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사과하는 자세로 시작하라”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요구사항을 피력했다. 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보다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5년을 완주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오만·독선·아집·졸속이라는 말이 나와 국민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권은 전 정권을 모두 무시하고 출발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우리는 백년대계 속에서 정치하는 게 아니고 극단적인 數의 대결속에서 하다보니 정권이 바뀌면 모든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한다. 전 정권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잘한 게 있다면 지역균형발전과 여성분야라고 보는데 새 정부는 이 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물거품이 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이다.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오려고 하겠는가. 안 올 것이다.”

또 엄 교수는 노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임사, 취임사를 말할 때 국민들에게 ‘사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두 정권 모두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새 정부는 처음부터 도덕적 결함을 안고 시작하는 만큼 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발전정책이 계승돼야 하고, 천안의 수도권 전철이 청주국제공항까지 연결돼 대학이나 산업 등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일단은 교통이 편리해야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므로 차제에 전철이 연결되길 기대한다.” / 홍강희 기자

성불평등구조, 근본전환 필요하다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당선되기전 여성가족부 존치 강화를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껍데기만 남은 여성부를 두는 것으로 결론냈다. 여성가족부 존치를 기대했던 여성계는 정치권의 합의에 매우 실망스럽다. 여성계의 요구는 성평등·보육·가족 정책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성가족부의 존치이지 껍데기에 불과한 여성부로 격하시켜 달라는 게 아니었다.”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축소된 여성부에 실망감을 표시한 뒤 부동산투기 등으로 하차한 여성부장관의 성평등 인식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처음부터 실망감을 안겨준 새 정부에 그래도 주문할 것이 있다면 성평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여성의 지위는 아직도 하위권에 속한다. 오히려 2007년 여성권한척도(GEM) 순위는 2006년보다 11계단 하락한 6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성의 열악한 권한과 지위에 비춰 보았을 때,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평등 정책을 힘있게 추진한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와 가족해체로 인한 돌봄 노동의 공백, 여성의 비정규직화로 인한 빈곤의 여성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과 일상화된 불평등 구조는 쉽게 개선되지 않은 채 많은 여성들이 사회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심각한 인권침해와 이중삼중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 여성의 현실이므로 성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성인지적 감수성이 일상의 습관에 녹아내려 남성과 여성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홍강희 기자

“서민주머니 두둑해야 시장도 살죠”
육거리종합시장 상인연합회 최경호 회장

전국에서도 이름난 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 대표를 맡고 있다보니 대통령 취임식에도 다녀온 최경호 회장은 “취임식장에서도 들었지만 대통령이 세금을 내려준다는 것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경제 살리기’지만 대통령의 눈높이가 서민에게 맞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고향인 청원군 문의면에서 농사를 짓다가 1980년대 말부터 육거리시장에서 축산물 유통을 시작해 지금까지 20여년에 이르고 있다. 3저 호황의 끝자락에서부터 외환 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의 눈물겨운 생활상을 시장경기를 통해 체득해온 ‘경제온도계’다.

최 회장은 “육거리시장은 2003년 이후 아케이드 설치,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 등으로 하루 평균 4만명이 다녀가는 등 자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던 과거의 영화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할수록 재래시장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새 대통령도 기대에 어긋난다면 국민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의 희망을 짓밟지 말고 안전하게 나라를 이끌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이재표 기자

“정부 수준, 2MB(메가바이트)서 UP해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오경석 사무국장

2월 들어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임 간부로 발탁된 오경석 사무국장은 다소 거창하지만 “새 정부의 국정운영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경부운하 공약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계획대로 밀어붙일 경우 우리나라의 강은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사무국장은 “선거용 공약이었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정말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려는 발상”이라고 간주했다. 소수 소유계층 겨냥해 국정을 운영하면 일이 편할 수는 있지만 국민 다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

최근 내각 인선 등을 놓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부,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부 등의 은어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오 사무국장은 새 정부를 ‘2MB(2메가바이트) 정부’라고 비꼬았다.

오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영어정책 등 인수위 활동에서 미숙함이 드러나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며 “어설픈 정책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수준을 높여달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청주대 정치외교학과 97학번인 오 사무국장은 대학시절부터 가톨릭농민회에서 활동해 왔다. /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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