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정치부장

12월19일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언론과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충북공약 토론회가 시작됐다. TV합동연설회의 힘찬 웅변과는 달리 실내에서 이뤄지는 토론회의 득실은 조리 있는 말솜씨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중앙의 후보자 토론회도 그렇지만 지역 토론회 역시 누가 나오는가에 따라 지역의 표심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청주MBC와 지역 시민단체 토론회에서는 출연자들끼리 이른바 ‘격’을 따지는 장외논쟁이 더 치열했다. 11월29일 진행된 MBC 토론회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이 ‘허를 찔렸다’고 불평이 대단했다. 심규철 도당위원장이 나오는 만큼 민주신당에서도 홍재형 도당위원장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전 통보도 없이 노영민 선거대책본부장이 출연해 격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격도 격이지만 공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노 본부장의 토론방식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온화한 어투의 심 도당위원장에게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시종일관 위협적이었다는 것이 토론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중론이다. 심 위원장으로서는 시작도 그랬지만 끝난 뒤가 더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12월3일 시민단체 토론회에는 한나라당이 격에 맞지 않는(?) 주자를 내보냈다. 당일 이명박 후보의 청주 방문 일정 때문에 청주시의원인 최진현 부대변인을 내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상대 진영에 미리 통보했고 부득이한 것이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신당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의 반응은 불쾌함 이상이었다. 민주신당은 노 본부장 대신 김영주 도당 정책실장을 대리 토론자로 준비시켰으나 한나라당이 토론회 현장에서 사과하는 절차를 선행하자 예정대로 노 본부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회창 후보 측의 박종호 고문협의회장은 토론회를 보이콧할 듯한 사전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노 본부장과 박 고문협의회장의 반발은 정작 당일 이명박 후보의 방문 일정이 취소됐음에도 한나라당이 최 부대변인을 토론자로 밀어붙인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노 본부장은 토론 중에 “한나라당은 거짓말이 입에 뱄다”며 후보 방문을 계속 불참 사유로 삼은 한나라당을 향해 격한 불만을 쏟아놓았다.

사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들이 따지는 ‘격’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다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만큼 후보와 정책에 대해서 정확히 알권리가 있고, 후보 진영은 이에 대해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 후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의 토론회도 각 당의 정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고 책임감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인물이 토론석에 앉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인들끼리 ‘끝수’를 따지는 것은 그들만의 문제지만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유권자도 불쾌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국민을 얕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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