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부국장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여자들은 왜 그래?’이다. 그런데 요즘 온국민들이 “여자 장관 후보들은 왜 그렇게 문제가 많느냐”고 한다.

이미 사퇴한 이춘호 전 여성부장관 후보와 박은경 환경부장관·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논문표절 시비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기 때문.

실제 몇 명 안되는 여자들이 이명박 정부에 발탁됐으나 처음부터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으니 문제이긴 문제다. 그러나 ‘일어탁수(一魚濁水)’라고 여자들이 모두 그런 게 아니고 바로 ‘이 여자’들이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다른 능력있고 양심적인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위 세 사람은 여성의 지위향상에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 3·8 여성대회 때 여성권익 ‘걸림돌상’이라도 줘야 한다. 안 그래도 남성중심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여자 장관으로 발탁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혹시라도 향후 여성들을 발탁할 때 인사권자가 주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욱이 이춘호 씨는 청주 여성들까지 욕을 먹였다. 청주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명박 정부는 충북 출신 장관이 없다고 문제제기 하던 충북도민들의 입을 막을 심산이었는지 이춘호 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여성부장관에 앉히더니 5일만에 자진사퇴하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초대 각료 중 부동산 최다 보유자로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던 이 씨는 물려받은 재산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채 무대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 정부가 충북 출신 인사라고 내놓은 이 씨는 실제 충북인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북을 훌쩍 떠났다. 이미 40여년 전에 떠났기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한 게 없다. 그렇다보니 이런 사람을 충북 출신 인사라고 봐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씨가 여성부장관으로 내정되자 지난 20일 충북여성포럼 10주년 기념식에서는 좋은 일이라며 소개까지 했다. 물론 이런 일이 있기 전이다. 그 만큼 지역사회에서는 이 씨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 씨가 장관으로 내정되자 “이춘호씨가 뭐하던 사람이냐”는 말들이 오갈 정도였다.

이 씨는 지난 2002년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직후 시장직 인수위원을 지내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의 선거캠프 양성평등본부 자문위원을 맡아 여성계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했다. 또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명예회장,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겸 중앙여성회장, 서울시여성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활동만 보더라도 우리 지역과의 연결고리는 없다.

여성부장관에 이봉화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이 유력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 전 정책관은 태어난 곳은 경남이지만, 충주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이 전 정책관은 제발 도덕적 흠결이 없기를 기대한다. 또 다시 ‘여자들은 왜 그래?’라는 말을 듣는 것은 고역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사를 발탁할 때의 시스템 문제이지 여자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 여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고,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것이지 여성 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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