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무소속 당선 김영준(제천·단양)
11대 당선 뒤 삼수 끝에 다시 금배지 달아

1992년부터 2004년까지 4차례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보는 15대 제천·단양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영준 후보가 유일하다. 무소속 후보들은 김 전 의원을 가히 ‘희망의 증거’라고 부를 만 하다. 김 전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 제천·단양 선거구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27,972표로 당선됐다. 자민련 안영기 후보는 27,221표, 신한국당 송광호 후보는 25,656표를 얻었으니, 그야말로 접전이었다.

김 전 의원이 무소속의 한계를 딛고 당선된 저력은 무엇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11대 당선, 12, 13대 낙선 등 20년에 이르는 정치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청주지검 제천지청 1호 검사 출신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야당 정치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19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한당 후보로 당선됐다.
11대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실시됐는데, 김 전 의원은 충주, 제천, 중원, 제원, 단양 등이 묶인 충북 제2선거구에서 여당인 민정당 후보에 이어 2등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12, 13대 선거에 각각 민한당,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내리 낙선했다.

14대에는 도전하지 않았던 김 전 의원이 15대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감행한 것은 신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정치적 후견인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라 야당에서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자당, 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겼으나 공천에서 탈락하자 결국 무소속 출마를 택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당선 직후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김 전 의원과 함께 YS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에서 일했던 이종호 충북도의회 의원은 “김영준 전 의원이 민주투사는 아니었지만 변호사로서 늘 서민들 편에 섰고,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며 “그래서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15대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 의원은 16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정점에서 정계를 떠났으며, 한때 신병 요양 차 은둔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대 2,579표 차 2위 김선길(충주)
13대 낙선, 15대에는 녹색바람 타고 당선

무소속의 도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물은 15대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선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은 14대 총선. 김 전 의원은 1992년 실시된 14대 총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29,873표를 얻어 2위로 낙선했다.

당선자는 32,452표를 얻은 민자당의 이종근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비록 당선의 영광을 안지는 못했지만 민주당, 국민당, 신정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김 전 의원 역시 순수 무소속 후보는 아니었다. 1988년 실시된 13대 선거에 당시 여당인 민정당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13대 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하고 28,530표를 얻어, 50,370표를 얻은 공화당 이종근 전 의원에게 대패했다. 결국 14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민자당의 후보자리를 이종근 전 의원에게 내주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 것이다.

김 전 의원의 당시 선거참모였던 Y씨는 “김 전 의원이 여당 지구당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기본조직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결혼식 주례를 많이 서서 대중적 인지도도 높았다”며 “무소속임에도 기본 득표력을 가졌기 때문에 선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인척으로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K씨는 “김 전 의원의 선대가 충주시 신니면에 살았지만 김 전 의원은 충주가 고향이 아니다. 학창시절만 잠시 충주에서 보냈을 따름이다. 신니에서 가까운 음성까지 걸어서 통학(음성고)을 하다가 서울 경동고로 전학을 갔고 나중에 정치를 하러 내려온 것이다. 지역에 학연·지연이 거의 없음에도 정치적으로 성공한 것은 호탕하고 쾌활한 성품으로 친화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은 상공부 차관, 중소기업은행장, 대한증권업협회장 등을 지낸 뒤 정계진출을 위해 충주로 내려왔다.
15대 선거에서 자민련 후보로 당선된 김 전 의원은 DJP 정권 때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바다 없는 충북에서 자민련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해수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코스’는 훗날 정우택 지사가 밟은 경로와 동일하다.

김영준 전 의원(제천·단양)은 1990년대 이후 충북 총선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다. 골수 야당으로 11대 당선 경력이 있는 김 전 의원은 무소속 당선 직후 정치적 후견인인 YS의 품(신한국당)에 안겼다.

김선길 전 의원(충주)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14대 총선에서 비록 낙선했으나 1위를 바짝 추격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15대 총선에는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당시 녹색바람을 타고 금배지를 달았다. DJP 정권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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