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거주 지역 인사 3명 포함됐지만 ‘당선권 밖’
안정권, 연고 2인은 행복도시 반대 & 도덕성 시비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확정했으나 ‘충북 연고(학연·지연)와 지역 내 거주’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인사들은 단 한 명도 당선 안정권에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비례대표지만 충북의 국회의원으로 간주할만한 비례대표 의원이 배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과거 총선에서 충북과 지연 또는 학연이 있는 비례대표 후보들이 금배지를 단 사례는 상당수에 이르지만 이들의 생활근거지가 충북이 아닐 경우 당선자 스스로도 이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 전례였다.

임동규 전 서울시의회 의장은 충북 추주 출신이지만 행정수도 반대는 물론 행정중심복합도시까지도 반대하며 수도 분할반대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사진왼쪽>손인석 전 JC중앙회장.
비례대표임에도 자타가 인정하는 충북 국회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강혜숙 의원이 유일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의원은 청주대 교수 신분에 주소지가 청주인데다, 무엇보다도 충북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충북 국회의원 대접을 받았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저런 인연을 끌어대자면 충북을 연고로 당선이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언론도 ‘충북이 연고인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두 명은 당선이 유력하다’며 이들이 충북인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언론이 이들을 이미 ‘우리사람’으로 받아들인 판단이 너무 섣부르다는 주장도 있다. 고향이 충주인 한 후보는 과거 행정수도 반대운동의 최선봉에 섰고, 충남 출신으로 청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또 다른 인사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기업의 주식 매도와 관련해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이어서 당락 여부를 떠나 썩 달가울 것도 없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인 Q씨는 “어차피 비례대표는 직능과 계층, 성별 등을 안배해 각 당이 공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정당 지지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만큼 굳이 지역 연고와 연결시키려는 것이 지역주의적 사고가 아니겠냐”며 “오히려 후보의 면면을 살펴 각 당이 추구하는 정책적 방향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어디까지가 안정권?

그렇다면 각 정당 별로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은 어디까지일까? 한나라당은 27석, 통합민주당은 17석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8석을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지역구를 포함해 3당으로 부상했던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분열로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정국교 H&T대표(사진왼쪽)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손학규 캠프의 대전시위원장으로 활동한 최측근이다. 그러나 H&T의 주가를 30배나 올려놓고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 340억원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남기창 전 청주대 대학원장.
각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 수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데, 유권자들은 ‘1인 2표제’에 따라 지역구 후보자뿐만 아니라 지지정당에도 한 표씩을 행사하며, ‘정당투표’ 결과가 바로 비례대표 의원 수를 좌우하게 된다. 18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모두54석이다.

일단 비례대표 의석을 받으려면 정당 투표에서 3%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거나, 지역구 5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각 당은 정당 득표율에 54를 곱해 산출된 수에 따라 우선적으로 배정받고 잔여의석은 소수점 이하가 큰 정당 순으로 54석에 달할 때까지 1석씩 나눠 갖게 된다.

지난해 대선 당시 득표율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나라당(48.7%) 26석, 통합민주당(26.1%) 15석, 자유선진당(15.1%) 8석, 창조한국당(5.8%) 3석, 민노당(3.0%) 2석이 각각 배분된다. 그러나 이는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지 정당지지도와는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 신동의 성악가. 직지오페라 '묘덕'역
특히 자유선진당(이회창)과 창조한국당(문국현) 등은 대선후보의 개인 득표력에 힘입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과는 사뭇 다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를 참고할 때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 등이 남은 10석 정도를 1~5석씩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단 최소한 정당지지율 3%를 돌파해 의석배분 정당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가상해본 것이다.

임동규-행복도시 반대 상복 시위까지

“의장시절 보람은 망국적 수도이전 막아낸 것”

한나라당은 24일 충주 출신인 임동규 전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례대표 20번에, 손인석 전 JC 중앙회장을 42번에 각각 배정했다.

임동규 전 서울시의회 의장은 충주시 주덕면이 고향이지만 1970년 경기도 광주에서 기업(동양유리)을 일으 켜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1991년부터 3, 5, 6대 서울시의회 의원을 지내면서 전국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임 전 의장은 서울시의회 의장 재직 시절 행정수도는 물론 행복도시 반대운동의 최선봉에 선데다, 의정활동비 인상과 관련해서는 “7000만원도 적다”는 발언으로 뉴스의 초점이 됐던 인물이다. 임 전 의장은 김학래씨와 코미디언 커플인 임미숙씨의 친 오빠이기도 하다.

임동규 전 의장은 서울시의회 전·후반기 의장을 연임하면서 정점에 있던 2006년 5월, 5.31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아름다운 은퇴’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임 전 의장은 의장 시절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로 ‘행정수도 저지’를 첫손에 꼽을 정도로 비수도권 정서와는 배치되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임 전 의장은 퇴임 시 한 중앙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사다난했던 6대 서울시의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물러나게 돼 감개무량하다.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며 망국적 수도이전만은 막아낸 일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05년 3월 상복을 입은 채 상여를 매고 궐기대회장에 입장한 퍼포먼스는 그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 임 전 의장은 특히 헌재에서 행정수도가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 참여정부가 다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당론으로 지지한 한나라당과 달리 다시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끝까지 저항했다.

그러나 2005년 11월 헌재가 이를 각하하자 “참담하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명백한 수도분할이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끝까지 저지하겠다”며 강경론을 펴기도 했다.

