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칼럼에 대해 불교방송의 한 후배기자가 항의전화를 해 왔다. 청주불교방송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모르는, 다분히 사장측 시각의 논리라는 것이었다. 사태의 본질을 모른다는 지적엔 큰 이의가 없었지만 내 칼럼이 사장측 입장을 대변한다는 말엔 깜작 놀랐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이지만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자세히 읽어 봤다.

그런데 후배기자의 지적이 옳았음을 뒤늦게 알았다. 칼럼중엔 방송국의 직원이나 노조원의 입장에서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상대의 위상과 존재에 대한 막연한 불신' '사장이 바뀔 때마다 직원들의 첫 반응은 어디 몇일이나 가겠어...' '직원 상호간 불협화음이 조직의 근본적인 유기성을 깬다' '서로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 스스로를 돌이켜 보려는 자성이 요구된다' 등등이다. 직원과 노조원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회색논리다. 노사분규의 실상을 희석시키는데 흔히 사용되는 물타기 수법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 노사분규를 많이 경험한 처지인데도, 제 3자의 입장에서 크게 의식하지 않은 말들이 당사자들한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깨닫고 또 한번 놀랐다.

 내가 문제의 칼럼을 쓴 계기는 내용중에도 일부 밝혔지만 프로그램 출연으로 불교방송국을 들락날락하며 나름대로 느낀 점을 이번 기회에 편승(?),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해를 불렀던 내용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직원간 혹은 부서간 갈등과 반목을 야기시키는 근본 원인을 먼저 진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지금 사장과 직원들간의 대립도 분명 그 원인을 추적하다보면 궁극적인 책임이 누구한테 더 있는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칼럼 서두에 적시했듯이 현재 양측이 제기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여부를 알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 주관으로 느꼈던 조직의 분위기를 쓴 것인데 그런 오해를 부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불교방송에서 느꼈던,소위 직원간 부서간 불신은 당사자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직원들이 똘똘 뭉쳤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나마 면피를 했다는 생각이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불교방송 사태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를 용기있게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언젠간 밝혀져 정상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먼저번 칼럼에 사장과 직원간 서로 고소고발하는 것으론 절대 사태해결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문제점을 덮어두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었다. 언론사에서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느냐는 자괴감의 표현에 더 가깝다. 이마당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청주불교방송이 단순히 포교기능만이 아닌 교양과 정보제공, 시사기능까지 활성화하겠다면 사람(?!)에 의한 시행착오는 더 이상 하지말라는 것이다.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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