 지형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과가 주목된다.

이정균 전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 언론특보를 비롯해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 등 충북의 친박 인사 20여명은 2일 윤경식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록 공천갈등은 있었지만 상황을 방관할 수만은 없고, 이를 바른 정치의 계기로 삼기 위해 도내 친박 후보 가운데 상대 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윤경식 후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윤 후보 지지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거리유세장으로 나가 연설원으로 유세에 참여하는 등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정균 전 언론특보는 “친박 결집은 당내에 공간적인 여지를 만들고 5년 뒤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밀기 위한 장기적 목표가 내재돼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따라서 친박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공천탈락 후 ‘친박연대’를 택한 청주 흥덕을 김준환 후보에 대해서는 “심정적으로 돕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한나라당에 남아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도내 친박의 좌장이었음에도 경선 직후 당 사무부총장을 맡아 일부 친박 인사들과 반목관계에 놓였던 제천·단양의 송광호 후보에 대해서도 “송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있어 윤경식 후보를 단독 지지하기로 했을 뿐 어떤 앙금도 남아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쯤에서 궁금한 것은 총선 이후 친박 계열 인사들이 취할 정치적 행보. 이에 대해 이 전 특보는 “내가 논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아직 논할 시기도 아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가 친박연대 혹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친박 후보들의 당 복귀에 반대하는 만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는 정치상황이 온다면 몰라도 복당을 애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서 온 김병일, 전남 여수까지
2012 세계박람회 차관급 사무총장 내정

한나라당 청주 흥덕갑 공천 문턱에서 돌아서야했던 김병일 전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이 2012 여수세계박 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당분간 정치적 잠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당시 뉴타운사업 본부장, 서울시 대변인 등을 맡는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은 3월7일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공천이 확정됐음에도 불과 1주일만에 당 최고위원회의 요청으로 재심사를 벌인 끝에 3월16일 손에 쥐었던 공천장을 윤경식 후보에게 넘겨줘야 했다.
서울시 공무원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내려왔지만 졸지에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

청원군 내수가 고향인 김 전 본부장은 당초 지역구 선택에서부터 자신의 의지를 꺾어야 하는 등 화려한 경력과 정치적 후견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박람회 사무총장 자리는 김 전 본부장에게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가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한 세계박람회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2012년 5월12일~8월12일까지 석 달 동안 여수시 일원에서 열리는 국제공인 행사다.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기획예산처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장승우씨가 맡았고, 김 전 본부장이 맡은 사무총장은 차관급 직책이다.

김 전 본부장을 사무총장으로 발탁한 배경은 박람회 개최 필요한 기반시설 조성과 도시개발, 국제협력 업무 등에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본부장은 공무원 시절 프랑스 파리주재관으로 근무하면서 소르본대학에서 도시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도시행정 전문가다.

이주여성 배려 ‘이벤트는 싫어’
“총선 투표는 꼭” 러시아 출신 장류보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성향의 정당은 예외지만 중도·보수 성향의 다른 정당의 양성정책은 사실 이벤트 성향이 강하다. 지역구의 여성공천 비율도 가까스로 10%를 넘긴 수준.

그나마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창조한국당이 빈민운동의 대모인 강명순(여) 목사와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주디스 알레그레를 각각 비례대표 1번에 공천한 것은 이벤트 성향에도 불구하고 참신성이 주목을 받았다.

농촌총각 문제와 맞물려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회적 소수자 취급을 받는 이주여성들은 정치권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충북이주여성 인권센터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 장류보위씨는 “선거 때만 소수자를 향해 정책을 내놓는 것은 아무래도 믿음이 안 간다”며 “이주여성으로서 점진적으로 다문화가정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를 다르게 보는 시선보다는 한국사회의 공동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장류보위씨는 또 “이주여성들은 말이 서투를 뿐 바보가 아니다”라며 “생산직에만 종사시키지 말고 능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장류보위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이주하면서 학업을 마친 뒤 1990년 구 소련이 해체되기 1년 전에 러시아에 정착해 러시아 국적을 갖게 됐지만 사실은 조부모가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이주한 고려인 3세, 속칭 ‘카레이스키’다. 장류보위의 장은 한국 성씨 ‘장(張)’이고 류보위는 영어 ‘러브(love)’를 뜻하는 러시아어라고.

장류보위씨는 2003년 5월 취업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경기도 동두천에서 청주가 고향인 남편 지원근씨를 만나 그해 11월 결혼식을 올린 뒤 청주에 정착했다. 현재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10살, 5살 아들과 함께 3대 가정을 꾸리고 사는 어엿한 한국 며느리다.

지난해 4월 한국 국적을 취득해 연말 대선에도 투표를 했다는 장류보위씨는 “누구를 찍어야 하나 파악은 하지 못하고 식구들의 여론을 따라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그래도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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