수안보, 서울시연수원 유치 주역

임 전 의장이 비록 철저한 ‘수도권주의자’이지만 적어도 고향 충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누구 못지않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에서 임 전 의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A씨는 “2006년 4월 기공식을 가진 충주시 수안보의 서울시공무원연수도 임 전 의장이 당시 이명박 시장에게 부탁해 유치한 것”이라며 “그만큼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장은 의회 수장이면서도 MB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를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학(無學)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기업을 일궈 동양유리공업(주) 회장, 한국판유리공업협회장에까지 오른 임 전 의장은 평소 “기업하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역시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시장을 향해 우호적 감정을 자주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전 의장은 뒤늦게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침에 따라 MB와 학연의 고리도 형성한 상태.

A씨는 또 임 전 의장이 “충주시 가금면에 3만평 규모의 동양농원을 소유하고 있는데, 복숭아, 밤나무 등을 심어놓은 농원 안에 별도의 자택도 있어 지역에 자주 내려온다”며 “대선과정에서 MB와 핫라인 전화를 갖고있을 정도로 대통령의 측근이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야권 인사 B씨는 “임 전 의장은 충북에서 태어났을 뿐 철저한 수도권주의자이기 때문에 충북 연고를 강조할수록 자존심만 구기게 된다”며 “한나라당이 얼마나 지역을 무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 됐든 현재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에 비춰볼 때 최소한 26~28석을 넘볼 수 있다는 점에서 20번을 받은 임 전 의장은 당선 안정권에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42번인 손인석 후보는 훗날을 기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현역 JC 중앙회장으로, 조직 내 따가운 비난을 무릅쓰고 MB 지지를 선언했던 손 전 회장은 청년본부 총괄부본부장 등 요직을 지내 지역구(청주 흥덕갑) 공천에서 밀릴 경우 비례대표 턱걸이 당선권이라도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하위권으로 밀리고 말았다.

정국교-주가 올리고 매각 300억원대 차익

28일 H&T 주주총회, 경영권 지킬 수 있을지 관심

통합민주당 역시 24일 비례대표 6번에 정국교 중소기업강국위원회 위원장을, 22번에는 남기창 전 청주대 대학원장을 배정했다.

비례대표 6번인 정국교 후보는 지난 2005년 충북중소기업 노사화합대상과 지난해 충북도로부터 일류벤처기업 지정을 받은 H&T의 대표다. 청주산업단지에 있는 H&T는 컴퓨터 보조 기억장치인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H&T의 전신은 청주방송의 1대 주주였던 태일정밀의 자회사인 뉴맥스. 2000년 부도가 난 뒤 뉴맥스 상무이사였던 정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다시 회사를 일으켜 현재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 대표가 기업실적 외에도 개발호재를 이용해 주가가 폭등한 뒤 기습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수백억원의 시세사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2일 충청리뷰(502호)를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H&T가 태양광 발전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규소광산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00원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8만9700원까지 30배나 급등했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지분 매각에 이은 경영권 양도양수계약 분쟁의 여파로 바닥을 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이에 정 대표는 장중 사상 최고점에서 40만주를 매각해 343억여원을 현금화했다.

주가는 연일 급락한 끝에 6000원대로 밀려났고, 주가조작의 진위와 관계없이 개인 투자자들만 엄청난 손해를 입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H&T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905억2500만원, 영업이익 3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4%와 99.55%나 줄었다.

기가 막힌 것은 정 대표가 민주당 비례대표 6번을 배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가가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H&T 주식은 이른바 ‘국회의원 테마주’로 지목되면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반짝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서는 H&T 주주들이 항의 방문을 계속하는 등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청주산단 관계자는 “며칠 전에도 주주들이 몰려와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설에는 도덕적 책임 때문에 정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H&T 관계자는 “3월28일 정상적으로 주주총회를 공시한 상태다. 모든 것은 주총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짧게 응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 대표가 현재 출장 중에 있다”고 알려줬다.

孫이 직접 고른 ‘계파 공천’ 비난

그렇다면 정 대표는 어떤 인연으로 민주당의 최 상위 번호를 배정받을 수 있었을까?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캠프에 줄을 섰고, 그 인연으로 손학규 대표의 지원을 받아 당선 보증수표를 따냈다는 것이 정설이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정 후보는 청주에서 기업 활동은 하고 있지만 거주지도 대전인 까닭에 충북 정치권에서는 ‘무명인사’에 가깝다.

충북의 손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정 대표는 원래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기업인이었지만 손학규 후보가 100일 민심대장정에 나섰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후원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인연으로 중소기업특보로 캠프에 합류했고, 나중에는 경선캠프 대전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게 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해 5월 손학규 대표가 북한을 방문 할 때도 동행했다.

그러나 이번 비례대표 공천을 계기로 정 대표의 주가조작설이 널리 알려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구 공천에서 나름대로 개혁공천에 힘을 실어준 손 대표가 정작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자기 사람과 구 민주당에 계파 안배를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중앙당의 한 인사는 “정국교 후보는 손 대표가 중소기업인 3명을 추천받아서 직접 고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가조작과 관련한 안좋은 얘기들이 중앙에까지 전해져 일각에서 ‘후보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재심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청주대 대학원장을 지낸 남기창 전 교수 역시 손학규 대표를 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남 전 교수가 받은 22번은 현재로 볼 때는 당선권 밖.
그러나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상승할 경우 턱걸이 당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순위다.

이밖에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자유선진당 등 비례대표 배출가능성이 있는 정당 중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충북 출신 여성 성악가인 신동의씨를 비례대표로 공천했다. 그러나 신씨가 받은 17번은 당선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