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구조본 내 임원들은 김성환 위원장을 두고 '구속시켜야 하는데'라며 고민했다"며 "나는 속으로 가능한 일일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구속을 시키더라" 이는 김용철 변호사와 한 인터넷 신문(프레시안)사이의 대담 내용이다.

여기 나오는 김성환 위원장은 다름아닌 '삼성일반노동조합'의 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2005년 2월 검찰이 삼성SDI가 불법적으로 행한 노동자 위치감시추적 사건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내린 뒤, 1주일만에 다시 구속됐다. 삼성이 그에 대해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검찰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를 법정구속했기 때문이다.

삼성하면 '무노조 경영'이고, 이 거대 골리앗의 '무노조경영'에 맞선 다윗의 투쟁이 그의 삶이었다.

그랬던 그가 올 1월1일, 구속된지 3년만에 석방됐다. 엊그제 일면식도 없던 그를 아주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덥수룩한 수염, 작은 체구, 오랜 수형생활로 인한 잦은 기침' 그의 인상은 그랬다.

감옥에서 3년만에 출소하던 날, 소주 한잔을 마시고 기절하 듯 쓰러졌다는 그에게 세잔쯤을 강권하고 그 다음날, 떠나는 인사를 하는 그에게 서명을 부탁했다. 바로 그의 투쟁을 엮은 '골리앗 삼정 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이란 책에다가.

그때 내가 무슨 심보로 그랬는지 모른다. 그는 간결하게 서명을 남겼다. '치사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1799년이면 아주 오래전일까! 그때, 영국에는 '단결금지법'이라는 법률이 만들어졌다.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즉, 노동조합을 만들면 법으로 처벌한다는 거다.

얼마후엔 그 이웃인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당시의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쟁의가 발생하자 왕정에 대한 청원을 통해서 이 법률을 만들었고, 이 법률에 근거하여 몽둥이로 노동자들의 쟁의를 제압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법이 만들어지자 더 많은 노동자들의 저항과 피흘림이 있었고 생긴지 25년만인 지난 1824년, 이 법은 폐지됐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한 삼성의 무지막지한 공작, 그리고 그것을 교묘히 에둘러서 뒷받침하는 대한민국의 사법당국.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박물관으로 가버린 '단결금지법'의 현대판에 다름아니다.

삼성권력은 대한민국 제일의 권력이다. 18세기 절대왕정의 권력에 비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권력으로도 유지되지 않는 것이 무수히 많다. 현대판, 아니 삼성판 '단결금지법'도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움켜쥘수록 빠져버리는 모래알처럼 '무노조'를 움켜쥘수록 '부끄럽지 않게, 치사하지 않게' 살아가는 더 많은 김성환을 만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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