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청주시 공무원, 해임 뒤 정직으로 감경 논란
道 소청심사위 “둘이 받은 200만원은 각 100만원”

▲ 시공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청주시 공무원에 대한 징계수위가 소청심사 결과 해임에서 정직으로 감경됐다. 돈을 받은 현장에 다른 공무원이 있었던 만큼 수수액을 반으로 줄여야한다는 논리가 반영된 것. 그러나 이를 두고 지나친 온정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 외곽순환도로 시공사들로부터 모두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가 국무조정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돼 해임 징계를 받았던 청주시 공무원이 충북도의 소청심사 결과 정직 3개월로 감경된 것으로 밝혀져 비리공무원에 대한 처분이 온정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청주시 동료 공무원들이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지나친 동료애를 발휘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 1월31일 소청심사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1월19일 뇌물수수 혐의로 해임을 의결한 청주시 공무원 임 모씨(41·6급)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직 3개월로 감경키로 의결했다.

공무원이 해임을 당할 경우 퇴직금도 일부만 지급될뿐더러 3년 동안 취업 제한까지 뒤따르는 등 사실상 사형선고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징계수위를 정직으로 감경한 것은 물에 빠진 임씨에게 지푸라기가 아니라 동아줄을 내려준 셈이다.

청주시 건설과 국도시설담당으로 근무했던 임 모씨와 연 모씨(7급)는 추석 명절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8월21일 청주시 3차 우회도로 시공사인 L건설과 D건설 관계자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는 과정이 국무조정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당시 임씨는 사무실까지 찾아온 L건설 관계자로부터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뒤 업체 관련자와 함께 민원이 발생한 건설현장을 다녀오다 차안에서 100만원씩이 든 돈봉투 2개를 추가로 받았으며 민원인이 몰고 온 고급승용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수상히 여긴 암행감찰반이 뒤를 미행함에 따라 덜미가 잡혔다.
암행감찰반이 현장을 적발한 뒤 한 달이 다 지나서야 행자부의 통보로 비리사실을 알게 된 청주시는 해당공무원에 대해 곧바로 직위해제 조치를 취했으며, 이후 충북도에 징계를 양정했고 충북도는 11월19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임씨에게는 해임, 연씨에게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소청위 “당초 징계가 심했다”
그렇다면 당초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던 충북도는 왜 한 발짝 물러서 정직으로 수위를 내렸을까? 충북도 소청심사위는 임씨에 대한 징계가 타 시도의 유사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한데다, 임씨가 받은 돈봉투 2개(각 100만원, 200만원) 가운데 200만원이 든 돈봉투는 부하직원과 함께 받은 만큼 각각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논리로 감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심사위 실무책임자인 충북도 함기원 법무담당관은 이에 대해 “사무실에서 받은 100만원 외에 주차장에서 200만원을 받을 때에는 후배 공무원이 함께 있었던 만큼 각각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임씨가 받은 뇌물의 총액을 200만원으로 산정해야 하는데도 지난번 징계 당시에는 300만원으로 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함 법무담당관은 또 “우리 도가 타 시도의 사례에 비해서도 중징계를 내렸는데, 경상남도의 경우 같은 사안에 대해 감봉 1개월을 의결한 바가 있어 이를 감안해 징계수위를 하향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함 법무담당관은 그러나 “청주시 일부 공무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이는 의결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씨, 왜 소청심사 청구했나
지난해 11월 해임 의결이 내려지자 이에 승복한 7급 공무원 연씨와 달리 임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소청심사 청구를 준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청주시 김동락 감사관은 “금액에 비해서 처분내용이 가혹하다며 소청심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서를 옮긴지 얼마 안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임씨와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임씨는 “운전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청주시 공무원들의 입장도 임씨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정하는 여론이다. 지난해 8월 청주시 공무원의 절반 정도가 시간외 근무수당을 불법으로 수령한 사실이 주민감사청구에 의해서 발각되면서 남상우 시장의 심기가 불편해 진 상황에서 돈봉투 사건이 터져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주시의 한 공무원은 “시간외 근무수당 불법 수령 사건 이후 남 시장이 비리 공무원에 대해 일벌백계를 선언한 시점에 공교롭게도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다보니 과중한 징계가 내려진 감이 있다”면서 “(임씨가) 평소에 설치던 사람도 아니고 젊은 나이를 고려할 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시청 내에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은 또 “임씨가 명예회복 차원에서 소청심사를 청구했을 뿐 정직 후 복직이 이뤄지면 명예롭게 은퇴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서 충북도 함 법무담당관은 “소청심사위에서 당사자의 진술내용은 공개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반면 익명의 한 소청심사위원은 “징계감경 뒤 명예퇴진과 같은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공무원 ‘팔은 안으로 굽는다’
어찌 됐든 당초 인사위의 의결 내용이 소청심사위에서 경감된 것에 대해서는 심사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도 소청심사위가 민간 영역의 위원장(변호사)을 비롯해 변호사, 대학교수 등 민간위원 4명, 충북도 국장급 공무원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민·관 복합위원회이지만 여타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청심사위에서 공무원 위원들은 임씨 등의 진술을 근거로 ‘돈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당일 오후 1시쯤 사무실에서 받은 돈은 바로 서랍 속에 넣었는데 3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았다. 이후 차에서 받은 돈도 시공사 관계자가 부하 직원에게 건넸는데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받으라고 지시한 정도이기 때문에 뇌물수수에 적극성이 없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간 영역의 Q위원은 “둘이 함께 받았기 때문에 받은 금액을 절반만 인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징계수위를 경감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다”며 “성(性)과 뇌물수수에 관련한 징계는 그 정도를 떠나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Q위원은 또 “소청심사위와 관련해 발이 넓은 사람들(징계 대상)은 사방에 구명을 요청해 연락이 오기도 하고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혀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로비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도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은 정치자금 수수 등 불법이 드러나면 으레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동등하게 청렴의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은 오히려 내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부패행위를 감싸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