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학술회의 예산 1억5000만원 전액 삭감하자 비난여론 ‘비등’ “너무 서두르지 마라”에 고인쇄박물관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왔다” 항변

청주시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청주고인쇄박물관(관장 김종벽)이 오는 9월 4일 직지의 날에 맞춰 ‘제1회 직지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열기로 하고 준비해 왔으나 청주시의회가 학술회의 예산 1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 회의 개최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물관측은 이번 행사의 보조사업자로 연세대 미디어 아트센터를 선정해 외국 학자 섭외 및 초청건을 함께 진행해 와 연세대와 외국학자 양측에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7개국 24명 학자 초청 완료
김종벽 관장의 말이다. “우리가 지난해 10월부터 국제학술회의를 준비해 왔는데 지난 17일 열린 시의회 운영총무위에서 설명기회도 안주고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김 모 의원이 지금 준비해서는 시간이 없다며 깎았고, 20일 열린 예결특위에서는 상임위 의견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래서 예산을 살려 보려고 갖은 애를 썼으나 이미 김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설득한 뒤여서 그 것 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일정표를 보면 현재 어디까지 준비됐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미 7개국 24명의 학자들을 초청키로 확정 짓고 연세대측과 세부적인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학술회의는 이미 지난 96년부터 진행해 왔던 프로그램, 다만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올해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인쇄박물관은 98년도만 빼고 9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외 학술회의 행사를 열어왔다. 김관장은 “직지 학술회의를 하고 나서 자료집을 영문으로 만들어 전세계 주요 박물관과 도서관에 보냈다. 그래서 고인쇄박물관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올해도 자료집까지 만들 예정이었다. 박물관에서 학술회의를 1년에 한 번도 못한다면 그게 박물관이냐”고 분개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김 모 의원이 고인쇄박물관 운영위원으로 지난해 10월경 운영위원회에서 학술회의를 잘 치르기 위해 당초예산을 확보키로 하고 그 임무를 김의원에게 맡겼다는 사실이다. 운영위원장인 이융조 충북대 교수도 운영위에서 김 의원 문제를 포함 학술회의 관련 건을 상의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시의회에서 오히려 이런 행사를 하도록 추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국학자들에게 청주시는 무슨 망신이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예산을 삭감하기 전에 박물관장에게 이 행사를 차질없이 치를 수 있는가 없는가를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고 분개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에 관해 최병훈 시의회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2001년에도 전액 삭감
이외에도 김 의원은 지난 2001년 인쇄출판박람회 학술회의 내용을 7개 국어로 번역해 전세계에 보낼 계획으로 박물관측이 올린 1억2000만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관장은 “총서와 학술지 발간 예산을 깎고 자료집 발간 예산은 살려달라고 했으나 김 의원은 오히려 두 가지를 모두 삭감했다. 7개 국어 번역이 부담스러우면 5개 국어만 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김 의원은 ‘영어로 하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읽느냐’는 얼토당토한 이유를 대며 우리 의견을 묵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 고인쇄박물관측과 김 의원은 직지 상표권 개인 등록 등으로 여러 차례 부딪혔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래서 이번 예산 삭감 배경에 다른 뜻이 숨어있는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는가. 나는 학술회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라는 얘기다. 박병선 여사가 직지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을 밝히는데도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문제다. 지금 예산 받아서 언제 준비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왔다는 박물관측의 의견을 반박하며 “올 2월 28일에 학술회의를 한다고 기안했다. 검토자료에도 ‘시간이 급하다’고 돼있다. 직지라고 해서 모든 일이 금방 금방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삭감할 때 왜 박물관측에 설명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고 하자 김 의원은 또 “다른 부서에서는 모두 나와 설명했는데 관장이 아마 자리에 없었나 보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김 관장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옆 방에서 답변 자료를 들고 계속 기다렸으나 부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시의회 너무 하다” 여론 확산
한편 이 사실을 아는 시민들과 직지관련 인사들은 시의회가 직지 학술회의 예산을 무참하게 깎은 것은 직지의 고장 청주시의 수준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청주시의 문화유산 중 가장 자랑스러운 보물인 직지를 가꾸는데 국제학술회의가 꼭 필요함에도 일부 의원들이 앞장서서 삭감한 것은 너무 했다는 지적이다. 강태재 직지포럼 대표도 이런 의견에 동조하며 “29일 포럼이 창립했으니 이와 관련된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회원들과 상의한 결과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해 앞으로 시의회 비난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예결특위 위원 중에는 학술회의 예산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모 의원의 말이다. “그 예산을 왜 삭감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운영총무위 의견을 존중하자는 것이 대세여서 그대로 넘어갔다”고 아쉬워 했다. 최명수 운영총무위원장은 “직지 관련 행사 3억5000만원의 예산 중 학술회의가 1억 5000만원을 차지해 외국 학자 초청비용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지는 의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심층 검토한 김 의원의 주장이 일리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학술회의를 한다는 것이 외국과의 협약이고, 대외적으로 청주시의 공신력을 지키는 데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여 아쉬운 부분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주변에서는 추경예산 심의에서라도 예산을 살려 학술회의를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행사가 9월 4일부터 열리는 것이라서 현재로서는 이 것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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